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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바흐

파리의 우버 운전사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바흐는, 신에게 감사할 것이 아니라, 신이 바흐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한다.

'바흐, 고맙네,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작곡해주서서'라고.."


프랑스의 극좌파 철학자인 미셀 옹프레의 말이었다. 듣자마자 전적으로 공감했다.

하느님은 무서운 분이라는 구약의 인상을 변화시킨 것이 신약이었다.

벌을 주는 하느님이 아닌, 은총과 동반자로서의 조물주의 모습,

그러니 당신이 만든 피조물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작곡했다는 사실이,

정말 얼마나 기뻤하셨을까?라고 생각해 본다면, 만물을 만든 신이라고 해도, 그렇게 말할 것 같았다.

"바흐, 정말 고생했네,, 고마우이.. 힘든 삶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어주었다니.."


늦은 밤이었다.

늦은 밤 외진 길임에도 길이 막히던 시간, 

라디오에서 조용히 흘러나온, 바흐의 피아노곡 작품번호 1031, 시칠리아노.

이 곡 때문에 차 안은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적막에 휩싸였다.

그러나, 그런 순간이야말로 음악을 듣기에 최적의 순간이다.

피아노의 한음 한음이 차 안에 청명하게 머물고 있었다.

최근에 알았지만,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도, 자신의 연주를 차 안에서 먼저 혼자 들어본다고 한다.

디지털 기술이 너무 발달해서, 너무나 많은 소리들이 음원을 통해 전해진 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말한다. "음악은 사운드가 아니다."

그래서 단순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차 안'이 이상적인 공간이었던 것 아닐까?

소박하고 단아한 선율의 바흐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바흐는 정말 끝이 없네..'


무수히 많은 공해로 가득 차 가는 세상,

미움과 증오와 한숨과 안타까움에 켜켜이 쌓이는 날들..

수많을 마음에 찌꺼기들을 소박하고 아름다운 바흐의 연주가 씻어주었으면 하고 바래 본다.


그럼에도, 기술의 발달이 허락한 아름다운 시대다. 

키신의 연주와 임윤찬의 연주를 동시에 들어볼 수 있다.

둘 다 젊은 시절이었고, 이미 어린 나이에 거장의 모습이었다.

음악 하는 사람 중엔 어린 나이에도 어른스러운 이들이 많고,

정치하는 사람 중엔 어른임에도 아이만도 못한 이들이 많다.

그래서인가, 늘 세상은 엉망진창이고,

음악은 늘,

아름답다...



연주 1.

피아노를 위해 태어났고,

피아노를 위해 살아가며,

피아노와 함께 남을 사람,

예프게니 키신.

(키신의 일화,

연주 여행을 가면 공항과 연주장 그리고 호텔만을 오간다.

그의 연주연습 때문에 공연시간이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늘 연습, 또 연습,

그는 피아노를 위해 태어난 아이 같았고, 피아노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연주회를 마치고 예닐곱여덟 아홉 곡까지, 풍성한 앙코르 곡을 들려주기로 유명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2oNE03TqoOg


연주 2.

임윤찬,

무궁무진한,

그 어떤 드라마보다 앞으로가 궁금한,

젊은 거장...


https://www.youtube.com/watch?v=wmRtH0TYk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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