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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May 29. 2024

어떤 자화상(自畵像)

THL 창작 시(詩) #128 by The Happy Letter


어떤 자화상(自畵像)



출근시간에 쫓기고 있다

다이어트 삼아 계단으로 올라가려 했지만

귀차니즘에 이내 그만두고 만다


가만히 서있는 것만 같은

혼자 타는 엘리베이터는

혼자 걷는 계단처럼 낯설 때가 있다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 사방(四方)의 거울에 비친

불안해하는 자신의 모습에 흠칫 놀란다


강박(强迫)에 시달리고 있다

자존감(自尊感)으로 완벽주의를 추구하려 했지만

안절부절못하는 자신이 낯설 때가 있다


허세(虛勢)에 매달려 있다

지적 허영심보다는 호기심이라 부르고 싶었지만

오늘도 현학적(衒學的)이고 싶을 때가 있다


알량한 자존심에 낯부끄럽다

순전히 당신 덕분이다 말하고 싶었지만

순순히 시인(是認)하지 못할 때가 있다


사방 ‘거울’ 앞에 또다시 쫓기고 있다

피하지도 숨기지도 못할 것임을 알기에

나는 허리 숙여 그 거울 앞에 미안하다 절을 하고 만다



by The Happy Letter












귀차니즘 : 만사를 귀찮게 여기는 것이 습관화된 상태.(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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