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본 세상
로버트 윌슨이 세상을 떠났다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의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볼 수 없었다.
바스티유 오페라의 진입장벽이 내겐 높았다.
로버트 윌슨의 죽음을 알게 된 다음날
모차르트가 편곡한 헨델의 메시아를 들으며 폐허기 된 가자를 그렸다
바람은 서늘했다
오후엔 28도까지 오른다는데 선선한 오전은 작업하기 아주 좋은 날씨였다
폐허가 되어서 온통 회색빛인 세상을 그렸다
헨델의 메시아는 여러 번 들었지만
모차르트가 편곡한 버전이 있는 것을 오늘 알았다
작품번호 572번
모차르트 음악을, 35년이 넘게 들었는데, 오늘에야 알았다,
책을 읽어도 읽어도 읽어야 할 책이 쌓여 갔다던,
젊은 날의 초상, 주인공 영훈의 독백이 떠오른다.
젊은 날의 초상을 쓰던 시절의 작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들어도 들어야 할 음악이 여전히 헤아릴 수 없고,
아무리 읽어도 읽어야 할 텍스트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외면하려 고개를 돌리면 무한한 부담이요,
마음을 열고 찬찬히 하나씩 찾아가면 죽는 날까지 마르지 않을 축복이다.
폐허가 된 가자를 그리며 나에게 온 축복에 감사하고 있었다.
우리가 사는 곳이 모두 아우슈비츠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생은 인질극이라며 샴쌍둥이를 조각하던 선배가 생각났다.
그려도 그려도 담을 수 없는 가자의 폐허를 그릴 수도 없고 또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릴 수 없는 것,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회화'라는 대목이 생각났다.
몇 년 전 절반은 필사하고, 나머지 절반은 복사해 두었던 페터 V 지마의 글에서였다.
'모던/포스트 모던'이라는 제목의 그 책은 모던 논쟁에 대해 가장 탁월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절판되었고, 다행히도 나는 그 책의 절반을 복사해 두었다.
다시 시립도서관에 가게 된다면 나머지 절반을 복사해야겠다.
가이드하는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틈틈이 읽었다.
회화와 숭고, 예술이 매진하고 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것...
필사하고 복사한 지 12년 만에 다시 들추어서 읽게 되었으니 참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게 언젠가 읽히게 될 글은 읽히게 마련인데,
가자의 폐허를 그리며 다시 찾은 텍스트에 감사하자니 그것도 마음이 아팠다.
때론 사치스러운 예술, 그 속에 살고 싶을 때가 있다
비루하고 비천한 현실을 외 면하고플 때가 있다.
'멤버 유지'를 Yuji라고 쓰는 논문에 박사학위를 주는 학교와 사회에서 벋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빤스만 입고 반항하는 전직 대통령의 이야기로부터 내 귀와 눈을 더럽히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3년의 시간 동안 우린 얼마나 많은 어이없는 일에 시간을 쏟았던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대학은
검찰에서 사법부에서 국민을 죽일 궁리를 하는 괴물들을 찍어내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사관학교 출신들은
내란에 성실히 봉사하며 전쟁도 일으키려 했던 사이
세상은, 로버트 윌슨이 모차르트가 번안한 헨델의 메시아 공연을 새롭게 해석애서 올리고 있었다.
숭고미란 표현할 수 없는 것과 표현해야 하는 것 사이의 긴장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정치시사와 예술의 경계를 긴장스럽게 걸어야 할 것 같았다
조국사면? 조국의 사면은 시작도 아니다. 조국 사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도 못한 것이다.
조국일가의 도륙을 도맡았던 검찰과 언론 그리고 사법부의 재판관들까지,
그 사실을 밝혀내는 것조차 '시작'일뿐이다.
해방 이후 좌초했던 반민특위가 이제 겨우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닐까...
특검의 검사들이 '반민특위'의 '심정'으로 수사한다는 이야기가 반가웠다.
독립기념관장이 해방이 서방의 선물이라고 하는 세상,
김용옥 선생의 절규처럼, 이승만의 묘를 파묘하는 정도의 결기가 없다면,
일본인 행세를 하던 이키타이 안이 작곡했다는 애국가를 거두어낼 정도의 각오가 없다면,
친일의 DNA를 모두 지우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천박하고 야만스런 내란세력과 마주해야 하는 것은,
그들을 청소하는 일이, 무고한 시민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란이 성공했다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을까...
그리고 그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범죄현장을 열심히 물청소하던 경찰들이 무고한 시민을 지킬 수 있을까?
교도소에서 온갖 특혜를 주는 교도소장이 무고한 시민을 지킬 수 있는가?
범죄를 만들던 검찰 안의 범죄집단들이 무고한 시민을 지킬 수 있는가?
기도는 늘 간단했다.
무고한 이들을 지켜주시고,
무도한 이들을 벌하소서..
천박한 내란세력에 오염된 마음을 예술로 씻는다.
로버트 윌슨의 명복을 빈다...
https://www.arte.tv/fr/videos/128293-000-A/haendel-le-messie-version-mozart/
https://brunch.co.kr/@thegreatdays/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