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본 세상
모차르트에게 오십 대는 없었다.
삼십 대 중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린 모차르트가 작곡한 곡들엔,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나이라는 생물학적 허들을 넘어서는, 어떤 '초월성'이 있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는 피가로의 결혼의 마지막 장면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산전수전 다 겪은 뒤에야 나올 감성이, 어린 모차르트에게 도무지 어떻게 있었던 것일까...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은 올해,
올해는 라벨을 들어야지 생각했으나,
나라가 내란에 빠지고, 망가져가는 세상이야기로 음악 들을 여유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상식'이 조금씩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며,
정신 차려 보니 조성진이 연주한 라벨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 아이는 도대체 어떤 역사를 가졌기에,
어린 나이에 이렇게 어른스러울 수가 있을까...
빨리 어른이 되는 아이들을 보면 슬프다는,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의 대사처럼,
이선균을 이야기하면, 여전히 마음 한 켠이 허전하다.
그리고 그 허전함이 늘 식지 않는 분노와 슬픔으로 채워진다.
마약수사를 외치던 모든 범죄자과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기레기들 모두 응당한 대가를 치르기를..
마음이 모질어졌다. 형편없는 세상을 지나다 보니 함께 망가진 것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좋은 음악'을 듣는다.
어린 거장, 어린 어른, 조성진의 연주를 들으며 잠시 세상으로부터 한걸음 물러선다.
그의 성숙이 생채기를 남기지 않았기를 바라며,
나와 같은 청자에게 깊은 위안을 주듯, 연주자 자신에게도 촉촉한 위안이 되기를,
그래서 우리 곁에 오래오래 남아 좋은 연주를 많이 많이 들려주기를..
무더위의 바람처럼 청명한 조성진의 연주에 감사하며...
아름다운 새로운 세상에서 일 잘하는 대통령과 함께,
올해는 라벨..
*공식 홍보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jJjDBuxhJsI&list=PLzwBAX6_mXamamySpIzOmj9TpST_JS_8Z&index=34
**조성진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https://www.youtube.com/watch?v=UIXe7H52UkA
ps.
미학자이자 음악 이론가였던 아도르노가
음악 감상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설명한글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늘 음악을 들으며 참 좋은데 뭐라 말할 수 없음을 느낄 때마다, 아도르노의 글이 생각났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도, 많이 알고 또 적게 알고를 떠나서,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즐기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또다시 그러나,
때때로, 좋은 리뷰를 만나면, 음악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더 많은 호기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음악만큼 아름다운 공연 연주 리뷰를 만나는 것도 훌륭한 음악만큼 감사한 일이었다.
아래의 rubato_tm 님의 글이 그랬다. 다시 한번 감사...
화타 같은 명의를 소개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남긴다.
https://www.instagram.com/reel/DK4t9sHyN48/?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