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해결점까지 '조금 현명하게' 헤매는 방법
회사에 입사해 디자이너로 일한 지 3년이라는 짧기도 길기도 한 시간 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겪다 보면서,
어떤 날은 방향을 잘 찾아 빠른 시간에 기분 좋게 마무리해 뿌듯한 적도 있었지만 어떤 날에는 헤매고 헤매다 마감시간에 쫓겨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은 채로 보내주어야 한 적도 있었다.
물론 이 헤매는 것 또한 배움의 과정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들쑥날쑥한 작업시간과 퀄리티는 디자이너에게 스트레스를 줄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난 재능이 없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
아래 "시니어 디자이너 vs 주니어 디자이너"라는 글은 솔루션을 찾아가는 여정을 아주 쉬운 그림으로 비교 해 놓았다. 당신의 프로세스가 주니어 디자이너 것과 같다면 얼마나 스트레스받을지 그림만 봐도 상상이 갈 것이다.
Q. 그렇다면 시니어와 주니어의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시니어는 경험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본다. 그리고 아니라고 생각되면 되돌아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가고 하는 것들을 반복하여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간다.
그렇다면 주니어 디자이너는? 한 가지 시도를 어떻게든 꾸역꾸역 좋게 해보려고 기나길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목적지에 도달한다.
다른 요소 또한 존재하지만, 경험의 차이가 곧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러 디자이너가 시도해본 방법들을 모아 항목화 하여 정리하고 하나씩 적용해보면 이 헤매는 시간이 조금 단축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9가지의 그래픽 디자인 발상법
우리는 작업할 때 핀터레스트, 비헨스, 드리블 등등 레퍼런스를 참고할 수 있는 사이트 등에서 좋은 작품들을 보고 활용하기 위해 주제별로 수집/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 또한 리서치를 할 때마다 좋은 작품을 수집해 놓는데, 보다 보면 "멋지다!"라고 생각되는 작품들이 사실 공통적인 발상법으로 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툴킷을 만들기 위해 기본적인 디자인 원리(Design principles)를 참조하는 것 이외에도 디자이너들이 멋지게 풀어낸 발상법들을 한데 모아 공통점을 파악하고 통합/정리해 보았다. 항목의 수는 12개까지 늘어났다가 최종적으로 9가지의 발상법으로 요약하였다.
*물론 다른 기본적인 디자인 원리들이나 기발한 아이디어 재료들이 이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활용성이나, 기본적인 부분들은 다른 9가지를 위해 통합/생략되었음을 알린다.
이제 9가지로 정리된 발상법들을 하나씩 소개하려고 한다.
1. 반복과 대비 ( Repetiton & Contrast )
반복과 대비는 가장 기본이 되는 디자인 원리이다. 색상,간격,모양,크기 등등 반복을 통해서 통일성을 얻을 수 있고, 이를통해 우리는 '정돈되었다','깔끔하다'라는 인상을 받게된다. 반복은 또한 필연적으로 '규칙성'이 생기게 되는데 반복 가운데 '규칙성을 깨는 것'이 등장한다면 그 존재는 더욱 도드라져 보여 큰 대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시들은 요소의 반복과 그 안에서의 대비로 강조효과를 내는 작품들로 모아보았다.
2. 잘라내기 (Cut out)
우리의 손에 가위, 칼이 들려있다고 상상하며 디자인을 해보자. 이 도구를 이용해 다양한 이미지를 자르고 붙여 콜라주(collage)를 시도해 볼 수도 있고, 현재 보고 있는 면을 뚫어 캔버스 뒤편의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다. 그것이 노을이든 잔디밭이든 뒤편의 또 다른 캔버스든 말이다.
현 트렌드에서 복잡한 콜라주는 잘못하면 예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 때문에 현재 포트폴리오 사이트에서 잘 보이는 스타일은 이니지만 트렌드는 돌며 아직 때가 되지않았더라도 촌스럽지않은 콜라주가 어디선가 또 나타나 줄것이라 믿는다. (세상은 넓고 능력자는 많다~)
그렇다면 이 방법 중 가장 트렌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페이퍼아트라고 생각한다. 플랫 디자인과 깔끔한 컬러, 거기에 허전할 수 있는 단면을 채우는 종이의 텍스쳐는 서로 어우러져 '좋아요/pin'를 누를 수밖에 없게 만든다.
3. 프레이밍 (Framing)
프레이밍은 선이나 면, 형태를 통해 오브젝트를 가두는 역할을 한다.
갇힌 오브젝트는 배경과 분리되어 시선을 끌며, 프레임을 약간 벗어나게 배치한다면 입체감을 살리는 효과를 줄 수도 있다.
4. 텍스쳐 (Texture)
그래픽에서의 텍스쳐(질감)는 시각적으로 물성을 표현함으로써 형태 외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된다.
우리는 실제 그 물질의 텍스쳐를 흉내내는 것만으로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경험까지 전달할 수 있다.
디지털이 발달할수록 수채화의 번지는 느낌과 연필의 질감, 갈라지는 거친 붓 등 현실세계에서의 질감을 더욱 그리워하고 표현하려 노력할것이다.
우리가 표현해야할 것이 감성적인 부분이라면 텍스쳐를 더욱 고민해보자
5. 네거티브 스페이스 (Negative space)
네거티브 스페이스는 작업 영역 안의 오브젝트를 제외한 부분을 지칭하지만 그 의미를 ‘나머지’ 부분으로 여기면 안 된다. 이 또한 하나의 강력한 디자인 도구이며 강조, 리듬, 정보의 청킹, 분위기(고급스러움, 심플함, 활기참)등을 표현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네거티브 영역이 새로운 형태를 창조해 내어 색다른 가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런 작품들은 대게 게슈탈트의 원리 중 접근(Proximity)과 폐쇄(Closure)가 적용되어 완성된 형태를 볼 수 있다. 두가지 이상의 형태가 겹쳐보이면서 시각적인 흥미를 일으킬 뿐만아니라 의미전달에서도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6. 오버랩 (Overlap)
오버랩은 말 그대로 겹치는 방법이다.마치 셀로판지를 몇 장 겹친 것과 같은 느낌을 줄 수도, 반투명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으로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두 가지의 형태가 겹치면서 생기는 공통영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디자이너가 의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7. 3D 뎁스
3차원을 표현하는 방식 중 3D 뎁스는 x, y, z를 평면에 표현해주는 방법이다. 특히 아이소메트릭(isometric) 일러스트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으며 많은 디자이너들이 일러스트레이터, 시네마 4D 등의 툴을 통해 포폴사이트에서 선보이고 있다.
알파벳의 형태로 건물을 짓는다던지, 마치 심시티를 한 듯 새로운 월드를 창조해내기도 한다.
8. Z뎁스
Z-Depth는 x축과 y축으로 이루어진 모니터 속의 오브젝트들이 마치 가깝고 멀리 있는 것처럼
Z축의 깊이를 만들어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두께와 소실점이 존재하는 현실세계와는 달리 Z뎁스는 사실 가위로 오린 종이들의 순서를 배치하는 정도로만 표현이 가능하다. 주로 그림자 효과와 함께 사용되어 엇갈리는 형태로, 평면 사이에서의 깊이감을 표현하고 있다.
9. 접기
어릴적 TV를 보며 아저씨를 따라 접었던 종이접기를 그래픽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접히면서 보이는 뒷면에 다른 색상이나 이미지를 채울 수도 있으며 접은 부분을 따라가는 텍스트로 입체감을 줄 수 있는 등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
미니멀하면서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앱 아이콘이나 로고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9가지 아이디어 툴을 설명을 모두 마쳤다. 디자인이란 해결점을 찾기 위한 무수한 실패의 연속임을 하루하루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이것들로 해보고자 하는 것들을 빠르게 시도하고 빠르게 실패해볼 수 있다.
디자인 미션을 받고 첫 백지를 맞이 하였을 때의 막막함은 어떤 디자이너라도 맞이하는 감정일 것이다. 나 스스로 좋은 솔루션을 빠르게 내고 싶어 시작한 작업이지만 이 툴킷이 많은 분들에게 그 막막함을 조금이나마 걷히게 해줄 도구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