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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Oct 04. 2023

양심(良心)에 관하여

브런치 글쓰기(14)-어느 베스트셀러 머리글(preface)을 읽다가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플랫폼에 쓰는 모든 글의 소재나 주제, 그 형식에 어떠한 제한도 없다는 것을 모두가 공히 인정하는 분위기라면 (좋은 일이거나 안 좋은 일이거나 상관없이) 아주 개인적 체험이나 사적 생각을 모두 다 쓸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어떤 글이든 글을 쓰는 것은 작가 개개인의 자유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공감과 감동을 주는 글이든, 아니면 좀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글이든, 어떤 글이든 쓰는 사람의, 발행하는 작가의 자유다.


필자도 최근 짧은 글을 여러 번 발행한 적이 있다. 얼마 전엔 심지어 "냉무"의 글 발행을 감행하기도 하고.(실은 오래 고민하고 엄선(嚴選)해서 발행한 '양자택일' 관련 글 속에 말하고 싶은 '메타포'(metaphor)가 있었지만 스포가 될 것 같아 독자분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는데 예상외로 호응을 많이 해주셔서 놀랐다.)


하지만 글을 읽든지 안 읽든지도 마찬가지로 독자의 자유다.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플랫폼은 플랫폼 구조상 말 그대로 메인은 '글쓰기' 플랫폼이지, "글 읽는" 플랫폼은 아닌 것 같다. 매일 발행되어 올라오는 글들이 너무나도 엄청나게 많고, 불특정 독자들은 매일매일 하루 24시간 내내 올라오는 그 글들을 도저히 다 따라 읽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발행할 수 있는 글 수도 제한이 없지만 그 많은 발행 글들이 모두에게 다 흥미진진 할 수도 없으므로.)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테마 관련 글 몇 개를 서치하고 찾아가며 읽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하루에 수백 편의 글이 계속 올라오는 데 물리적으로 읽을 수 있는 시간과 글 수는 (개인마다 차이는 좀 있겠지만) 각자에겐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필자의 이전 글에서도 이와 관련하여 언급한 적 있지만 매일 발행되는 그 많은 글들 중 10%의 글만 정독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많이 읽지 못하는 데 따른 사실상 어떤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을 느끼지 않기 위해 이러한 글쓰기 플랫폼상의 특성 운운하며 애써 자기 합리화를 하려 하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런 와중에 어떤 분이 어떤 시간에 필자의 글을 우연히라도 발견하고 읽게 된다면 필자에겐 아주 귀한 행운이 아닐 수 없으리라. 그런 연유로 인해 마찬가지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작가)분들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오늘도 필자는 그냥 개인적인 단상을 적어보고자 하는데, 혹시 나중에 책을 출간하게 된다면 어떤 머리글을 써야 할까 하다가 예전에 기억 속에 묻어둔 지극히 사적인 상념을 적어본다. 필자가 쓰고자 하는 새로운 짧은 글은 '양심'(良心)에 관한 이야기이다.


참으로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사유의 단상이지만 늘 생각만 반복하다가 어느새 잘 잊어버리곤 해서 여기에 짧게나마 기록해 두고자 한다. 아래의 3가지 베스트셀러 책 머리글들의 경우가 모두 다 양심(良心)의 문제인지, 아니면 필자의 어쭙잖은 새타이어(satire)에 불과할지는 모두 독자분들의 판단에 맡긴다.



1. 어느 철학자의 머리글(preface)

두꺼운 책 서두엔 으레 간략하게나마 책 구성과 메인 주제 등 소개 글귀가 적혀 있다. 이 책을 쓴 철학교수는 앞서 출간했던 책에 계속 이어서 이 신간의 글을 쓰게 되었다는 소개를 하면서 한 마디를 더 적고 있었다. 뒤늦은 고백이라고 표현했지만, 앞서 출간한 그 책을 쓰기 전에 유명한 철학자의 "00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밝힌다고 했다.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는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인정한다는 고백이었다.


또한 자신의 삶과 철학적 관점, 사상과 사유는 그 00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로 나누어진다고도 했다.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면 그 00 책을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도 있다고 했다. 그가 그 00 책을 만난 것은 자신의 삶에 큰 행운이다라고 했다.



2. 어느 노학자의 서문(foreword)

꽤 두꺼운 책이었다. 한 9백여 쪽의 분량을 가진 책이며 사진 한 장 없이 빽빽한 글로 인문 사회과학 전문 분야의 책이었다. 그는 책 서두에 수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연구와 집필 작업을 하면서 연구기관으로부터 '연구지원 장학금'을 받았음을 밝혔다. 그 노학자는 이 연구지원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면 이 많은 분량의 책을 다 집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었다.


그는 감사의 인사말 서문 속에 그의 책이 탄생하게 된 실질적인 배경이자 현실적 기반은 무엇보다도 그 선입금받은 장학금이다라고 재차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3. 어느 베스트셀러 출간 작가의 고백

인지도가 있는 유명 전업 작가이며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책을 출간한 바 있었다. 이 작가는 자신이 쓴 이 책이 지금까지 번 돈을 갖고 떠난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출간한 몇 권의 베스트셀러가 없었더라면, 그 책 판매 수입이 없었더라면 이런 여행을 다녀올 수 없었을 것이고 또 이런 생각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지금 이 책도 쓸 수 없었을 것이고.


그리고 그는 지금 새로 출간하는 이 여행에세이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어 또다시 많은 금전적 수익을 벌 수 있게 된다면 그 번 돈으로 다시 "해외여행"을 떠나겠다고 책 머리글에 적었다.






우리가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보다 정확히는 언젠가는 출간하려는 꿈을 꾼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용기와 투자(선투자先投資)를 요구하는 것 같다. 누가 우리에게 미리 연구지원 장학금이나, 글 집필 지원금을 먼저 주지도 않는다. 출간한 책도 없다. 베스트셀러도 없다. 따라서 출간으로 번 돈도, 모아둔 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글을 쓰고 있다. 언젠가는 책을 출간할, 그래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하는 꿈이라도 꾸며 또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그러다 보니 미리 꿈꾸어 보는 '머리글'도 머리에, 눈앞에 어른거린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양심껏" 머리글을 쓸 수 있을까...?

 










다음 [어학사전],

양심(良心) : 어떤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구별하는 도덕적 의식이나 마음씨.

메타포(metaphor) : 행동, 개념, 물체 등이 지닌 특성을 그것과는 다르거나 상관없는 말로 대체하여, 간접적이며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일.

어쭙잖다 : (사람이나 그의 언행이) 분수에 어울리지 않아 뭇사람의 비웃음을 살 만하다.

새타이어(satire) : 문학 작품 따위에서,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빗대어 비웃으면서 씀.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선투자하다(先投資--) : (사람이) 일이 앞으로 성공하여 이익을 얻을 것을 기대하고 미리 자본이나 자금을 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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