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지망생 '친구'를 기억하며..
'친구'라는 제목으로 글을 꼭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와 ‘우정’에 관해 글을 쓰면 그 옛 친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 늘 망설이고 있었다. 물론 그 예전의 '친구'가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나도 '친구'라고 다시 부르기도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오래전에 그는 나와 '절교'(絶交) 했으므로.
친구 1.
예전에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일이다. 매일 함께 웃고 떠들고 돌아다니며 놀던 그 친구가 어느 날 필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리고는 '절교'를 통보했다. 이제 너와는 더 이상 함께 얘기하며 놀 수 없다고.
필자와 만나서 학교에서 또 방과 후에도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친구들이 워낙 많아서 (그중에 상당수는 연락이 뜸하거나 아예 끊긴 경우도 많지만) 우연히 이 글을 읽어 보는 친구들 중에서 "혹시, 나 인가? 설마 내가 그런 일을?"하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편지를 보낸 바로 그 친구가 만약에 정말로 이 글을 (정말 우연히라도) 보게 된다면, 그는 금방 기억해 낼지도 모른다. 그가 한 말을, 정확히는 그가 편지에 적은 그 말을 여기에 그대로 옮겨 적으면.
그때 그 시절에, 그의 말에 의하면 예술적 '영혼'이 통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그는 자유로운 예술가의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창의적인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필자는 그 당시 '춥고 배고프다'는 작가의 길을 가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필자는 그때 작가가 되는 길에 동참하지 못했고 그는 그렇게 나를 떠나가고 말았다. 아니다, 그는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우리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는 대학도 인문학 전공으로 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가끔씩 전해 들은 바로는 대학 졸업 후에도 글쓰기를 계속했다고 한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그 '춥고 배고픈' 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갔고 자신의 선택이 자신에게는 가장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유일한 방식이라고 믿었고 또한 그것을 스스로 증명하고자 했다고만 들었다.
친구 2.
같은 학교를 다니며 그 당시 밤늦게까지 함께 공부하고 수다를 떨며 자주 놀기도 했던 또 다른 친구가 있었다. 친구 1과도 잘 아는 사이다. 그 친구는 국. 영. 수 보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더 좋아했고 이미 그때부터 많은 시간과 열정을 글쓰기에 쏟아부었다. 습작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고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아예 대학을 포기했다. 글쓰기에만 전념하기 위해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했고 한동안 매일 글만 썼다. 경제적으로 생업이 어려워 고생한다고 전해 들었다.
필자는 그가 어렵게 글 쓰는 동안 생활비 때문에 매월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어떤 직장에라도 잠시 취업을 했는지 퇴사를 했는지 결혼하고 아이는 양육하는지 혹시 이혼을 했는지 전혀 모르고 지냈다.
그리고 수년의 시간이 많이 더 지났다. 어느 날 다른 동기로부터 그는 '00 문학'을 통해 작가(소설가)로 정식 등단(登壇)했다고 들었다.
친구 3.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혹시, '스토리 크리에이트'로 선정 안되셨나요?"라는 글을 브런치에 쓰고 있는 '친구'다. '응원하기'(후원금) 새 기능이 이러니 저러니에 관심 갖고 들여다보고 있는 브런치스토리 회원 작가로 활동 중이다.
취업하는 데 대학 “졸업장”의 의미가 많이 무색해져 버리듯 "작가 인플레이션"이라는 말도 있는지 모르겠다고 궁금해하는 '친구'다. 그는 '전업 작가'는 아니다.
그는 요즘 어디에서나 '작가'라는 호칭이 많이 붙어 있는 것을 볼 때면 "누구나" 작가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도 그 "누구나"에 속하는지는 아직 모르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지금 "작가 놀이"에 깊숙이 푹 빠져 있는 자신을 다른 "친구 1과 2"가 혹시라도 알아볼까 봐 가끔씩 얼굴이 많이 화끈거린다고 한다.
또, 실은 그 옛 친구가 그리워 아주 많이 보고 싶어 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어학사전],
절교(絶交) : 사귀어 오던 교제를 끊음.
*글쓴이의 주(註) : 여기서 글 쓰는 분들이 '작가'가 아니라는 말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