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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이 준 축복, 야모 예찬

파리에서 본 세상

방이 비좁아 박스를 어지럽게 쌓아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스피커를 둘 수밖에 없었는데,

소리가 좋아졌다.

박스들이 우퍼 역할을 해준 것이다.


내가 어릴 적엔 스피커는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늘 동경의 대상일 뿐이었다.

오디오 매거진 잡지들 속에, 명기들을 보며 그 소리를 상상만 했다.

오디오는 명품이라고 하지 않고, 명기라고 했다.

30년 전에, 지금은 사라진 서울의 몇몇 극장에 스피커가 보스 901이었다.

보스 스피커를 보려면 낙원동에는 가야 했다.

음악을 좋아하시던 동네 서점 아저씨가 JBL스피커를 설치하시던 날 구경을 가기도 했고,

책 보다 음악을 들으러 가곤 했었다.


세월이 흘렀다.

JBL블루투스 스피커는 흔한 것이 되었고,

아이에게 BOSE헤드셋을 사주며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오디오 기기의 문턱이 거리가 사라진 것이다.

참 축복받은 세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디오를 놓을 공간은 없지만 좋은 스피커를 찾고 있었다.

적은 예산으로 추천받은 것이 야모였다.

월말 김어준의 오디오 특집에서 평론가 김갑수 선생이 추천하신 것이었다.

처음부터 소리가 좋았다.

작은 스피커인데 묵직하고 소리도 부드러웠다.

그럼에도 공간감이 없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방에 짐을 쌓아두고 그사이에 어쩔 수 없이 숨겨둔 스피커들이,

공간과 함께 소리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기뻤다.


작은 공간에서 소중한 소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섬세한 울림들이 좋았고,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하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다.

비좁은 공간이 고마웠고, 작은 야모가 대견했다...

작은 축복...







https://www.youtube.com/watch?v=tKvmcpc7u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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