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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Nov 06. 2023

퇴사하지 않고 직장생활 오래 잘하는 비법(네 번째)

퇴사 전 다시금 고려해야 할 현실적 관점에 관하여


앞선 글에서 '인디언 기우제'에 관해 쓰면서 직장 생활 중 "운칠기삼"(運七技三)을 언급한 적이 있다. 좀 부연하자면, 우리 일상이나 직장 생활 중에 뜻하지 않게 하던 일이 잘 풀릴 경우 "재수(財數)가 좋다", "운(運)이 좋다"라고들 말하니 어느 정도 운(運), 운수(運數)가 우리 인생사에 어떤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묻는 취지였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란다. 가만히 앉아 운수대통(運數大通)을 바라기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안다. 특히 직장 생활은 "운칠기삼"으로만 항변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연초에, 아니 수시로 사업운이나 재산운, 연애운, 직장운, 출세운 등을 보러 다니며 매사에 운수대통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그들이 손금이나 관상을 자주 보거나 결혼할 예비신랑/신부와 혼사를 앞두고 사주팔자와 궁합을 보러 다니는 것도 그들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유라고 본다.


각설하고, 이번 [네 번째] 글에는 퇴사하지 않고 직장생활 오래 잘하기 위한 좀 더 "현실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아래와 같이 간략히 적어본다.


퇴사를 하는 사람들은 꼭 퇴사를 하려는 이유가 있듯이, 우선 쉽게 퇴사하지 않고 직장생활 오래 하는 사람들도 그들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살펴봐야 할 점들이다. 어쩌면 퇴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퇴사를 "못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퇴사하지 않고 아직까지 직장생활 오래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작은 "변론"(辯論)이 될지도 모른다.




퇴사와 이직을 고려할 때 흔히들 연봉을 높여 옮기는 것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이직 전 고려사항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도 맞지만 전부는 아니다고 본다. 퇴사와 이직은 연봉인상 협상을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와 충분히 한 다음에 최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말 능력 있고 인정받는다면 어렵게 입사한 지금의 회사에서 임원까지 승진해 올라갈 자신은 없는가?) 그리고 연봉이 좀 더 높아진다고 해서 근무환경이나 조건 또한 마찬가지로 반드시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직장 경력 연차 대비 동종업계에서 받는 것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이라면 자신의 능력을 과신(過信) 하기 전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파격적인 대우는 파격적인 기대 속 압박감과 "파격적인" 스트레스를 담보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물론 본인이 원하면 택하면 된다.) 새로 막 입사한 경력직 직원을 보며 "그래, 얼마나 잘 버티나 보자!"하는 기존 직원들의 "텃세"를 이겨내려면, 그렇게 늦게까지 일하다 보면 요즘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른바 '워라밸'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난번에 말한 대로 몸값 높여 이직한 새 직장에서 이러한 텃세를 못 이겨내면, 또 새롭게 다시 인정을 받지 못하면 금방 "철새"가 되고 만다.


빠듯한 생활비, 공과금, 학원비 외 각종 지출금, 아파트 등 주택 담보/전세금 대출금 이자와 원금 상환 등등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들을 (그리고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물가인상을) 생각하면 당연히 연봉(월급)을 올릴 방도를 늘 고민하겠지만 얼마 더 벌겠다고 섣불리 리스크 있는 직장으로 이직하려거나 자기 사업하겠다고 사표 던지고 퇴사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절대 욱하는 마음으로 감정적으로 사표 내지 말고 우선 좀 참고 집에 가서 배우자와도 사전에 상의해 보자. 어떤 실익(實益)이 있는지도 신중히 하나씩 따져보고.


그러다 보면 자식들 00 학교 마칠 때까지만, 누구 00할 때까지만 이라도 계속 참고 다니자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현재 다니는 직장이 급여가 낮다는 것도 알고, 근무조건이나 직원처우가 안 좋다는 것도 알지만 퇴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다 때려치우고 퇴사하고 싶어도) 못하는 지경에 놓인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회사로 옮기는 이직이 아니라 퇴사하고 아예 자영업 같은 자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된다. 벌어놓은 돈이 많아서 또는 집안에서 도와줄 여력이 되는 분들에겐 할 말이 없지만 대개 지금까지 저축한 돈에다가 여기저기 도움을 받고 대출한 돈까지 다 보태고 합쳐서 어렵게 개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으로 보고 한 번 상정해 보자.


세세한 사업시작 준비 및 사업운영 노하우 등은 여기서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자기 개인사업 시작 후 "자영업은 5년 내 폐업률이 80%에 육박한다"라는 항간의 소문도 맞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당연히"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나머지 20%에 속한다고 믿는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계속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어쩌면 잘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창 크고 있는 아이들이 있고 저축금, 적금, 대출까지 다 올인해서 시작한 사업이 (예를 들어 5년 이내) 실패했을 때 그 큰 손실은 아마 누구도 쉽게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퇴사 후 몇 개월 해외여행하고 돌아와서 그토록 하고 싶었던 자영업이나(?) 할까 했던 마음이 싹 사라지거나 선뜻 그런 결심을 할 자신이 없어지고 고민만 더 깊어지게 된다.


물론 뭐 무서워 장 못 담그냐는 말도 있고 도전하지 않는 자는 성취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고 무수한 실패가 성공의 초석이 된다는 말도 있지만 위에 거론한 아주 현실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결코 함부로 퇴사하지 못하며, 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9 to 5가 무지 싫어도 월급제 머슴 같은 직장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아주 오래오래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당분간은, 그리고 00끝날 때까지만은"을 다시 되뇌며.












다음 [어학사전],

재수(財數) : 재물이나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는 운수.

운(運) : 1. 사람의 힘을 초월한 천운(天運)과 기수(氣數). 2. 일이 좋게 이루어지는 운수.

운수대통(運數大通) :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천운(天運)과 기수(氣數)가 크게 트여 이루어짐.

과신(過信) : 어떤 능력이나 힘, 효능 따위를 지나치게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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