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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Aug 31. 2023

솔직한 글쓰기와 자기 검열의 딜레마(Dilemma)

브런치 글쓰기(9)-'읽기'보다는 '쓰기'와 '발행'에 치중된 부캐 느낌


이 글은 필자처럼 "익명"(匿名, anonymous)으로 글쓰기 중이신 분들에게만 허심탄회(虛心坦懷)하게 나누는 지극히 개인적 느낌의 글임을 먼저 밝혀둡니다. 따라서 지금 실명實名(본명, 本名)으로 글 쓰는 분들은 혹시 읽으시더라도 오해 없길 바랍니다.






최근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플랫폼이 '읽기' 보다는 주로 '쓰기'와 '발행'에만 치중되고 있다는 알 수 없는 소문(?)을 접한 뒤로는 필자도 좀 더 시간을 내어 여러 분야의 글들을 조금씩 더 읽으려 하고 있다.


브런치 작가님들의 여러 글들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솔직한 글쓰기의 어려움"에 관한 짧은 단상을 - 필자의 글쓰기도 한번 새롭게 성찰해 볼 요량으로 - 여기에 적어본다.





1.

필자가 최근에 접한 글들에 국한해서만 서술한 것이니 일반화시킬 수 없음도 분명히 해둔다.

개인적으로 뵙기에 (외람되지만) 여기 브런치 작가분들은 모두 심성이 곱고 자상하시며 세상 어진 분들인 것 같다. 필자가 읽은 (홍보나 광고성 글을 제외한) 대부분의 글들에는 그야말로 순박한 '솔직함'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것 같아 글 몇 편을 흥미롭게 연달아 읽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 흠칫 놀랄 때가 많이 있을 정도다.


바쁜 일상사에서 놓치기 쉬운 기발한 아이디어, 숨은 이치, 자연의 순리 같은 삶의 지혜 이외에도 함께 사는 가족 간의 "티격태격", 아기자기한 행복 이야기며, 애잔한 러브 스토리, 또 사회생활 속 이웃과 남을 위한 소소하지만 중요한, 세심한 배려, 선뜻 베푼 작은 양보와 친절, 그리고 따뜻한 격려가 묻어나는 어떤 '선물' 같은 멋진 글들은 읽는 내내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또 좀 더디고 늦어도 인내하며 최선을 다하라는 응원 글과 꼭 원하는 것을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오늘 비록 "실패"(?)했다 하더라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글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힘내라고 보내주는 응원의 박수 같은 글들, 기상천외(奇想天外)한 해외 여행담... 모두 다 우리의 마음을 뭉클하게 움직이고 우리 모두를 훈훈하게 해 주는 글들이다. 또 여러 글들을 읽다 보면 저장하고 싶을 만큼 요긴(要緊)한 정보가 있는 글도 있고,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고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로 슬픈 사연도 있다.


문득, 실제로 오프라인의 일상 속 사회생활에서도 이런 작가분들 같은 사람들만 만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하고 정겨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자기 과시나 자기 자랑하시는 작가분의 글도 어떤 거부감 없이 보는 편이다. 자기만의 라이프 스타일이니까. 그리고 남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자기 PR"에 그 작가분도 이 브런치 글쓰기 플랫폼을 (필자처럼, 여느 작가들처럼) 백 퍼센트 활용하고 싶을 테니까.





2.

필자도 솔직한 글이 그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익히 배워 알고 있고 또 그렇게 쓰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브런치든 어디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다" 쓸 수는 없다는 데에 있다.


정말 격 없이 오래된 친한 친구와 술 마시며 (2차, 3차 자리까지 옮기며)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여기서 어떤 여과 없이 그대로 다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꼭 누구 뒷담화나 험담(backbiting) 하는 것이 아니어도, 말하자면 사사로운 시기나 질투로 자존감 낮은 일상의 "추한 몰골"을 다 드러내듯 무절제한 글을 쓸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말이다.


자기 혼자만의 넋두리나 푸념 같은 것을 생각나는 대로 모두 여기에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글을 공개한다는 것은 엄청난 책임의 무게를 염두해야 하는 행위이다. 함부로 뱉어낸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듯이, 하물며 쓰고 '발행'까지 한 글은 글을 읽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꼭 무슨 종교적 문제나 정치 비판 같은 민감한 이슈가 아니더라도 (그런 소재나 주제에 관해 쓰고 올리는 것은 작가들의 자유다.), 예를 들어, 가족에 대한 아주 사적인 이야기는 아무리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쉽게 쓰지 못하는 작가분들도 많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른 작가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어떤 가족이든 감추고 싶은 흑역사도 있을 수 있고 차마 들어내고 말하지 못할 아프고 불운한 가족사가 있을 수도 있다. 가족 내 또다시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과거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불행하게도 지금도 그 고통이 현재 진행 중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가족 구성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까운 친인척의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가족이 없는 소위 1인 가정이라는 '혼삶'을 영위하는 분들도 혼자 살아가면서 겪는 고충을 있는 그대로 다 토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감추고 싶은 내밀한 사적 이야기를 여기 브런치에 다 공개하는 데에는 분명히 어떤 대단한 결단과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필자가 읽은 글들 중에 간혹 어떤 글들은, 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진짜 이 정도까지 다 적나라하게 노출하며("까발리며") - 여기서 이런 단어를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 써야 하나 싶을 정도의 지극히 사적인 글도 있다. (브런치가 글 읽기와 쓰기에 나이 제한은 없나 하는 생각이 드는 글도 있었고)


특별히 아주 인상 깊게 오래 기억에 남는 글도 있었다. 그런 글의 특징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필력이 뛰어나서인지 아니면 글 내용의 '공감도'(共感度)가 높아서인지 읽는 내내 몰입감이 아주 높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연스럽게 그 글만 줄줄 따라가며 읽게 되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한, 또는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서의 어떤 감동스러운 대목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이 모든 사적 에피소드(episode)가 백 퍼센트 다 실화이고 사실이라면 (물론 필자는 모두 다 사실이라고 믿는다!) 글을 쓰는 작가분의 (공개하는) 용기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마치 작가의 슬픈 고뇌나 아픈 체험들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이(轉移)되어 오는 것처럼 진한 여운이 오래 남는 사연들은 더더욱 그렇다.





3.

하지만 앞서 미리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필자는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또 디테일하게 다 쓰지는 못한다.


그 감동 깊은 체험담을 생활 수필 에세이로 담담히 써 내려간 작가분들도 나중에 여차하면 발행한 글 다 취소, 삭제하고 잠수 타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싫든 좋든 여기 발행한 글은 앞서 위에 말한 바와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순간 어떤 영향을 주고 또 온라인상에도 평생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내용에 따라선 어떤 후속 여파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행위(글쓰기)를 우리 모두는 여기서 지금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앞서 다른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연유로 의식적으로 행하게 되는 어떤 '자기 검열'과 그런 '필터링'으로 걸러지고 또 걸러진 말과 글을 쓰다 보니 최종 발행 전 찬찬히 다시 읽어보면 "과연 내가 원래 쓸려고 했던 그 글이 맞나" 싶을 정도가 된 적도 있다.


그래서 필자가 하고 싶은 주된 말은, 인터넷 온라인상의 "부캐"와 오프라인의 "본캐"(주캐) 사이의 '괴리'(乖離)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독자들에게 드러내는 모습은 철저히 어떤 자기 검열을 거친 - 좋은 말로 하면 - "정제된" 모습이고, 다른 표현으로는, 좀 "여과된" 이미지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로 인한 '괴리'에 (전혀 의도치 않았다 하더라도) 각자의 판단과 평가의 딜레마(Dilemma)가 상존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여기서 경험하는 (이 글 서두에 언급한) 인자하고 자상한 익명의 작가님들은 당연히 모두 다 오프라인의 "본캐"에서도 그러하시리라 확신함을 분명히 밝혀둔다.


차가 많이 막히고 정체되는 와중에 갑자기 끼어들기를 해도 인심 좋게 양보 운전하고, 바쁜 출퇴근길이나 번잡한 지하철, 버스 등 교통편에서나 출입구에서도 먼저 내리고 타라고, 또 먼저 들어가고 나오라고 기꺼이 그리고 흔쾌히 양보하실 분이라고 믿는다.


바쁘게 길 가다 어깨나 팔을 잠깐 부딪혀도 언성을 높이며 쏘아보는 대신 "바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너그럽게 봐주실 분이라 믿는다. 그런 분들이기에 서두에 말한 그런 글도 쓸 수가 있다고 믿는다.


필자 또한 평소에 아무리 '익명'(anonymous)으로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상의 "부캐"로 하는 말과 행동에도 오프라인 못지않게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그러한 책임의식도 반드시 함께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필자가 가진 문제의식은, 글쓰기에 있어 지나친 '자기 검열'을 거친 글들은 독자들에게 "평소 모습과는 다른 자신만의 성향과 취향을 극대화한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이라는 (본의 아니게) "부캐"로만 비칠 수도 있고, 또 그로 말미암아 (본의 아니게) 작가 자신의 또 다른 "부캐"만을 여기 온라인상에서 경험하게(그런 글을 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며, 동시에 필자만의 어떤 자책(自責)이다.



혹시..., 필자 또한 마찬가지로 그런 식의 온라인 "부캐 만들기"에 편승(便乘)하여 여기서 그저 "부캐"로서 '글쓰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일 뿐일까…?









다음 [어학사전],

부캐 (副-character) : 온라인 게임에서, '주캐' 이외에 그와 더불어 사용하는 캐릭터.

적나라하다(赤裸裸--) :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나 더 이상 숨김이 없다.

공감도(共感度) :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정도.

괴리(乖離) : 서로 어그러져 동떨어짐.

편승(便乘) : 어떤 세력이나 흐름에 덧붙어서 따라가 자신의 이익을 거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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