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는 "말 못 할" 또 다른 이유
지난번 글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이 연작(連作)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을 향한 글이다. 요즘처럼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아주 어렵게 입사한 직장을 일찍 그만두고 퇴사하거나 이직하려는 분들을 위한 글이다.
최근 가끔씩 또는 지금 현재도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앞선 글에 이어서 [퇴사하지 않고 직장생활 오래 잘하는 비법], 그 세 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앞선 두 번째 편 글에서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 3가지로 언급한 이슈는 (다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연봉(급여) 문제
2. 다니는 직장의 비전(vision) 문제
3. 조직 내 인간관계 문제
그런데, 위의 3가지 모두 다 퇴사하려는 이유가 아니라면 지금의 직장을 계속 다니지 않을 이유가 없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려고 하느냐며 퇴사를 말릴 수도 있다.
대개 복합적인 사유로 회사를 그만 두기도 하지만 위의 3가지 중 하나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렇다 하게 내세울 이유도 없어 보이는 데 회사를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면 소일(消日)거리로 쉬쉬하면서도 남 말하기 좋아하는 직원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만 무성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말 못 할 치정(癡情) 스캔들(scandal)이 있다거나 아니면 서로 사귀던 사내 커플이 결별한 경우, 또는 다른 직원들은 모르는 회사 업무상 어떤 사고(!)를 친 경우 등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퇴사를 한다고 하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괴소문만 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위의 이 모든 루머(rumor)들도 그 이유가 아니라면 흔히 하는 그다음은, 퇴사하는 그 직원은 월급을 그저 푼돈 정도로만 여기는 어느 재력가 딸이다더라, 부유층 아들이다더라는 뒷담화다.(가끔 보면 실제로 그런 직원들도 있다.) 말하자면 자기 (또는 집안이나 가까운 친인척) 사업하기 전에 회사생활은 그냥 경험 삼아 다니며 업계 인맥이나 쌓고 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몇 년 후 어느 시기가 되면 회사를 미련 없이 떠나버리는 "금수저"들 말이다. 이런 금수저들을(금수저들의 퇴사를) 보면서 퇴사와 이직 "분위기"에 휩싸여 자신의 처지를 잊고 나도 퇴사할까 하는 식으로 무작정 따라 해도 되는 양 절대 착각하면 안 된다.
대부분의 우리는 (중산층 서민들은) 직장을 아예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엄청나게 돈 많은 부잣집 집안 딸, 아들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회사를 퇴사한다고 금방 자영업 같은 자기 사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목돈 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위에서 누가 선뜻 그런 큰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 연봉이나 비전 문제도 아니고 그리고 인간관계 문제도 아니라면, 또 무슨 사고를 친 것도 아니라면 - 사람들이 정작 퇴사하는 이유가 전혀 다른 데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는 "말 못 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몇 년 다닌 그 회사 생활이나 업무가 너무 loose(?)하고 그 직장을 매일 다니는 자체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라는 사실이다. 간단히 말하면 너무 무료하고 따분해서이다. 우리는 일이 너무 힘들어도 퇴사할 수 있지만 일이 너무 "노잼"이어도 퇴사를 고민할 수 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욕구 충족 이외에도 어떤 일이든 성취감을 통해 자기 만족감과 보람을 갖기 위해서도 애써며 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계속해야 하거나 재미가 없는 일을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비교적 괜찮은 금전적 보수(높은 연봉과 좋은 대우)를 받더라도 무료할 정도로 따분하고 심심한 업무와 근무 환경이 되면 더 이상 오래 근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정작 안정적 삶의 환경이 되면 금방 무료해서 지치고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또 다른 "불안정한" 삶을 향해 도전하는 것을 시도하게 되며 모험과도 같은 '삶의 변화' 또한 꾸준히 추구하게 된다. (물론 이를 위해 새로운 여가 취미 생활이나 '부캐' 활동 같은 극약처방(劇藥處方)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실제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 속에서 매번 이런 변화를 꽤 할 수는 없다. 어쩌면 이것은 우리가 가끔씩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무료함은 우리를 병들게 할 정도로 우리 삶의 가장 큰 적(敵)이라고 본다.(이런 무료함의 위험성 관련 최근 발행한 필자의 졸고, [우리 삶의 가장 큰 적(敵)은 무엇일까?]를 참조하시기 바람.) 불안정속에서 끝없이 안정을 추구하는 그 반복된 노력이, 또 끊임없이 늘 새로운 것을 좇아가며 다이내믹(dynamic)하게 살려고 애쓰는 것이 우리 삶의 원동력이자 동시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다 떠나 현재 퇴사와 이직을 고민하는 "말 못 할 이유"가 단지 이런 무료함이나 극한 노잼 때문이라면 극심한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입사한 직장을 그냥 쉽게 퇴사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시도를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 재직 중에) 해 본 후 최종결정을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지금의 회사 내에서 새로운 업무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맡아하고(인사고과(人事考課)나 승진에도 당연히 도움 되니), 또 스스로에게 역동적인 동기 부여를 위해 예를 들면, 새로운 분야로 순환보직 근무처를 신청하여 다른 사업분야, 다른 부서로 옮겨서 근무하거나,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다른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방안까지도 신중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어떤 방향이든 최종 결정은 각자의 자유이고 각자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