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쓰기(36)
연일 계속되는 무더운 날씨에 요즘 글쓰기가 더욱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트북을 펴 들고 거칠게나마 최근 떠오른 단상(斷想)을 한번 써보려 한다. 글쓰기의 어려움 관련 그냥 주절주절 독백(獨白) 같은 개인적 생각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정으로 봐주실지도.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는데 엘베(엘리베이터) 안에 처음 거울을 설치한 배경에 관한 이야기이다. 높은 건물에 힘들게 계단으로만 다니던 불편을 한방에 해소한 이 문명의 이기(利器), 엘베를 처음 발명했을 그 당시에는 그 오르내리는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더디게 움직이는 네모 박스의 엘베 안에 그저 한동안 갇혀있는 기분이 들어 엘베가 위로 올라가는, 또 아래로 내려가는 내내 답답함과 무료함까지 느껴 엘베 이용에 불평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비판과 악평에 엘베 개발자들이 (당시 속도를 더 빠르게 할 기술은 아직 없었다 보니) 새로 추가로 설치한 것이 바로 엘베 안의 '거울'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여전히 그리고 똑같이 천천히 더디게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엘베 이용자들의 불평불만은 잠잠해졌다고 한다. 스마트 폰도 없던 그 시절, 사람들은 엘베 안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혹은 타인의) 모습을 보며 잠시나마 그 무료함을 달랠[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은 대형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에 최신식 엘베가 설치되어 있고 또한 엘베 속도도 초창기보다는 훨씬 더 빨라졌지만 그래도 현재 건물 자체 층수가 워낙 높고 많기 때문에 엘베로 오르내리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린다. 엘베 안에서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지금도 (스마트 폰을 안 본다면) 거울을 본다. 그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이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플랫폼이 조성하는 주위 환경(?)에 휘둘리지 않으려 하며 초연(超然)한 글쓰기만을 주창(主唱)하는 필자지만 독자분들과 다른 작가분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최근 새 발행글들도 클릭해서 관심 갖고 읽어보고 때로는 최신 트렌드와 화제[topic]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때로는 감동적인 글들을 읽고서 가슴 먹먹해하기도 한다. 또 한동안 글발행이 뜸하신 작가분들은 애써 그냥 요즘 좀 바쁘신가 보다 생각하지만 별일 없기를 바라며 궁금해하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학창 시절 오래 달리기를 할 때면 혼자 (앞서거나 뒤처지며) 달릴 때 보단 두 명이나 몇 명이서 함께 달리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오래 달려도 덜 지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예로, 혼자 등산하며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도 다 그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그 취향의 다름을 존중한다) 여러 명이 모여서 함께 등반하는 묘미도 마찬가지로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고 본다.
각설하고, 혼자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오롯이 글쓰기에만 집중하고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로 고뇌한다는 "작가의 시간"은 나만의 즐거운 시간이자 그 자유와 즐거움을 향유(享有)하는 시간이다. 글 쓰는 동안 진정한 몰입[Flow]을 통해 얻는 희열(喜悅)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어쩌면 때로는 스스로 택한 그 길이 (외롭거나 고독하거나) 무척 힘든 여정일지도 모른다.
일부러 누구를 의식하며 (또는 누구를 의식해서) 글을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대상이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이든 아니면 몇몇 작가들이든, 아니면 "자기 자신"이든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음을 "의식하면" 가끔씩 갑자기 불쑥불쑥 다시금 찾아오는 '글태기'와 '글럼프'도 좀 비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글발행과 독자들의 "좋아요"와 공감에 재미를 느끼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글쓰기 장르의 SNS에 딥하게 중독(!)되어 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주 간혹이라도) 이 글쓰기가 힘들고 더디게 느껴지고 심지어 무료하게까지도 느껴지는 것은 도대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동시에 통찰력 있는 삶의 지혜를 주는 그럴듯한 글감이 잘 떠오르지 않거나 독자들 시선을 확 끌만한 신박하고 트렌디한 글감이 없어 고민하는 독자(작가)분들이라면 잠시 '거울'을 보듯 또 다른 의미의 "작가의 시간"(時間)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고 본다.
글쓰기에 '신박템'을 찾으며 또 그런 화제의 인기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를 따라가는 와중에도 작가로서 혼자 가만히 사색(思索)하는 시간, 어쩌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또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는 그런 "작가의 시간"이 좀 필요한지도 모른다.
지난밤 천둥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창문 밖을 내다보니 소낙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이번 비가 한여름 땡볕에 바짝 마른 대지를 적시며 해갈(解渴)에 도움이 많이 되면 좋겠다. 이 여름 목마르고 지친 나에게도 '단비'가 내려 내 묵은 욕구의 갈증을 좀 해소(解消)해 주면 좋겠다.
독자(작가)분들도 무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란다. 필자도 아무 탈없이 '가을'을 잘 맞이할 수 있길 소망하며 이만 줄인다.
단비 : 꼭 필요한 때에 적당하게 내리는 비.(다음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