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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이 강한 이유(3/3)
뉴스공장, 다스뵈이다 너머

파리에서 본 세상

"우리나라의 정치적 관심을 반은 줄여야 한다. 요새 정치가 개판이라는데 아마도 정치적 관심을 희석시키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신문을 보면 사분지 삼이 정치다. 구미 신문을 보면 칠십 프로가 스페시알리스트를 위한 기사다.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고 수학, 물리학, 역사학, 철학, 이런 거를 더 공부해라."

(1992년 8월 14일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백남준의 말, 석도 화론에서 발췌, 247p)


'월말 김어준'을 론칭하는 것을 보며, 난 위에 인용한 백남준의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김어준이 정치적인 사안에서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을 '지식'으로 풀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맞건 틀리건,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것, 그리고 현상을 과학을 철학을 음악에 대한 지식을 향유한다는 것은 '유익한', '생산적인 일'이다.


'뉴스공장'과 '다스뵈이다' 그리고 '벙커 1'등에서 마음껏 이야기하지 못한 지식의 향연을 '월말 김어준'에서 풀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것은 앞서 백남준 선생이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세대에 또 미래의 세대에 해야 할  값진 일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뉴스공장과 다스뵈이다 너머를 향한 바람이기도 하다.


가들을 만나면 , 어떤 사안을 두고 해석하는 몇 문장에서 그 깊이와 울림이 느껴질 때가 있다. 아! 저런 혜안을 갖기까지 얼마나 많은 지식을 쌓았을까?라는 경외심이 드는 통찰을 만날 때의 일이다. 

그리고 깊게 '온몸'으로 공부한 분들, 소위 '책상머리'공부가 아닌 분들은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리석고 모진 세상에서 진실로 깊은 학문이나 지식을 쌓아둔 분들은 상인과 같은 처세술의 재질이 없어 초야에 묻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가려진 숨은 고수들이 '월말 김어준'을 통해 등장하는 것이 보기에 좋았다.



"서구의 청소년은, 17세까지 텔레비전의 통해 17000번의 죽음을 본다."


9.11 테러 발생 직후 프랑스 TV 대담에 출연한 미셀 세르가 던진 말이다. 전 인류가 텔레비전으로 두 건물이 무너지는 9천여 명의 사상자가 죽어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던, 그 지울 수 없는 사건의 충격 이후, '새로운 세계'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위한 자리였다. 당시 텔레비전 이미지로 작업을 하던 나는 미셀 세르의 이 말이 깊게 들렸다. '죽음의 죽음'이 이었다. 너무나 만연해진 죽음, 텔레비전에서도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사람들이 너무 쉽게 죽어가고 있었다.


철학자의 깊은 통찰과 함께 분석을 뒷받침해주는 '실증적인'. '통계'로 나타나는 '수치'도 인상적이었다. '철학자'로만 알았는데, 어떻게 저런 통계까지 내시나..' 신기하고 또 궁금했다. 나중에 Fanc (프낙, 프랑스의 서점)에서 신간 출판 강연을 들으며 알게 되었다. 세르는 팀을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런 수많은 천재들을 직접 만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시대에 발달된 기술이라면,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그런 지식의 나눔의 장을 김어준이 더 많이 열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제발 이제 한국 언론도 쓸데없는 '소설 쓰기', 유력한 대선주자가 반려견 산책을 그만두고 공부한다느니, 어린 시절에 돈을 모아 짜장면을 사주었다느니 등의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나 하는 '기레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한국 언론을 들여다보면, '볼 신문이 없다.' 모두 매일 '신춘문예'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제발 '기레기'가 아닌  '좋은 소식, 값진 정보를 물어다 주는 '기러기'가 되어줄 수는 없을까... 그러나 따지고 보면, 모두가 기레기가 아니다. 좋은 기자분들 많다. 문제는, 기레기보다 이상한 제목을 싸지르는 '기레기 둥지'다. 조중동(朝中東) 같은 기레기 둥지를 불살라야 한다. 사회악(社會惡)이다.


"한국은 애국자가 많아서 망하는 나라다. 애국자가 없어서 걱정되어본 적이 없는 나라다. 나는 후학들에게 말하고 싶다. 될 수 있는 데로 애국자는 되지 말아라! 그 대신 내로우베이스드 스페시알리스트(narrow-based specialist)가 되어라! 애국자는 결국 정치가가 된다."

(1992년 8월 14일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백남준의 말, 석도 화론에서 발췌, 247p)


정치문제에서 벗어난 세상 언제쯤 올까? 김어준의 성공 본격적 출발이었던 나꼼수의 리딩이 다시금 생각난다. '기레기'들이 스스로 '기러기'로 변할 수 있는 답이 여기 있기 때문이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싫습니다.

그럼 안 되나요? 안될 이유 없죠 국민이 대통령을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죠. 그건 죄가 아니죠. 저는 싫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편파적인 방송을 할 생각입니다.

다만 그 편파에 이르는 과정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9년 6월 23일, 김어준의 뉴욕 타임스 1회 김어준의 오프닝 멘트 중에서)


뭐 이건 다른 언론과도 마찬가지인데, 한겨레, 경향도 치우쳤고, 모든 다른 언론이 치우쳤는데, 저희는 편파적이라는 것을 내세웁니다. 그런데 편파적이라고 판단할 때까지 그 과정은 매우 꼼꼼하고 공정하게 노력합니다.”(주진우 기자)


“그것이 저희 대표 워딩입니다. 편파적이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은 공정하다.” (김어준 총수)

( 2011년 11월 29일, 나는 꼼수다 국제 외신기자 클럽 회견, 김어준과 주진우 기자의 발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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