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쓰기(34)
필자가 여기 브런치 작가로 데뷔(début)하여 첫 글을 발행(2023.7.5)한 지 이제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원래는 지금까지 약 4백여 편의 글을 발행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자 1주년 자축(自祝) 겸 7월 초에 감회(感懷)를 담은 한 편의 글을 따로 발행하려 했는데 굳이 꼭 그때까지 기다려야 할 필요는 없어 보여 주말에 노트북을 펴 들었습니다.
이 글이 열심히 브런치 활동하시는 작가님들이나 늘 흥미롭게 브런치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에게 - 자극적인 제목부터가 - 불편한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지난 1년간의 브런치 글쓰기에 대한 이런저런 단상을 반추(反芻)해보고 나름대로 '소회'(所懷)를 남기고자 함이니 부디 넓은 마음으로 양해(諒解) 바랍니다.
필자 자신의 향후 거취와 관련하여 일단(一端)의 소회를 피력한들 어느 누가 관심 갖고 궁금해하기라도 하겠습니까만은 (지나시다 우연히 발견하더라도) 최소한 지금 막 브런치스토리에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신 분들에게라도 필자의 이 짧은 경험담이 나름 어떤 일독의 의미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글을 발행하는 필자의 매거진 <THL 브런치 글쓰기 습작노트>를 읽어오신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400여 편의 글을 써오면서 (어쨌든 1차 목표로 삼은 365편은 달성한 것 같지만) 중간중간 몇 번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필자의 발행글 수가 좀 많아 보이지만 여기저기 이웃 작가님들 기웃거리다 5~6백 편을 넘어 n천편이 훨씬 넘는 글을 발행하신 작가분들도 다수 있음을 보고 놀란 적도 있었습니다.
혹자는 글태기, 글럼프로 표현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마다 어떤 개인적인 이유(생각이나 환경 변화)로 혹은 어느 날 갑자기 글쓰기가 너무 무료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져서, 혹은 기대보다 호응이 너무 없어서 아니면 글감이 없어서 글쓰기에 회의(懷疑)를 느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외에도 저마다 글이 잘 써여지지 않는 이유는 차고도 넘치리라 봅니다. 특히 컨디션이 좀 안 좋은 날은 쉬어야 함이 답인데 꼭 써야 한다는 강박에 쫓길 수도 있습니다.
필자도 이러다가 이런저런 연유로 글발행 간격, 그 인터벌(interval)이 자꾸 길어지다 보면 1 ~ 2년 열심히 하다 싫증 나서 브런치와의 관계가 소원(疏遠)해지게 되고 말까 하는 걱정이 든 적도 있었습니다.
필자의 경우도 브런치를 그만두는 여러 수많은 이유들 중 그저 지극히 사적인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니 결코 일반화할 수 없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물론 그동안 좋은 소식도 있었습니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지만 브런치스토리팀 에디터에 의해 '콘텐츠 큐레이션 공간 [ 틈 ]의 모바일 다음 첫 화면'에 필자의 글이 실려 흐뭇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필자의 매거진 <THL 행복 에세이>에 발행했던 졸고 [하루에 몇 시간씩 '감정 노동'하고 있나요?]에 이어 최근 발행했던 에세이, [행복한 2등 상(賞)]도 브런치 에디터에 의해 픽되었습니다. 그리고 발행한 지 며칠 만에 조회수 4k 넘게 기록한 에세이, [외로움을 대하는 방식]도 잠시나마 글 쓰는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에세이를 주된 장르로 쓰려고 했지만 힘들 때면 시(詩)의 형식을 빌리기도 했지요. 필자가 시를 이렇게 많이 쓸 수 있다는데 스스로도 많이 놀라게 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필자가 적응이 늦고 부족한 탓이겠지만) SNS 관련 사전 경험이나 이와 비슷한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여기 브런치에서 겪는 어떤 낯설음과 어리둥절함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바로 "소통"에 관한 문제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발행하는 것도 여느 다른 블로거 못지않게 독자(작가)들과의 소통이 “요구되고 기대되는” 환경이라는 것을 첫 글 발행할 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아니면 글 발행을 거듭하면서도 이 부분을 '과소평가'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글만 발행하면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여기서 같이 "분위기에 어울리기" 위해선 서로 주고받는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누구는 "상호 소통"(댓글과 대댓글 등)이라고도 부르고 누구는 "품앗이"라고도 부릅니다. 또 누구는 "좋아요(라이킷)" 또는 "구독"과 "응원"을 통해 적극적인 공감표시를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더욱이 문제는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주고받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의도적으로, 그리고 인위적으로 "어떤 수치"를 늘리기 위해 애쓰는 각종 논란들, 과연 글을 제대로 읽느냐 안 읽느냐 등의 갑론을박(甲論乙駁)은 여기선 생략합니다.)
물론 이 또한 개인적 의지와 취향에 따라 다른 방식을 택할 수도 있고 "이런 분위기"에 전혀 동참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가며 자기만의 글쓰기를 계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글이 말보다 강하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혹자는 개인적 성향상 평소 버스나 지하철에서 낯선(?) 아저씨(작가)에게 또는 낯선 아주머니(작가)에게 말을 걸거나 대꾸하는 등 (아무리 SNS의 일종이고 온라인상일 뿐이라고는 하지만) 어떤 말[글]을 섞는 그 자체가 몹시 어색하고 불편할 수도 있으니 그 또한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필자가 브런치를 떠나려는 이유를 적고 싶었지만 실은 브런치를 떠나지 않으려는 이유도 같이 써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글쓰기 습작과 발행을 반복하면서 몸에 밴 습관과 루틴의 미명하에 깊이 자리한 중독성도 있겠지만 몇 번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결코 쉽게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의 그 "인정욕구"를 재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 '브런치스토리'라는 글쓰기 공간에서도 독자(작가)분들로부터 "인정"받고자 발행글 한 편 한 편에 애쓰고 있는 자신이 한없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정해 주시는" 독자(작가)분들 때문에 아직도 여기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도 하나의 '일'입니다. 필자는 글쓰기가 고도의 정신적 노동이라고 봅니다. 어쨌든 모든 일에 있어 지치지 않으려면 (체력도 튼튼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대가'가 있어야 하겠지요. 그 일에 대한 대가 중 하나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사 무슨 일[삶]이든 재미가 있으면 그 일[삶]은 계속할 수가 있습니다. 그 재미로 자기만족을 누릴 수만 있다면!
물론 거기에 더해 금전적 보상 같은 대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전업작가 분들 말고는 여기 브런치스토리 환경 특성상 취미생활로 무슨 '큰돈' 벌고자 하는 작가분들은 - 개인적으로 보기엔 - 비교적 소수인 것으로 보입니다.(다분히 작가들끼리의 "품앗이" 성격인 응원 기능으로 수수료 다 떼고 난 뒤 남은 소정의 응원금액이라도 생계수단으로 삼으려는 분들은 물론 예외이겠지만)
여기 브런치 글쓰기에서 기대하는 재미 이외에 다른 보상은 위에 언급한 '인정'이 아마 가장 크지 아닐까 싶습니다. 인정받지 못하는 인간관계는 오래갈 수 없고 인정받지 못하는 일[삶]은 오래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위에 언급한 '재미'도 마찬가지로 어떤 다른 재미가 아니라 바로 "인정받는 재미"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지 아닐까요? 이토록 중요한 인정은 바로 사회적 상호소통과 인간관계, 그리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교류하는 사회성 속에 형성되고 주어지리라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겪는 이런 인정은 오프라인상 일상의 사회생활 속 인정과는 결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이는 필자만의 착각일까요?
필자는 왜 아직 이 브런치를 떠나지 못하고, 아니 떠나지 않으려는 걸까요? 아마도 이 브런치에 둥지를 튼 글쓰기(글발행) 공간이 어쩌면 (때로는 감추고 싶고 때로는 나누고 싶은) 점점 더 아주 사적인 나의 소중한 기억 공간으로 진화(進化)되어가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런 자신의 아주 사적인 공간에 대한 애착(愛着)에 점점 더 정(情)이 들어가기 때문일까요?
그런 사적인 기억 공간과 "인정 재미" 사이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쩌면 필자의 이 심란(心亂)하고 미묘(微妙)한 시점(時點)에 혹시 단지 브런치 에디터에 의해 내 글이 다시 한번 더 픽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여기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데뷔(début) : 사교계나 연예계 또는 문단 등의 활동 무대에 처음 나옴.(다음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