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새로운 애완견, 애완묘 문화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단상
한국에서 동물병원과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얼마 전에 접한 사례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중년 남자손님이 약국에 와서 5년 된 대형견에게 먹일 심장사상충 약과 사료 등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고, 지인은 또 이 개에게 지금까지 무엇을 먹여왔는지 등을 물으며 대화하던 중 지자체에 등록할 신청서(개 연락처 등 정보를 기록하는 목걸이, 또는 귀에 내장할 칩 등)가 화제가 되었다.
그 손님은 관할 지자체에 목걸이로 등록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고, 지인이 도와주며 기본 등록 신청서류를 작성하는 과정 중에 놀라운 일을 겪게 되었다.
그 손님에 따르면 자신은 수도권 어느 대도시 아파트에서 5년 동안 대형견을 키우다가 지방 시골에 있는 팔순 어머니집으로 이 개를 보내려고 개 등록 신청서류를 알아보던 중이었다고 했다. 지자체 규정에 따라 모든 개는 목걸이, 또는 칩을 귀에 내장시켜야 하는 데 그것을 확인하러 왔다가 벌어진 일이다.
그 손님은 등록서류 등을 작성하며 머뭇머뭇거렸고, 개 주소를 쓰기 전에 어딘가로 전화해서 주소를 물었는데 지인이 '손님 개가 아니냐'라고 물어보니, 시골 어머님 집에 "마당이 있어서" 시골에서 키우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홀로 사시는 어머니는 정작 팔순에 몸이 아파 거동도 불편하다면서도.
지인은 암컷 개여서 중성화 수술을 했냐고 물어보며 안 했으면 필요하다고 설명하니, 그 손님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그쪽이 간섭할 내용이 아니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한다. 지인이 그 개가 관리 소홀로 '들개'같이 되면 어떡하냐고 물으니 그것 또한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다고 하며 지인과 좀 언짢은 대화가 오고 갔고 - 여차여차해서 개 목걸이 등록 신청서류는 작성했으나 - 손님은 신경질 내며 약국을 나갔다고 한다.
팔순 된 노인이 25kg이 넘는 그 대형견을 혼자서 어떻게 돌볼 수 있을 것인가?
그 노인의 아들인 손님은 개 약과 사료만 사서 노모에게 '던져주다시피' 맡기고 가버리는 모양새다. 과연 그 노모가 그 대형견을 잘 돌보고 키울 수 있을 것인가? 그 손님에 따르면 "마당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손님은 처음에 작고 어릴 때 귀여워 사랑스럽게 키우다가 5년이 지나니 싫증이 나서 버리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를 버리는 것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니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맡기기로 결론을 낸 것이라는 데 과연 옳은 선택일까? 5년 동안 사랑으로 키운 개를 몸집이 커지고 돌보기 힘들다고 해서 함부로 버리다시피 해도 되겠는가?
반려견도 가족이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버릴 수 있겠는가? 끝까지 -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 책임지지 않을 것이면 처음부터 맡아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사회는 애완견, 애완묘 키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매스컴에서도 몇 년 사이 그 증가폭이 엄청나다고 한다. 한 가정과 가족 내에 아이는 낳지 않고 안 키우더라도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애완견, 애완묘는 키우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 "트렌드(trend)"가 생겼다.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번지다가 끝나지 말고 책임감 있는 애완견, 애완묘에 대한 사회적 문화의식의 변화가 한국사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새로운 '고려장'인가? 독자들의 생각도 궁금하다.
(다음 편에는 독일의 애완견에 대한 문화의식에 대해 써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