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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선 Nov 23. 2016

[책] 이타적 인간의 출현

인간의 본성은 과연 이기적일까?


사적인 감상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어떻게 ‘이타적인 생명체’가 탄생하고 생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


책은 상당 부분을 게임이론, 죄수의딜레마, 연속게임 등의 개념 설명과 발전에 할애하고 있다. 뒷부분에 부록으로 게임이론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도 덧붙여놓아 완전히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다. 


문제의식의 출발은 이렇다. 팔을 한 쪽으로만 뻗을 수 있는 인간들이 모인 사회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각자는 남의 도움 없이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누가 먹여줘야만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서로 먹여주면서 생존해나간다고 했을 때, 만약 누군가 이기적으로 받아먹기만 한다면, 그 ‘무임승차자’는 다른 구성원들에 비해 이득을 얻게 된다. 이런 단순한 상황들을 여럿 생각해보면 언제나 이기적인 ‘무임승차자’들이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한다. 더 많은 이득을 취한다는 것은 곧 생존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도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타적인 생명이 존재하고 생존할 수 있는 것일까?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우리 몸은 단지 유전자들의 전달체계에 불과하여, 유전자들의 생존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명제는 이성간의 정열, 혈육의 정은 유전자가 다른 몸으로 옮겨타기 위한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앞선 의문과 결합하면, 인간 등 생명체의 이타성은 종족보전을 위해서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타적행동은 비단 혈육간에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예로 들어준 미어캣의 보초서기가 인상깊었다. 미어캣은 돌아가면서 천적이 오는지 집단 내에서 번갈아가며 보초를 서서 살피는데, 이  때 이 집단이 혈육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다음 책에서 제시하는 가정은 이타적 행동에 대한 보상과 이기적 행동에 대한 처벌 등이다. 물론 이 보상과 처벌은 이타적 행동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굳이 보상과 처벌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타적 행동은 여전히 존재했다. 


이후 책은 자연선택 이론에 비춰, ‘개인선택’과 ‘집단선택’으로 나누어 논리를 진행한다. 개인선택은 한 집단 내부에서 이뤄지는 자연선택으로,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기적 인간의 생존률이 높고 이타적 인간마저 이기적으로 행동 변화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집단별로 살펴보았을 때,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의 위기를 겪으면 이타적인 구성원이 많은 집단이 훨씬 대응력이나 전투력이 강하기 때문에 생존률이 높다. 즉, 결론적으로 집단선택의 원칙을 따르면 이타적 성향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간단히 생각해봐도 집단선택에 비해 개인선택의 속도가 빠를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가 설정해 놓는 것이 바로 ‘제도’라는 것이 책의 설명이다. 앞서 말한 상벌체계는 물론 도덕과 교육 등의 제도들이 집단의 생존을 위해 개인들의 이기심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중심적인 추론은 이렇게 진행되고, 또 흥미로운 것은 상대방의 이타성에는 이타성으로, 이기심에는 이기심으로 대응하는 ‘상호적 인간’이 갖는 가치였다. 시장에서는 경제적 인간을 전제하고 있는데, 이것은 시장이 ‘완벽하게’ 기능할 때 가능한 전제다. 즉, 정보비대칭이나 도덕적해이와 같은 시장의 허점을 상호적 인간이 채워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규 고용을 할 때, 급료를 최소한 필요한 만큼 이상으로 책정해 ‘선물계약’을 제공하면 피고용자는 도덕적해이를 최소화하고 성실함으로 나름의 보답을 하게 되는 경향을 갖는 것이다. ‘단골’의 개념도 비슷하다. 손님들에게 품질을 보장해주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최소한의 필요 이상으로 베풀 때, 손님들은 가성비 계산을 떠나 특정 가게에 나름의 ‘의리’를 지키는 ‘충성고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탄탄한 논리와 쉬운 설명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읽다가 문득, 한 가지 문제의식으로 한 권의 책을 써내려간다는 것의 위대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올해 김영란법에 관한 숱한 이슈와 논쟁을 접하면서 ‘인간은 원래 그래’라는 식의 자연주의적 오류를 비판하고,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에 관심을 가져왔다. 


나 역시 성선설보다 성악설을 믿는 입장에서, 제도의 중요성을 믿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제도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실은 자연적으로 따져봐도 이타적 인간은 충분히 생존력을 지녀왔고 한 사회의 경쟁력으로까지 자리잡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실 일상에서 간혹 마주치는 이타적인 인간들에 우리는 무임승차하기보다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양보나 배려는 굳이 나를 향하지 않더라도,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질 때가 있다. 우리는 또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 냄새 난다’고 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을 보며 ‘비인간적’이라 손가락질한다. 이미 우리는 인간의 이타성이 오히려 자연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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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마을에는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고, B에는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이 살고 있다고 해보자. 각 마을 내부를 들여다보면,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보다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더 잘고 있을 것이고, 따라서 점점 이기적인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것이다. 이것이 개인선택 혹은 집단내선택이 이뤄지는 과정이다. 하지만 우리가 집단과 집단을 비교해보면 A마을 사람들이 아마도 B마을 사람들보다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가 닥치더라도 A마을은 빨리 복구를 할 것이고,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었을 때 A마을이 B마을보다 살아남는 데 더 유리할 것임은 분명하다. 개인들은 상대로 개인선택이 일어나는 것처럼 집단들을 상대로 집단선택이 일어나게 되면, 이타적인 사람들이 많은 집단일수록 선택 과정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 즉 개인선택 과정에서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추려지지만’, 집단선택 과정에서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적은 집단이 ‘추려지게’ 된다. 
(노동시장과 같이) 계약이 완전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시장이 사회의 보편적인 거래양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면, 그 이면에는 어떤 차원으로든 불완전한 계약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뭔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게, 우리가 지금껏 본 것처럼 상호적 인간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상호적 인간은 시장의 존재와 그 원활한 작동에 하나의 전제조건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법, 규칙, 관습 등을 ‘제도’라 부른다. 그렇다면 제도는 왜 문제가 되는가? 그 이유는 제도의 존재가 우리가 방금 얘기했던 개인선택 과정의 속도를 늦추고 집단선택 과정의 효과를 증폭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의 이타적인 행동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타적 인간이 사회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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