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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ul 12. 2023

선물, 받는 기쁨이 더 큰가요? 아니면 주는 기쁨이?

사회적 소통방식(2) - 선물에 관한 독일일상의 예를 보며

[사회적 소통방식](1) 편에 해당하는 글은 아래의 Link와 같이 필자의 졸고, "한국은 팁(Tip) 주면 정말 좀 아깝다고 생각하나요? - 사회적 소통방식, '팁(Tip) 문화'에 관한 단상-독일일상의 예를 보며"를 읽어주길 바란다.


https://brunch.co.kr/@thehappyletter/18


필자의 습작 노트에 묵혀둔 초고 글 몇 편을 탈고해서 브런치스토리에 올리고 나니 독일에 수년간 좀 살았다고 너무 독일을 좋게만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다 싶어 가능한 한 좋은 면(비교우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바람직하지 않은 면에 대해서도 찾아 써 보고, 좀 더 여력이 있으면 다른 장르(genre)의 글도 써보려 한다.


한국 사회도 문화적 제도적 우수한 면이 많이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글을 쓰다 보니 비교해서 어떤 측면, 어떤 점은 이렇다 저렇다고 소개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모든 면에서 무조건 더 나은 사회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밝혀 둔다.




[사회적 소통방식]은 그런 의미에서 소소한 일상 속 - 매번 그런 것은 아니만 주로 쓰는 - 에피소드로 어쩔 수 없이 독일 일상 속 경험과 여기서 가까운 동료나 현지 지인으로부터 접한 이야기가 주된 테마가 된다.




먼저 직장인 관련 살펴보면, 독일은 회사가 직원에게 일 년에 선물할 수 있는 금액 범위가 정해져 있다. 매년 세법 개정과 더불어 소폭 금액이 인상 변경될 때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 편이다. 주로 생일, 명절날 등에 현물이나 상품권 등으로도 지급될 수 있으며 그 금액한도까지는 직원이 받아도 비과세다. 즉, 따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 한도를 초과하면 그 초과분은 별도로 '소득'으로 간주되어 '소득세'를 산정해서 소득세 신고 때 포함하여 납부하여야 한다.




회사가 소속 직원에게 선물하는 것과 달리 학교 선생님들에게 학부모가 선물하는 것은 좀 어렵고 꽤 까다로운(delicate) 사안이 될 수도 있다. 잘 알다시피,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수업 중 학습 점수, 발표 점수, 숙제 점수, 시험 점수 외 여타 학교활동 점수 등을 일일이 매기고 채점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이 선물이 잘못하면 - 본인이 의도한 바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 '뇌물'이나 '청탁'처럼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일 초등학교 회의 때 지인 학부모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사전에 듣고는 필자는 선생님들에게 무엇을 선물할 엄두를 못 냈었다. 그래서 한국처럼 학부모가 아주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줄려고 하면 - '소액'의 선물이라도 - 거의 모두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가능한 범위가 예를 들면, 비싸지 않은 일반 초콜릿 정도? 물론 괜히 '본의 아니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거나 마치 '뇌물성' 선물을 주는 것으로 비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학교에서 야외 행사나 소풍, 수학여행 갈 때 선생님 전용으로 "별도의 도시락" 같은 것을 준비하는 일도 없다.)


독일 학교는 모든 시험이 전부 다 필기시험과 구두시험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개 그 비율이 반반이나 된다. 꼭 이 구두시험 비중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대체로 초중고교 모두 선생님의 권위가 아직도 엄격히 지켜지고 또, 학생이나 학부모나 모두 선생님 역할의 엄중성을 잘 인지하고 있는 편인 것 같다.


한 한기를 마칠 때 나오는 최종 시험결과 성적표(독어, Zeugnis)에는 시험 친 과목별 성적들 뿐만 아니라 그 학생의 학습 태도 점수, 학급 내 사회생활 태도에 대한 점수가 별도로 표시되고 결석일, 조퇴일 수 등과 함께 다 같이 기록된다. 그리고 후자의 이 두 가지 점수는 한 학생을 평가하는 데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독일에 몇 년 살면서 경험한 가장 무난한 선물은 무엇일까?


바로 "꽃"선물이다. 이 나라 사람들은 남녀노소 참 꽃을 좋아하고 꽃 선물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다. 마을 중심에 있는 작은 번화가로 가면 어디나 꽃집이 있으며 여기는 주말에 가게 문을 일찍 닫는 데(토요일은 오전만 열거나 하고 일요일은 아예 열지도 않음), 이 때문에 대개 독일 기차역에는 꽃 파는 가게가 있으며, 대부분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꽃을 판다. 이는 주말이나 이동 중에도 미처 꽃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꽃을 살 수 있도록 꽃 파는 곳을 많이 마련해 둔 것이다.


자신에게 꽃을 자주 선물한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집에 두고 보기 위해 본인이 본인을 위해서 산다고 표현한 것이지만, 화병뿐만 아니라, 정원이나 베란다에 심기도 하고 또 창문틀에도 화분을 걸어두고 꽃을 심어두기도 한다.


독일인들이 집에 조그마한 화단이라도 있다면 정말이지 중요한 일거리다. 심지어 옆집 화단이나 창문틀에 걸어둔 화분에 꽃이 말라죽어 있으면 아주 불쾌하다는 비난조의 목소리로 "꽃 화분 좀 잘 챙겨 가꾸어라!"며 따지기도 한다.




참, 선생님들이 초콜릿 외에도 받을 수 있는 선물은 바로 "꽃다발"(Blumenstrauß)이다. 독일 사회에서 꽃 선물은 아주 중요한 '사회적 소통방식'중의 하나다. 그리고 학생들이 십시일반 잔돈을 모아 다 함께 선생님의 생일날 꽃다발 선물을 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리고 그 꽃다발을 전할 때는 정성스럽게 손수 쓴(같은 반 아이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짧은 인사말을 적은) '카드' 한 장도 빠지지 않고 같이 선물한다. 요즘 다들 그러하겠지만 특히, 독일은 학교든 어디든 모든 행사에 이 꽃다발 선물은 절대 빠지지 않는다.


독일에 친한 지인이 있다면, 초대받아 지인 집을 방문해야 한다면 무슨 선물을 사가지고 갈까 고민될 때가 많다. 이 때도 바로 꽃이다. 소소한 가정용품, 거실에 둘만한 소품, 아니면 음식 등도 함께 '추가' 선물로 가져갈 수 있지만 특히, 방문하는 집에 있는 여성을 위해서는 꽃다발을 하나 들고 가는 것이 여기 문화이며 '사회적 소통방식'이자 '예의'다. 물론 남녀를 떠나 와인 한 병을 함께 들고 가면 더욱 좋다.


필자는 선물을 받는 것도 좋지만 - 예상치 못한 선물은 더욱더 - 선물하는 즐거움도 무척 크다고 생각한다. 작은 선물이라도 카드 한 장에 축하 인사나 이벤트 관련 메시지를 손글씨로 적어서 함께 줄 때, 받는 사람의 활짝 핀 그 웃음을 보는 것은 선물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엄청난 기쁨이다.


아무리 비싼 선물이라도, 또 아무리 싸고 저렴한 선물이라도 손으로 쓴 카드를 함께 전하는 것을 잊지 마라. 비록 짧게라도 진심이 묻어나는 정성스럽게 직접 쓴 카드 한 장은 선물의 값어치를 높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나의 진정한 마음을 함께 표현하고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의사소통'의 수단이자 도구이다. 우리는 이렇다 저렇다 구구절절 속내를 드러내어 적는 게 좀 멋쩍고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카드 쓰는 것은 꼭 기억하기 바란다, 독일에서 선물할 때는!  




'사회적 소통방식'으로서의 선물 주고받기는, 그것이 '꽃'이 되건 다른 어떤 '무엇이' 되건 상관없이 모두에게 지치고 힘든 일상, 무료한 일상에 삶의 활기를 주고 우리가 서로를 소중히 아끼며 생각하고 있구나,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하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래서 더욱 가능하면 자주,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선물하며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꼭 그 선물에 대한 "답례"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말이다.(당연히 가급적이면 조그마한 것이라도, 식사로라도 답례 '성의 표시'를 하는 게 낫지만.)


각자 저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사랑하는, 고마운 사람들, 축하할 일이 있는 사람들, 어떤 편의를 받았거나 피치 못할 일로 신세 진 사람들 등등 어떤 인연으로 만났든 함께 이 하늘 아래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라도 작은 선물이든 큰 선물이든 상관없이 꼭 무슨 기념일이나 행사가 아니어도 서로 꼭 자주 선물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물론 가끔씩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도 빠트리지 말고!




예전 어린 시절에 어디 이사를 가면 주변 이웃들에게 이사떡을 돌리곤 했다. 집에 쓰는 접시 그릇에 시루떡을 가득 담아 이웃에 있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새로 이사 왔는 데 떡 한 번 드시라며 떡 돌리던 때가 생각난다.


우리 집에 누가 초인종을 누르고 떡접시를 들고 찾아오면 - 그때는 종이 포장지나 일회용 용기가 아니고 주로 집에서 사용하는 일반 식기 그릇에 담아서 줬는데 - 어머니는 잠깐만 기다리시라 하고 그 떡그릇을 옮겨 비우고는 돌려주기 전에 얼른 씻고 나서 그 빈 그릇에 집에 있는 과일이든 뭐든 되는대로 뭘 가득 담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 새로 이사 온 이웃에게 덕담을 하며 건네주곤 하셨다.


그때 필자에게는, "이사떡 그릇은 그냥 빈 그릇으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라고 하시면서...  







[사회적 소통방식](3편)

https://brunch.co.kr/@thehappyletter/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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