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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한 푼 안 들이고,
고귀한 존재가 되는 법.

파리에서 본 세상

언젠가,

'성형 없이 아름다워집니다'라는 간판으로 가게를 하나 차릴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칼을 데지 않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매력이 있다.

말하는 법, 걷는 법만 고쳐고,

생각하는 속도와 말하는 속도만 맞추어도 달리 보일 수 있다.


비싼 것 좋은 것으로 치장하고, 편해지고, 타협하면서 망가지는 것이다.

외모가 망가지는 건 상관없다 문제는 마음이 망가지는 것이다.


똥배는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나온 배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 그건 자존감으로 변한다.

자신감으로 사는 사람은, 자기보다 강한 상대 앞에 무너지지만,

자존감으로 사는 사람은 쓸데없는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


"임마, 너 배가 너무 나왔잖아?"

"어때서? 발자크도 이만큼은 배 나왔었어!

하루 10시간 일하는데, 배 이렇게 안 나오고 배겨?"


친구보다 더 큰 다이아에 환호하는 혜정의 모습이 화제가 됐었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이야기였다.

누구나 공감하고, 나 역시도 공감한다.

더 큰 집, 더 큰 자동차, 더 좋은 옷.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라는 

인류사에 볼 수 없었던 천박한 광고문구가 나부끼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 선생은,

'슬프게도 한겨레도 이 관고를 실었습니다.'라고 개탄했었다.

지금, 한겨레가 겪고 있는 위기를 보면, 그 위기의 출발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었음도 알 수 있다.


더 슬픈 것은 저 천박한 광고를 보며, 우리 모두 동경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와 자가로 놀이터마저 못 들어가게 하는 사막보다 상막한 세상.

다시금 19세기 이전의 계급사회가 된 한국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상류층이 되는 방법이 있다.

주머니에 돈은 없어도, 상류층보다 더 높게 날 수 있고,

이 세상이 그리 나쁘지 않은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것은 바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이다.

만약, '클래식 음악'이 때려죽여도 싫다면,

재즈여도 좋고, 가요여도 좋다. 심지어 트롯이어도 도전해 보자.

어떤 음악이든 마니아가 되는 것, 그리고 그것의 아름다움에 심취하는 것,

세상을 잠시 잊고, 귀에 꽂은 이어폰이나 

비싸지 않아도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의 음악에 잠시 몸을 맡기는 것을 습관처럼 하다 보면, 

당신은 음악을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고, 

음악과 대화할 수 있으며, 

주변에 당신이 받은 감동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게, 사람들은 당신에게서 향기가 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것이 '클래식 음악'이다.

돈 많은 재벌집 회장들과 사모님들 앞에서, 철학, 문학, 미술, 영화, 무엇을 아무리 떠들어 보아도 

그들의 눈은 휘동그래지지 않는다. 

그러나 클래식에서 카라얀과 아바도를 한 줄로 비교해 버리면, 

모두 눈이 휘동그래진다. 

왜냐하면, 자신들이 속한 상류층에서 음악을 아는 척을 해야 하는데, 

클래식은 시간을 내서 듣지 않았으니 아는 척할 거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문학 영화 미술은 대충 외워서 둘러 델 수 있지만, 

음악은 느껴야 하는 것이기에, 단순한 아는 척이 되지 않는 것이다. 

한국의 부호들 중 졸부들이 대부분인 것은 이런 이유도 있다.


단순히, 돈 많은 부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고,

돈이 없지만, 상류층의 느낌을 갖기 위해서 클래식을 들으라고 권하는 것이

상스러운 권유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듣다 보면, 

아름다운 감동을 받게 되는 시점이 왔을 때,

그때는 돈이 많건 적건, 상류층이건 중류층이건, 사회보호대상자이건,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계층의 기준을 떠나 '고귀해지는' 순간이다...



ps

한 아이의 연주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수 있었을까?

임윤찬의 우승영상은 클래식 팬을 넘어 폭넓은 대중의 환호와 감동을 자아냈다.

삶의 고난을 이겨낸 작곡가와, 피나는 노력으로 이를 표현한 피아니스트의 만남이었다.

우리가 맛집에 감동하는 것은 연륜과 정성 때문이듯,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다. 

모차르트를 100년 넘게 듣고 있는 것은 무수히 많은 연주자들이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고 

연주해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영혼을 살찌우고, 머리와 눈빛 그리고 가슴에 자신감을 새겨줄 것이다...


*그런데 난 솔직히 모르겠다. 

임윤찬의 연주가 왜 대단한지,

그래서 다른 연주를 모조리 찾아서 듣기로 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최고의 여행을 즐기는 셈이 된다...



*임윤찬의 우승 실황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DPJL488cfRw



https://www.youtube.com/watch?v=Sb-SmRvsW0c

Rachmaninoff : Piano concerto no.3 (Denis Matsuev / Orchestre national de France)


https://www.youtube.com/watch?v=D0CToYouzpM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d minor Op.30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3

https://www.youtube.com/watch?v=VHre-G8wlb4

Yuja Wang: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3 in D minor, Op. 30(George Enescu Festival,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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