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Nov 11. 2023

D-Day에 관하여

브런치 글쓰기(19)


"D-Day"에 관한 뜻을 찾아보니 Daum [어학사전]에는 아래와 같이 나온다.


1. [군사] 행동[공격] 개시 예정일.

2. (제2차 세계 대전 때 영·미 연합군이 북프랑스 Normandy에 상륙한) 유럽 대륙 진격 개시일; 1944년 6월 6일.


제2차 세계 대전 때 연합군이 노르망디 해변에 상륙하기 위해 정한 '공격 개시일'이라는 이 군사 용어, "D-Day"는 이제 우리 일상 속에서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고 자주 사용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 문화가 군사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측면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네 삶 자체가 (마치 군사 작전하듯) '전쟁'과 별 다를 바 없이 "살벌하다"는 뜻이 될지도 모른다.


필자가 무슨 군사 이슈나 전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D-Day"(디데이)에 관해 떠오른 단상을 쓸려고 하다 보니 이 말을 사용하게 된 그 원래의 배경과 어원이 궁금해졌다. 다행히 우리는 일상 속에서 대개 "D-Day"라는 말을 통상적으로 3번째 뜻인 "계획 개시 예정일"이라는 보다 순화된 의미로 사용하고 있고 지금 써고자 하는 이 글에서도 그러하다.


필자가 최근 직장생활에 관한 졸고를 몇 편 연이어 발행했지만 사실 실무적으로 회사일을 잘하는 능력, 그 능력을 조직 내에서 인정받을 때 자신감과 소속감이 더욱 강화된다. 다양한 회사일을 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Time schedule을 잘 계획하고 또 예정대로 잘 실행하는 것이다. 이때 어떤 신규 프로젝트나 업무 추진에도 반드시 포함되는 것이 바로 "D-Day"이다.




서설이 길었다. '브런치 글쓰기'를 하면서 글 발행에 대한 (글을 자유롭게 쓰고 올릴 수 있는) 무한한 자유가 부여되니 오히려 글쓰기와 글 발행에 대한 압박감과 구속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최근 들어 글쓰기가 갈수록 어렵다고 느껴서인지, 아니면 글을 좀 잘 쓰려고 힘을 많이 주고 있어서인지 예전처럼 줄줄 글이 쓰이지 않는다. 동기 부여(motivation) 부족일까? 아니면 벌써 브런치 글쓰기에 흥미를 좀 잃어가는 것일까? (필자는 아직 '응원하기' 대상도 아니다.)


다행히 [작가의 서랍](저장글)에는 퇴고와 발행을 준비하는 단상들이 있고, 글감도 있다. 하지만 선뜻 초고를 다듬고 퇴고하면서도 글 '발행'은 좀 망설여진다. 아마도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일까? 아니면 필자의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의 눈을 너무 의식하는 탓일까?


'무한' 자유 속 자율성(自律性)의 패러독스(paradox) 같은 것을 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강제사항이나 구속력이 없다 보니 스스로 느슨해짐을 한탄(恨歎)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일주일에 며칠씩 정해진 요일마다 글 발행을 선언하고 그 정해진 요일과 일자마다 정기적으로 글을 발행하는 것도 썩 내키지는 않는다. (필자처럼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바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전에 예고된 요일에 글 발행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유료 회원제 독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글 발행하는 작가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발행할 글감(글 소재와 주제 모두)이나 글 구상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고 질문자가 물으니 그 작가님도 별도리(別道理) 없이 이리저리 궁리하면서 계속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노력 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남긴 마지막 답변은 아주 인상 깊었다. 글을 완성해서 송부(발행) 해야 하는 ‘마감 시간’이 점점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마음은 비록 불안과 초조함으로 급박해지지만 머릿속 글 구상은 더 선명해져간다고 한다. 그 마감 시간까지, 그 작가의 글을 기다리고 있는 독자들(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선불한 유료 독자들)을 생각하면 작가 자신도 점점 더 절실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한 번 글의 구상이 확연해지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써내려 가게 되고.


물론 필력이 뛰어나고 집필 경험이 많은 베테랑 프로 전업 작가님의 사례이겠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마감 시간'이 주는 힘이다. 사실 '마감 시간'은 엄청난 압박감을 주는 스트레스의 주요인이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일을 하게 하는 (글을 집중해서 절실하게 쓰게 만드는) 추진력과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 '마감 시간'은 이 글의 서두에 언급한 "D-Day"에 따른 실행과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하리라 본다.




최근 고심 중인 것은 매거진 형태로 발행한 글들을 좀 다듬어서 '브런치북'(brunch book)으로 발행하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달 중순에 브런치스토리팀으로부터 필자의 매거진 <THL 행복 에세이> POD 출판 원고 신청이 가능하다는 알림을 받았는데 깜박 잊고 있었다.



우선 'POD 출판'이 뭔지 좀 들여다보고 연구를 해봐야겠지만 뭔 대단한 글을 썼다는 것은 아니고 필자의 <행복에세이> 매거진의 글 발행이 30편을 달성하니까 자동으로 알려주는 것 같다. 필자는 '브런치북'으로 출간하는 것도 준비 못하고 있는 데 벌써 POD 출판 원고 신청이라니...


어쨌든, 필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글을 언제까지 특정한 독자분 누구에게 꼭 송부(발행) 해야만 하는 어떤 '마감시간'도 없다. 언제까지 출간해야 한다는 "D-Day"도 없다. 말 그대로 "자유"다. 하지만 이게 글 쓰고 발행하는 데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독자분들 각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고, 필자는 우선 작은 목표와 Time schedule을, (스스로 족쇄(足鎖)를 채우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지키는지 못 지키는지 나중에 보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공개적인 글에 공표하는 것으로 스스로 어떤 "마감 시간"을 정하고자 한다.


이제 필자의 D-Day는 12월 31일이다, 200번째 글을 발행할 "계획 개시 예정일"은. 필자의 졸고에 구독과 알림 설정을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필자의 글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그 독자분들을 생각하며...










다음 [어학사전],

패러독스(paradox) : 일반적으로는 모순을 야기하지 아니하나 특정한 경우에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논증.

자율(自律) :

1. (기본의미)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가 세운 원칙에 따라서 스스로 규제하는 일.

2. [철학] 칸트 윤리학의 중심 개념으로서, 자신의 욕망이나 남의 명령에 의존하지 않고 실천적 이성에 의하여 스스로 세운 객관적인 도덕 법칙을 따르는 일.

한탄(恨歎) : 뉘우치는 일이나 원통한 일에 대하여 한숨을 쉬며 탄식함.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