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쓰기(16) - 지난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매일 글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매일 절감(切感)하는 필자에게 글을 그렇게 쉽게(?) 매일 쓸 수 있는 별도의 노하우(know-how)라도 있냐고 어떤 분이 물어 오셨다.
글쎄, 노하우 같은 건 별도로 없는 것 같다. 자주 글 쓰는 버릇하다 보면 - 운동(sport)을 자주 꾸준히 하면 근력이 생기듯 - '필력'(筆力) 같은 게 생긴다고 한다. 필자도 여기 브런치스토리에 (취미로) 글쓰기 시작한 지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아 시행착오(試行錯誤)를 겪으며 Learning by doing의 심정으로 쓰고 있으니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무슨 일이나 대상이든 잘할(잘 대할) 수 있는 방법은 일단 그 일과 대상을 좋아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글쓰기를 좋아해야 글쓰기를 잘할 수 있고 (그리고 그것도 오랫동안 제대로) 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작가 지망생으로 조만간 '전업 작가'가 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면, 혼자 독학보다 빠른 효과를 보려면 글쓰기 전문 강좌에 등록하여 (글쓰기와 관련된 이론 및 실기, 문학적 기교와 스킬 등 포함) 제대로 배우는 것도 함께 고려해 볼 만한다.
지금까지 안 쓰던 글을 (물론 전업 작가가 아니라 "아직은" 취미라는 전제하에) 갑자기 쓰려면 어떤 형식의 글이든 물론 처음엔 힘들다. 이런저런 생각이 한꺼번에 막 떠올라 복잡해지고 또 뜻하지 않게 "힘"이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 혹자는 먼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하는 데 그것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독서를 하다 보면 사고의 폭과 깊이도 심화되고 생각도 정리되며 글감과 단상이 많이 떠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난번 다른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글이 잘 쓰이지 않을 때는 좀 기다리면서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한 권 두 권 꺼내 천천히 읽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읽은 많은 책들 속의 글들이 머리에 그리고 가슴에 쌓이고 쌓여 "흘러넘쳐 나올" 정도가 되면 한 줄 두 줄 자신의 글로도 나타나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매일 글쓰기의 노하우는 어쩌면 매일 읽기(독서)의 노하우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지금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매일 읽고 있다면 실은 이미 반은 실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필자의 짧은 에피소드 하나 소개하자면, 예전에 다닌 초등학교에서 일기(다이어리 diary)를 매일 쓰라고 자주 권장하며 감독(?)하곤 했다. 초등학교 1 ~ 2학년때는 큰 노트 형태에 윗부분 2/3 여백은 백지 형태로 그림을 그리고, 하단 1/3은 원고지처럼 깍두기 칸에 그 그림에 관련된 글을 (일기로) 4 ~5줄 쓰는 '그림 일기장'을 사용했다.(순서가 바뀌는 것이야 문제는 아니지만, 어쩌면 하단에 필기로 글을 먼저 쓰고 난 후에 이어서 그 글에 관련된 그림을 윗부분에 그린 것 같기도 하다.)
3학년 때부터는 더 이상 그 그림 일기장은 사용하지 않고, 전부 가로 줄이 그어진 노트에 그냥 글로만 일기를 썼던 것 같다.(페이지마다 제일 위쪽에 날짜와 날씨를 적고) 3학년부터 6학년 마칠 때까지, 365일 x 4년 = 총 1,460일 동안.
그 당시엔 학교에서 (개인의 사적 영역이지만) 일기를 써라고 감독하고 안 쓰면 대놓고 공개적으로 훈계(訓戒)도 하던 시절이었다. 또 일기는 가끔 생각날 때 쓰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매일' 쓰는 것이라 했기 때문에 숙제하듯 매일 쓸 수밖에 없었다.(물론 학생들 모두 다 일기를 그렇게 "매일" 쓰지는 않았지만)
당시 6학년 마칠 때쯤 졸업을 얼마 앞둔 어느 날, 전교에서 일기를 제일 잘 쓴 학생(졸업예정인 6학년 생 전체를 대상으로) 1명에게만 주는 아주 특별한 표창장이 있다고 갑자기 공지했다. 그때 담임교사 선생님께서 필자가 그동안 쓴 노트(일기장) 들을 보시고는 수상 후보군에 올라갈 수 있겠다고 하시며 꼭 신청해 보라고 하셨다.
필자는 3학년 때부터 4년(1,460일)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다 쓴 일기장 노트들을 모아 학교 교무실에 제출했다. 다행히 1차 심사에 통과하였고 나중에 학교 전체 최종심사과정까지도 올라갔다. 마지막 3명으로 좁혀진 파이널리스트(finalist)에까지 필자도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적으로는 다른 학생 1명이 그 표창장을 받게 되었고, 필자는 어린 마음에 (요즘 말로) 마.상.을 입고 실망한 채 한숨 쉬며 그냥 그 무거운 여러 권의 일기장 노트(4년 치 일기장)들을 다시 받아 가방에 넣고 집으로 들고 갔는데 아직도 그때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필자는 이미 그때 "1등만 기억하는 000 세상"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전교생들 모두 앞에서 교장선생님으로부터 그 표창장을 받지는 못했지만(박수만 열심히 치고) 아마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작은 힘 중 하나에는 그때의 일기 쓰기가 도움이 좀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어린 자녀들이 있다면 초등학교 때부터 (매일, 또는 자주) 일기 쓰는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억지로 하기보다는 조금씩이라도 스스로 자발적으로 쓸 수 있으면 더욱더 좋겠지만.
그다음은 편지 쓰기다. 요즘은 거의 많은 것을 이메일(e-mail)로 다 주고받는 세상이지만, 필자가 아주 어릴 때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에는 우표를 붙여 보내는 손 편지나 엽서가 (전화를 제외한) 주로 주고받는 통신 연락수단이었다.
예전 학창 시절에 필자는 친한 친구들과 편지를 많이 주고받았던 것 같다. 서로 자주 못 보는 방학 기간 때도 손 편지를 편지지에 직접 쓰고 우체통에 넣어 보낸 후 한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지나면 그때부터 집 문 앞에 있는 편지함을 부지런히 열어본다. 그 친구로부터 답장 편지가 도착했는지 보려고.
그 답장 편지가 도착하면 열어보자마자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본다. 독자분들도 아시겠지만 그 기쁨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답장을 받아본 자만이 안다. 한참 세월이 많이 지나 회상해 보니 그때 그 시절 주고받던 편지글들이 필자에게 아주 소중한 추억이고 또한 지금 글쓰기에도 보이지 않는 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이 글 제목으로 돌아와서 필자에게 편하게 매일 글 쓰는 노하우는 따로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발행]하는 글 말고 우선 '일기'처럼 브런치스토리 내에 있는 "작가의 서랍"[저장 글]에 저장만 해두는 식으로 연습 삼아 매일 조금씩 글쓰기 습작(習作)을 해보면 어떨까?
아니면 다른 곳에 자신만의 일기장 노트를 별도로 마련해 두고 매일 손으로 쓰는 것도 좋지만 (아무도 뭐라 하지 않으니) 그것도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할 개인적인 영역이라고 본다. 물론 그중에서 발행해도 괜찮겠다고 판단되면 퇴고해서 가끔씩 발행해도 되고. (사실 여기 브런치스토리에는 거의 공개 기록(일기) 장처럼 글을 쓰고 발행하는 작가분들도 꽤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글쓰기에 너무 부담을 가지면 안 될 것 같다. 특히 생활 에세이 같은 분야는 말 그대로 일상생활 속에서 (과거나 현재의) 직간접적으로 겪은 경험과 떠오르는 단상들을 생각나는 대로 느낀 대로 풀어 써내려가면 될 것 같다.
현재 필자도 여전히 글쓰기 연습과 단련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근데 이런 마당에 어쭙잖게 조언 같은 말을 한다는 게 좀 겸연쩍다. 어쨌든 자신감을 갖고 어떤 글이든 진심을 다해 자주 쓰고 발행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그 필력(筆力)이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건투를 빈다.
다음 [어학사전],
시행착오(試行錯誤) : 학습자가 어떤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여러 가지를 실행하고 실패를 되풀이하는 일.
훈계(訓戒) : 1. 잘못하지 않도록 타일러 주의시킴 2. 타일러 주의시키다.
겸연쩍다(慊然--) : 쑥스럽거나 미안하여 부끄럽고 어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