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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선 Sep 23. 2016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The Course of Love, Alain de botton



아주 사적인 감상

/필자의 매우 사적이고 치우친 감상임을 알려드립니다ㅎㅎ


듣던대로 소설이라기보다는 철학 에세이에 가까운 책이었다. 다루는 주제가 일상적이면서도 전혀 가볍지 않았지만, 특유의 고찰 탓에 흥미롭게 읽혔다. 본인의 경험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입도 잘 되었다.

결혼은 사랑의 결론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다는 그의 말이 깊히 공감이 갔다. 그리고 후반부에 ‘라비는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라고 나열한 부분에서 슬프면서도 깊게 끄덕여졌다. 현실적이지만 지나치게 비관적이지 않고, 교훈적이지만 지침서처럼 답을 정해놓지 않았기에 거부감이 없는 책이었다.

참고, 인내하고, 먼저 베풀고...류의 연애지침서나 에세이를 정말 싫어하는데, 그 글을 쓴 본인도 완벽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절대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온갖 사람들의 사랑의 방식과 내면의 상처와 성향이 천차만별인데 일관적인 해답이 있을리가 만무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알랭드보통의 책은 (내 감상일 뿐이지만) 늘 그렇듯이 단정적으로 말하는 듯 하면서도 소설의 형식을 빌어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는 어떻니?’ ‘너의 파트너는 어떤 것 같니?’

내 나름대로 책을 읽고 내린 감상을 한 줄로 하자면,


설렘은 기대에서 시작하고, 애착은 단념에서 시작된다.

는 것.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안전수칙이나 메뉴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결혼이 불안한 두 사람의 불안한 애정관계를 지켜주는 울타리 같은 것이라는 분석에도 일견 동의를 할 수 있었다.

불안한 두 사람이 일시적인 갈등 탓에 찢어져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닐까 하는 것.

그리고 불륜에 관해서 라비의 입장에서 살짝 옹호하다가도, 그것이 어떤 참극을 불러올 수 있는지,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왜 그런 낭만성을 다 포기해야만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준 부분도 좋았다. 단 몇시간 몸을 뒤섞는 행위에 불과할지라도 그 순간을 지나온 상대방이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게될 지 배우자로서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으며 같이 쌓아온 모든 기억이 빛이 바라는 것까지 제어할 수는 없다는 것.

미시적이라면 미시적이고, 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하면 그럴 수도 있는 이야기.

에리히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는 얘기를 하던데, 비교해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지금 당장 읽진 않겠다는 소리ㅋ)

연애가 진행중인, 혹은 연애를 준비중인 모두에게 가치있을 법한 그런 책.

결혼의 진상을 낱낱히 까발(?)려주기 때문에 사실 돌이켜보면 “결혼은 미친짓이다!!!”하고 외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독신주의를 가슴 한 켠에 무기처럼 품어둔 나에게 선선한 봄바람을 불어주기도 했던 그런 책.

개인적으로는 책에 등장하는 여자주인공 성향과 조금 비슷한 연인을 가진 사람이라, 괜히 끄덕여지고 대입해보고 하는 부분도 많았다. 연애와 병행하기에 나쁘지 않았던 책.


한창 무르익는 연애나, 변해가는 결혼 생활에 좌절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왜 사랑하는데 피하게 될까, 왜 사랑한다면서 나를 피할까’, 혹은 ‘왜 사랑할수록 미워질까, 왜 사랑한다면서 나를 증오하는 것 같은걸까’와 같은 고민의 해답을 찾기 좋은 책.

그렇지만...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고 해서 맞았을   아픈  아니다ㅋ.


아, 그리고 사족이지만 작가가 아이들을 굉장히 사랑하고 있으며 부모의 마음을 예술적으로 (나는 부모가 아니라 사실적인지는 모르고 공감도 감히 할 수 없지만)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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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인이 화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으면서)  번째 치유책은 보다 추상적이다. 우주가 얼마나 넓은지를 생각하면 너무 오랫동안 분노를 안고 가기가 어렵다. 이케아 사건 이후...


2. 그 때문에 라비는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사랑이 솔직함의 보상이 아니라 친절함의 보상이라고 이해한다. (타인 앞에서 친절함을 연기해야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 성인이자 남편으로서 라비는 자신의 비규범적인 면들에서 기인한 어떤 것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가 비밀스럽게 굴고 주저하는 것은 거만해서도 아니고 아내에게는 그가 내심 어떤 사람인지 알 권리가 없다고 생각해서도 아니다. 그보다는 증인의 존재로 인해 자기를 혐오하는 경향이 참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강화될지 모른다는 순전한 두려움 때문이다.


3. 당신이 바라는 모든 일을 하거나 당신이 바라는 모든 존재가 되진 못할 거야. 당신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우리가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서로 용기 있게 얘기하는 그런 사람들이 될 수는 있다고 믿고 싶어.

그렇지 않으면 침묵과 거짓말인데, 그건 사랑의 진짜 적이잖아.


4. 그는 자신도 아내도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함께 살기에 가끔 꽤 힘든 사람일 수 있다는 거슬 서로가 알고 있다는 특이한 신호를 주고받는 것뿐이다.


5.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멋진 일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어린애 같은 면에 조금 더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면 더욱 멋질 것이다.


6. 그는 자신 있게 어떤 일에 매달려본 적이 없다. (...) 그는 샤워를 하거나 혼자 고속도로를 달릴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적인 영감으로만 남았을 뿐 대부분 발휘되지 못한 재능과 함께 죽어가고 있다.

라비가 어떤 일을 진정 즐길 수 있는 기회는 그 일이 지나간 후에만 찾아온다.


7. 그가 결혼한 준비가 된 것은 무엇보다 완벽함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되기를 단념했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미쳤음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커스틴이 까다로운 게 아님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사랑을 받기보다 베풀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항상 섹스는 사랑과 불편하게 동거하리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이제 (평온한 날에는) 행복하게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차분하게 가르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라비와 커스틴이 결혼할 준비가 된 것은 그들이 서로 잘 맞지 않는다고 가슴 깊이 인식하기 때문이다. (...)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러브스토리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고, 영화와 소설에 묘사된 사랑이 그가 삶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람과는 거의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8. 그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 부를 권리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단지 잠깐 동안 만족을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인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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