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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un 03. 2024

휴일 풍경(休日 風景) 2

THL 창작 시(詩) #133 by The Happy Letter


휴일 풍경(休日 風景) 2



그는 여태 한 번도 늦잠을 잔 적이 없다

어김없이 일요일 아침이면

온 동네 울려 퍼지게

집 앞 교회에서 연이어 종을 치기 때문이다


바로 귀 옆에다 대고 치는 것처럼

그 쇠와 쇠가 부딪히는 종소리

아주 우렁우렁하게 크고

선명(鮮明)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도 불평불만이 없는가 보다

시청에서도 아마 허용해 준 모양이다

그 까랑까랑한 종소리

수년째 똑같이 반복되는 걸 보면


그가 내다보는 창 밖으로

멀리서부터 하나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교회 앞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들

백발(白髮)의 노인(老人)들이 많이 보인다


그들은 누구를 위한 기도(祈禱)를 할까

세상 떠날 날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을 위해

아니면 남아서 추모(追慕)해 줄 자식들을 위해

그 사랑스러운 손주들을 위해 기도를 할까


사람들이 다 들어간 뒤 교회 건물 앞으로

한 무리의 초췌(憔悴)한 청년(靑年)들이 걸어가고 있다

그들도 예배(禮拜)를 드리러 가나 했는데

그들은 교회를 그냥 지나쳐 간다


집으로 가는 중이었나 보다

어제 저녁 늦게 집을 나와

밤새 파티에 술 마시고 춤추며 놀다가

이제서야 귀가(歸家)하는 모양이다


그 까랑까랑한 종소리 들으며

노인(老人)들은 기도하려 교회 안으로 들어가고

그들이 떠난 요람(搖籃) 같은 집 안으로는

그 종소리 들으며 손자 손녀들이 들어가고 있다



by The Happy Letter













요람1(搖籃) : 1. 사물의 처음 발생지나 근원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기본의미) 젖먹이 어린아이를 태우고 흔들게 만든 물건. 어린아이를 잘 놀게 하거나 재우기 위해 사용하며, 작은 채롱처럼 된 것을 끈으로 매단다. 3. 포근하고 아늑한 자리나 장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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