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소통방식, '팁(Tip) 문화'에 관한 단상-독일일상의 예를 보며
어떤 분들에겐 스쳐 지나가는 깃털처럼 '가벼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분들에겐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사회 속에 제도적으로 분명히 규정되지 않은 사안이나 공통된 사회적 정서에 의존하는 일들은 대개 개인적으로 다양한 관점과 입장 차이를 보일 수 있겠지만 여기 독일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면서 느끼는 필자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경험과 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주말에 식사 약속에 나갔다가 귀가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 한국은 음식점 등에서 식사하고 요즘도 "팁(Tip)을 안주는 편인가?"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식사나 음료, 차 등을 주문하고 나중에 나올 때 계산하고자 하면 주로 테이블에서 직접 하는 편이며, 현금이나 카드 다 대부분 통용된다. 일부 식당에서는 구태여 현금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으나, 사실 신용카드를 거절할 이유(?)도 딱히 없는 데 현금 결제를 '고집'하는 데도 가끔 있다.
식당에서 음식값 계산서가 예를 들어, 유로화로 총 '47유로 30센트'가 나왔다면, 50유로 현금을 주고 '2유로 70센트'를 잔돈으로 돌려받는 게 주로 한국 사회의 일상적인 방식이라면, 여기 독일에서는 - 그 식당 음식에 문제가 있었거나 서빙 종업원이 무슨 큰 실수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은 보통 '50유로'를 건네면서 주로 "Stimmt so."라고 말한다. 여러 표현으로 말할 수 있지만 전하고자 하는 뜻은 "Keep the change." 정도에 해당되는 "잔돈은 괜찮아요."이다. 신용카드, 현금카드 등 카드로 계산할 때는 금액을 '50유로'로 하라고 먼저 말하면 팁포함된 '50유로' 결제로 카드 단말기에 입력해 준다.
물론 서비스 요금이 미리 포함되어 있음을 명시한 그런 음식 메뉴판이 있는 식당은 원래는 따로 더 줄 필요는 없다. 근데 더 주는 사람도 있다. 각자의 자유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유럽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 유럽 내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다고 본다.
독일의 경우, 미국 지역과는 달리 모든 사람들이 다 팁(독어 Trinkgeld)을 주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성향이나 형편에 따라 다르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팁을 주지 않았다고 식당에서 못 나왔다는 소리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그렇지만 그 종업원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혹시 관광지 등에서 해외 관광객을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거나 터무니없는 횡포를 부리며 추가요금을 억지로 요구하는 경우는 있을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여행객이 많이 모이고 붐비는 관광지는 어느 나라든 어디든 조심해야 하는 것이 '국룰'인 것 같다.
또 하나, 10 센트, 20 센트 이렇게 아주 적은 소액이 잔돈으로 남았다면 (그냥 차라리 아예 안 주거나?) 좀 더 붙여서 주는 편이 낫다. 만약에 음식점 계산서가 '19유로 90센트'가 나왔다고 하면, '20유로' 주면서 나머지 잔돈 '10센트'(현재 환율로, 한국 돈 약 145원 정도에 해당)를 가지세요라고 할 것이 아니라, '21유로'나 '22유로' 정도를 주면서 "Stimmt so.", "Keep the change."라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계산서에 '70유로'가 나왔다면 '72유로'나 '73유로'정도 주는 식으로. 하지만 말 그대로 '예'에 불과하며,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며 저마다 사회와 교감하는 정서적 소통방식과 범위, 처한 형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독일에도 어떤 사람들은 기본 5 ~ 10% 정도는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학교 다니는 학생층은 학생들의 방식으로 가능한 최소액을 내는 편이고 대학가 주변 식당들은 그들만의 조금 다른 방식이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형편이 아주 어려운 사람들은 - 외식도 자주 못하겠지만 - 입장이 다르며 아주 최소한의 금액만 '팁'으로 내도 된다는 견해일 수도 있다. 이는 '팁 문화'가 사회 관습적 문화이지 "팁을 반드시 내야 한다."라고 이 사회가 강제하거나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실제 여기 독일 식당에서 팁을 전혀 내지 않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통상 최소 약 15 ~ 20% 정도라는 미국 지역과는 달리, 독일은 "꼭 이렇게 해야만 한다, 저렇게 해야만 한다.", 또, "꼭 최소 몇 % 정도는 줘야 한다."라는 것은 없지만 그래도 한 사회 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 그런 '문화'와 정서적 분위기가 있다는 것만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문화도, 팁 문화의 정서적 공감대도 시대와 사회 환경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가 상승이 치솟고 있어 모두가 어려운 마당에 팁 문화가 마치 어떤 제도처럼 공고히 자리 잡은 미국에서도 최근엔 온라인 포장이나, Take-out, 드라이브 스루, 키오스크 주문/판매기 등을 통해 산 음식에도 팁을 붙여 청구하는 것에는 크게 반발하는 사회 분위기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키오스크인데도 To Go 햄버거 세트와 여타 음식, 음료수값 등으로 금액 '50불'에 팁을 무조건 '10불' 추가로 더해 '총 60불'을 청구하는 식이다. 이로 인해 부유층은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생활고에 찌들며 사는 대부분의 중산층 서민들은 기존의 부담스러운 '팁 문화'에 대한 새로운 방식 논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실정이다. 앞으로 모든 계층에서 '정서적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각자 개개인은 미국 사회에 "거의" 고착된 팁 문화를 깨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 대면 접촉에 의한 "추가적인" 사람에 의한 봉사가 없었으니 '봉사료'인 팁을 낼 수 없다는 To Go 손님의 견해와 팁을 그 정도는 다 받을 것이다라고 미리 상정해 두고 판매가와 인상된 종업원의 급여를 계산했다는 햄버거 판매 가게 주인의 견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유럽도 Self 서비스가 많은 편인데 여기 독일도 주유소는 전부 다 Self다. 서빙 종업원, 그러니까 사람의 직접적인 봉사나 케어 같은 그런 서비스가 없는 경우(대표적으로, 셀프 주유소, 마트, 드라이브 스루, Take-away 등)에는 팁을 별도로 주는 것을 꺼리고 실제 잘 주지 않는 편이다. 참고로, 여긴 물은 Self가 아니다. Self가 없다. 오히려 돈 내고 사 먹어야만 한다. 독일식당에 가면 물은 무조건 돈 내고 사 먹어야 한다.(한국 식당은 이런 면에서는 좋은 편이다.)
어쨌든 한국은 위에 언급한 그 잔돈, '2유로 70센트'를 거의 모두가 돌려받는다고 알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거의 모두 다 그렇게 하면 문제 될 것이 없고 틀린 것도 아니고 그저 '팁 문화'가 다른 것뿐이다. 그리고, 최근 환율 기준으로 약 4천 원 정도에 해당되는 그 잔돈을 일부러 안 받고 서빙 종업원이나 알바 직원 손에 쥐어 주는 것도 어쩌면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서빙이 마음에 들어, 주문하지 않은 음식을 추가로 더 줘서, 또는 서빙 직원이 너무 친절해서 기분이 좋아서, 고급 식당이나 고깃집에서 등등 그런 소액의 잔돈을 주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식당에서 팁을 주는 것도 개인의 영역이자 그 사람들의 자유이니 딱히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느끼는 한국 사회는 일상생활에서 특별히 통용되는 '팁 문화'가 따로 없고('술집' 팁 등은 논외로 하자, Pls!) 또한, 주고 안 주고는 개인의 영역이며 각자가 알아서 그 상황에 따라 줄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유로운 선택이 그게 보편적으로 수용되는 사회 속에서는 - 그런 은연중에 지탱하고 있는 - 사회적 '합의'나 '정서'에 맞추어 행하면 별 문제가 없다.
다만, 간혹 한국 사회 문화와 다른 나라로 해외여행 와서 - 그러니까 '팁 문화가 있는' 나라에 관광 와서 - 팁을 전혀 내지 않고 식당을 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날 팁을 안 내고 나간 그 한국사람은 그 식당을 나가고 나면 끝이지만 서빙했던 그 종업원은 나중에 그 식당에 찾아오는 다른 '동양인'에게는 어쩌면 조금 덜 친절하게 대할지도 모른다. "기대(!)"하는 게 낮아졌거나 없어져서? 괜한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팁 문화에 대한 필자의 아주 지극히 개인적 단상에 대한 독자들의 입장도 궁금하지만 오늘은 얼마 전에 독일 빵집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여기는 빵이 '주식'이라서 동네 빵집들이 매일 새벽부터 일찍 열고 그 시간에 맞춰 이른 아침시간부터 아침식사용 갓 구운 신선한 동네 빵집의 빵을 사러 온 사람들로 많이 붐비고 가게 바깥까지 줄이 길게 서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필자도 여느 때처럼 빵집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데 앞에서 뭘 좀 많이 사는지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내 앞이나 뒤나 빨리 아침 '밥상' 차리는 데 필요한 빵을 사기 위해, 그리고 어서 빨리 사서 직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앞에 빵을 잔뜩 산 사람이 현금 계산하면서 잔돈 얼마를 동전으로 내려고 지갑과 호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지며 찾고 있었다. 좀처럼 빵값 나머지 금액인 10센트, 20센트 동전을 찾지 못하고 있자, 빵을 판매하던 그 주인이 친절하게 활짝 웃으면서, "손님, 뒤에 다른 손님들이 많이 기다리니 그 나머지 금액 잔돈은 내가 당신에게 '팁'으로 준 것으로 하고 안 받겠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손님은 잔돈 찾기를 멈추고 연신 고맙다고 말하며 서둘러 그 빵집을 떠났다.
'팁'은 늘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주는 것으로만 이해했는데 이렇게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줄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주인은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자꾸 더 길어지고 있어 잔돈 맞춰내려는 손님에게 속으로 조금 짜증이 났을 수도 있겠지만 -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 어찌 보면 그는 그 나름대로 새로운 '팁'에 대한 해석과 적용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식당 주인이든, 식당 알바를 하든, 입장에 따라서는 절대 따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끔씩 우리도, 물론 아주 가끔씩이지만 그와 같은 '소액(?)'에 한해 "그래, 그냥 받은 거로 할게."라며 말할 때도 있다. 선의와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출근길 차도 많이 막히는 데 택시에서 내릴 때 현금 지불하면서 5,700원이 나왔는데 만원을 택시 기사에게 드리면서 "그냥 4,000원만 주세요"하고 받아서 내리는 택시 손님이 조금씩 많아지면 그런 사회 분위기는 택시 '팁' 비슷한 문화가 되지 않을까? 한국 사회도 그런 사람들이 이미 분명히 있을 것이고, 단지 얼마나 많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팁'이라는 사회 관습, '팁 문화'에 대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몇 %를 줄지, 몇 %를 안 받을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지만, 그러한 개인들이 모두 모여 형성되는 공감대나 수용하고 용인 가능한 정서적 범위를 조금씩 만들어가면 우리 사회에 모두가 동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통념'이 형성되고, 또 그리고 그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문화'도 자리 잡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으로서의 나와 개개인이 모여 사는 공동체 사회와의 접점을 찾으며 우리는 개인이 먼저 양보하고 수용할지, 아니면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가 먼저 강제하고 권고하는 풍토를 조성하게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독자들 각자는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소통방식'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가?
여전히 "팁(Tip)을 주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가?
참고로, 독일 택시는 내릴 때 - 사회적 정서적 분위기로는 - 별도의 팁이 "거의" 당연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별도의 팁을 안 주고 내려도 어쩔 수 없다. 자신이 속한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도, 그 범위도 자유이며 다 각자 알아서 정하는 것이므로. 아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므로.
[사회적 소통방식](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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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소통방식](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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