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일상 2021년 8월 25일
20년 만에 한국을 찾았던 지인이 카페에서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뒤에 앉은 학부형들이 해외연수다 방학 과제다 뭐라고 떠들어 대는데,
도통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나오고 나서, 그 드라마를 보고서야 무슨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한국을 떠난 지 20년이 넘어, 학력고사 세대인 그에게,
그러니까 '시험' 하나로 대학을 가던 시절의 세대들에겐,
시험 이외의 수상경력이나 활동 경력 같은 것은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한국사회와 대입 문화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처럼, 입시 공화국이 되어 있었다.
'오렌지'의 영어 발음을 '어렌쥐'로 해야 한다는
'국제적으로 천박한 마인드'의 이명박 정부가 첫 삽질을 했고,
"부모도 '실력'이야"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던,
철없는 한 학생의 어머니가 권력을 주무르며,
그렇게 한국사회는, 이명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아이들을 스펙으로 갈아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온 사회가 그저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하고,
그다음엔, 강남에 큰집을 사는 것이 '공통의 꿈'이 돼버린 세상에서,
선출되지 않는 권력을 '개혁'하기 위해 지명된 장관의 일가가 쑥대 받이 된 것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는 '표창장'하나라고 한다.
수많은 의혹이 있는 듯 혐의를 줄줄이 달고,
그것도 모자라서 일일이 정성스럽게 나누어서 기소한 검찰,
그놈의 표창장이 그렇게 대단한가?
만약 조국의 일가를 털듯이, 표창장과 인턴과정을 모두 조사한다면,
살아남을 학생이 몇이나 될 것인가?
온 사회가 스카이 캐슬로 잘 살아가다가,
그중에 딱 한 사례를 콕 집어서,
'본보기'를 보이듯 '무자비한 수사'를 벌는 검찰과
그 인질극에 장단을 맞춰 춤을 추는 언론을 보며,
내가 아는 모든 욕을 마음속으로 쏟아내고 있었는데,
부산대학교가 법원의 판단만을 근거로 입학을 취소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또 그것을 '실시간'에 전달하느라 애쓰는 언론, '생중계'하는 SBS 같은 방송사를 보며,
아.. 욕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가 아는 모든 욕을 다 모아도 그들의 만행에 '미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 부끄러운,
이기적이고 비겁한 어른들의 선택을, 그 '만행'을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생각나는 말은 단 한마디,
사회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서,
세상을 이 모양 이 꼴로 돌아가게 내버려 두어서,
미안합니다.
조민 학생,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