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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와 대화하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에 빠진 나.

고개가 뒤로 넘어가며 하늘은 멍하니 바라보는 그 표정은.

마치 하늘을 향해 이야기를 하는듯한 모습이었다.

모든 연주 프로그램이 끝나고,

이어지는 박수갈채에 다시 피아노에 앉아

앙코르곡으로 바흐의 칸타타 작품번호 147번을 연주할 때의 풍경이었다.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공연실황(위그모어 홀 공식 사이트 제공)에서 1시간 38분 초에 시작되는 연주였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기념 공연으로 영국에 데뷔한 아이,

공연장은 위그모어 홀이었다.

아주 작은 홀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한음이 사라질 때까지,

피아니스트가 피아노에서 손을 떼고 그 잔향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침묵이 이어지는 관객들의 모습은,

120년 역사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모래를 매일 씹어 삼키듯 사는 요즈음

그의 음악은,

바람, 상처, 서운함, 화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그리워하는 그 모든 마음을,

그 모든 감정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고 씻어내어 주는 음악이었다.


앙코르곡으로 바흐를 연주하던 그 모습은,

한 음, 한 음 정성을 들인, 수줍음 많은, 소박한 아이 같았다.

마치 처음 동네 피아노 학원을 찾아 피아노를 치던 그 시절의 순수함을 담고,


"바흐 선생님, 저 연주를 잘 마친 것 같아요

오늘은 제 연주가 어땠나요?

선생님은 곡은 언제나, 너무 아름답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바람은 그렇게 피아노를 타고 하늘로 울려 바흐와 대화하는 것 같았고,

그 모습을 상상하는 내 눈에 눈물로 내렸다.


어린 녀석이, 어린아이가

단테의 신곡을 외우다시피 탐독하고,

자신에게 영향을 준 위인을 묻는 질문에,

우륵의 가야금을 이야기하던 그 낯선 모습이,

그 순수하고, 순박한 연주,

음악만을 생각하는 그 연주에서

송두리째 이해가 되었다.

순수한 아이가 아니라, 순수함 그 자체였고,

그의 스승인 손민수교수가,

"지금 이렇게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없다."

라고 말한 것이, 나의 방식으로 이해가 되었다.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바흐의 작품은

숨을 쉬듯이 심장박동에 맞추어 울려주고 있었다.

3분 26초

4분이 채 되지 않는 그 연주를,

뉴스공장도 거른 채, 이틀째 듣고 있다.


임윤찬,

바흐와 대화하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에 빠진 나.

하늘은 바흐를 보내셨고,

감사하게도

임윤찬도 보내주셨다...


https://www.youtube.com/watch?v=RJeGcWZ-K5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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