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본 세상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형, 폴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쓰인 곡이다.
피아니스트였던 폴 비트겐슈타인은 2차 대전에 참전해 오른손을 잃었고,
왼손뿐인 그를 위해 라벨이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것이다.
비트겐슈타인 가문은 당대 유럽에서 손꼽히는 대 부호였다.
금융재벌로 유명한 로스차일드 가문처럼,
왕가가 부럽지 않은 집안이었기에,
그의 집에는 당대의 최고의 예술가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렇게 그 집을 드나들었던 음악가중 한 사람이 라벨이었다.
비트겐슈타인의 형제들은 슬픈 사연이 많았다.
재산은 많았지만 슬픈 가족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과거부터 큰 부자들은 예술가들을 많이 후원해 왔다.
멀리 르네상스의 메디치가에서부터,
부호와 귀족이 재능 있는 예술가를 후원하고,
또 예술가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곳에 의탁하는 것은
많은 대가들이 '창작'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차이콥스키를 후원했던 귀족부인도 있었고,
리스트와 백작부인의 스토리도 유명하다.
음악가 자신이 대부호였던 경우도 있었다. 바로 멘델스존이었는데,
집에 드나들던 아버지의 친구가 괴테였다.
늘 멘델스존을 떠올리면, 부유했음에도 일찍 생을 떠나버린 것이 안타까웠다.
모차르트나 쇼팽, 고흐, 로트렉 등 수많은 천제들이 세상을 등졌던 30대 후반,
멘델스존도 그렇게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짧은 생이었지만, 많은 소중한 일을 해두고 떠났다.
자신의 아름다운 음악뿐만 아니라,
바흐를 발굴하고, 알린 것이 바로 멘델스존이었다.
그는 정말 사랑스러운 부자였다.
비트겐슈타인 가문역시도,
라벨을 통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을 남겼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 늘 수많은 장애인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함께 생각나는 슬픈 장면은 의자높이도 맞추어주지 않던 방송이었다.
방송에서조차 눈높이를 맞추지 않는 저 모습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장애인들에게 무관심한지,
저렇게 방송이 나가도록, PD, 작가도, 출연자도 진행자도, 카메라맨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저렇게 보이는 곳에서도 대놓고 배려가 없는데, 안 보이는 곳에선 어떨까... 마음이 먹먹했다.
프랑스의 학교 근처 횡단보도에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형이 세워져 있다.
그곳엔 꼭 잊지 않고, 휠체어를 탄 아이의 인형도 함께 세워져 있다.
잘 만든 조각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 때부터, 장애인도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소중한 배려'였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들을 때마다,
한 손을 위한 협주곡이라는 사실을 늘 잊는다.
그렇게,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다.
아름다움은 모두에게 열려있고 어디서나 가능하다.
편견 없는 열린 마음, 그것이 라벨의 마음 아니었을까..
최근 실사로 드래곤 길들이기가 개봉했다.
나는 그 영화의 원작이었던 애니메이션에서 '충격'에 가까운 큰 감동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극 후반, 주인공은 사고로 다리가 절단된다.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에 너무나 놀랐고, 또 너무나 고마웠다.
드래곤 길들이기에서의 주인공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한쪽 다리가 없을 뿐이었다.
없는 몫은 우리가 사랑으로 채워주면, 그 아이는 맘껏 뛸 수 있다. 주인공처럼...
제작자의 용기에 경의를,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며,
올해는 라벨...
*아름다운 유자 왕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Zd7YfA4gU0
**멋진 아이들...
***멋진 주인공!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라벨보다 어렵다...
https://www.youtube.com/watch?v=bvsfCFl_A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