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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의 대사가 늘 떠오르는,
20대는 잘못이 없다..

파리에서 본 세상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제품은 없죠.

제품이 실패하건 부진을 겪는 다는건,

그만큼의 예측 결정에 실패했거나 

기획 판단이 실패했다는걸 겁니다.


실패한 제품은 실패로 끝나게 둡니다.

단, 그 실패를 바탕으로 더 좋은 제품을 기획해야겠죠.


공장과 사무는 크게 보아 서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 사이 공장이나 사무에서 실수와 실패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큰 그림으로 본다면,

우린 모두 이로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장은,

한석률 씨가 생각하는 현장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학벌도, 경력도 심지어 자격증이라곤

컴퓨터 자격증밖에 없던 극 중의 장그래 사원이

저렇게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순수한 바람'이다.


성공과 인정을 향한 진심이 아니었다.

그저,

"우린 모두 이로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우린 다르지 않다는,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우린 서로 잘살아보자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

'같은 편'이라는 진심, '착한 바람'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확신이 있었고,

학벌도 경력도 없는 그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20대는 '화려한 경력'은 없을지언정, '순수하다'

'험한 말'을 쓸지언정, 마음이 또 영혼이 그렇게 난폭한 것은 아니다.

그저 화가 나는 점에 여과 없이 반응할 뿐인 것이다.


많은 20대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내가 만난 20대는 구김살이 없었다.

오래전 한국에 갔을 때,

편의점에 들러 담배를 사며, 예전에 샀던 한 담배 상표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힙합 스타일의 계산대 젊은 청년은 '잘 모르겠다'라고 답하며,

내가 지불한 돈의 거스름 돈을 챙기면서 연신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게 거스름돈을 건네며, 동시에 자신의 스마트 폰을 나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지금 고르신 게 같은 상표 맞네요,

이름이 바뀐 거였어요"


나는 그가 나의 질문을 받고도 스마트 폰으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거스름돈을 챙기며, 내 질문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만약 사업을 했다면, 그 친구를 바로 스카우트하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기엔 소위 '껄렁껄렁'한 20대였지만.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스피디 speedy'했고,

(한 손으로 거스름돈을 챙기며 다른 손으로 웹서핑을 했다.

난 안된다. 손가락이 굵어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동시에 두 가지 일을?)

그리고 '쿨'했다.


파리에서 만난  몇몇 청소년들도 그랬다.

농업학교 학생들도 있었고, 

어떤 지역에서 랜덤 하게 모인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명석했고, 자신감 있었다.

그들을 두고 걱정할 일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늘 어른들이 더 문제였다.

흥미롭게도, 한 선배가 이르기를

외국으로 여행 오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말을 안 듣는 부류는

'선생님'들이라고 한다.

늘 '가르치기만 해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겪은 20대는,

아는 것이 적을지 모르지만

또 경험은 적을지 모르지만,

훨씬 더 순수하고 간명한 판단을 한다.

거칠어 보이지만 꿍꿍이 속이 없다.

어른들의 화법과 행동이 더 세련되고 

소위 더 사회적일 수 있지만,

그 속은 더 썩어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20대는 잘못이 없다,

문제는 오히려 어른들이다.



파리에서 본 세상...


ps.

미생에서 장그레는 많은 인정을 받지만,

소위 '스펙'이 없어서 '정규직'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를 알아봐 준 오 과장에게 스카우트되어

열심히 일 잘하는 멋진 '상사맨'으로 거듭난다.

모든 젊은이들의 미래도 이렇게 해피 앤딩을 맞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앞서 인용한 장그래의 말이 '어른스러웠던 것'은,

극 중에서 그가 젊은 시절을 보낸 '바둑'에서 얻은 지혜들이었다.

하여,

굳이 '바둑'이 아니어도, '젊은 시절'에 '열성적이었던 '어떤 일'이 있다면,

그것이 반드시, 또 언젠가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줄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난 굳게 믿는다.

그리고 또한 가지, 오 과장이나 김대리 같은 좋은 사람들을 얻은 것은 무엇보다 큰 장그래의 '재산'이었다.

예능을 아주 잘 만드는 나영석 PD는 늘 말한다. "사람이 재산'이라고,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무척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이 아닌, '좋은 사람'을 많이 곁에 두는 것,

그것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은 '솔직한 마음'으로 대하면 되지 않을까?

맹자 말씀처럼, 가는 사람을 잡지 않고, 또 오는 사람을 막지 않으면서.

그렇게 풀이 자라고 꽃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듯 옆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바라보다 보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재산'이 되어있지 않을까.


PS2

어른들의 잘못이다.

어른들이 가져보지 못한 '스펙'을 쌓고도

어른들이 갖고 있는 '직장'을 갖지 못하는 이 현실을 만든 것은,

결국 20대가 아니라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시골의사 박경철과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이 변해버린 '안철수'가 

청년토크를 이어갈 때 늘 시작하는 말이 

'미안합니다'였다.

젊은 세대에게 미안하다는 것이다.

작은 감동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작고 차분한 목소리로  감동을 주고, 위안을 주던 사람이,

지금은 목소리를 바꾸고, '미움'과 '증오'의 말만 쏟아내고 있다.

세상을 산다는 것은 그런 '순수한 마음'이 참 쉽게도 변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한번 

어른들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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