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쓰기(32)
오랜만에 짧은 안부인사를 보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지난번에 한동안 글발행을 안 하셔서 무척 궁금했어요. 나는 그냥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어요. 예전보다 책은 좀 못 읽고 있는 편이지만 틈틈이 떠오른 단상을 설익은 에세이로 혹은 시(詩)로 적어 두었다가 조금씩 다듬어 발행하고 있어요.
아마 독서보다는 "작가놀이"가 더 재밌나 봐요. 하지만 이젠 여기서 이런 자조적(自嘲的)인 표현은 더 이상 쓰지 않으려고 해요. 어떤 글에선가 '브런치 등단'이라는 말을 봤기 때문이에요. 그 작가 분의 자부심(自負心)과 자긍심(自矜心) 앞에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어요.
최근에 별로 신나는 일이 없어서인지, 자존감이 떨어져서인지 [행복한 2등 상(賞)]이라는 글도 써보고 [행복 총량(總量)의 법칙?]이라는 테마에 관해서도 발행하며 내 인생을 그냥 가만히 흘러가는 대로 맡겨두고 있기보다는 '능동적 개입'을 해보려 애써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이 나이 먹도록" 행복이 뭔지 모른다는 게 어찌 보면 참 우습고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기도 해요.([어처구니]라는 단어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찾아보니, "'없다'와 함께 쓰여, 뜻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힘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오네요ㅠ)
다들 미래를 위해 꽃다운 청춘을, 현재를 저당(抵當) 잡히면서까지 살지는 말라고들 하네요. 아직도 행복이란 무엇인가 하는 책들을 펼쳐 보고 있나요? 어차피 지금까지 살아오며 고집스럽게 지켜온 그 신조(信條)와 신념 안 바꾸실 거잖아요. 어차피 난 이런 "두루뭉술한" 자기 계발서 같은 책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야 하며 "전투적"(?)인 모드로 책 읽으시잖아요. 저마다 행복은 '여기 그리고 지금'(here and now)이라고 말하니 "지금 그리고 여기"가 맞냐, 아니면 "여기 그리고 지금"이 맞냐 찾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잖아요.
여기는 지난 주말 날씨가 너무 따뜻하고 화창하여 다들 빨래 널기 참 좋은 날씨다 했을 것 같아요. 이 좋은 햇볕 놓칠 세라 서둘러 산책길에 나서 걷다 보니 금세 좀 더워졌지만 그늘진 숲 속 길은 금방 서늘해지니 긴 팔을 입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 참, 여긴 벌써 체리가 하나 둘 영글어 가기 시작했어요. 아마도 이번 달 말쯤이면 길가 노점에서도 농장에서 갓수확한 체리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 체리는 거의 검은색이라 할 만큼 짙은 검붉은 색으로 열매가 굵고 과즙도 많은 편이라 아주 맛있어요.
산책길 길가나 숲 속에 열린 체리는 그냥 '관상용'인 줄 알았는데 (그냥 사진만 찍었어요~!) 이 동네 날아다니는 새들이 출출하면 와서 따먹는 간식이더라고요!^^ 예전에 큰집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뒷마당 한편에 서있던 큰 감나무 맨 꼭대기 위엔 잘 익은 감인데도 두어 개는 다 따지 않고 새들 쪼아 먹으라고 늘 일부러 남겨둔다고.
지난해 체리 영글어 갈 무렵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지요? 어디 누구에게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작가’가 되었다고 엄청 기뻐하셨잖아요. 글도 근력을 키우듯 필력을 다지면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그러니 마지막 기다리고 있을 한 분의 독자, 자신을 위해서라도 기운 내세요. 자신이 모든 걸 다 잘할 수 없다는 것도 스스로 인정하기가 누구나 쉽지는 않을 거예요.
THL 작가님, 더 더워지기 전에 지금 여기의 화사한 햇볕 만끽하고 지나는 새들에게 양보(讓步)하는 '작은 여유'에 행복을 느끼는 흐뭇한 나날 되길 바래요.^^ 그럼 이만 총총.
by The Happy Letter
자부심(自負心) :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믿고 당당히 여기는 마음.
자긍심(自矜心) :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마음. (다음 [어학사전])
체리(cherry) : 버찌라고도 불리는 체리는 장미과에 속하는 과수로 유럽계와 동아시아계 두 가지로 분류되며, 유럽계를 식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열매를 맺는 종은 '감과 체리'와 '산과 체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감과 체리는 터키가 원산지이며 산과 체리는 남서아시아에서 남동 유럽이 원산지이다. 꽃은 흰색이고 5~7월에 검붉은 색을 띤 둥근 과실을 수확한다.(출처 [대한민국 식재총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