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쓰기(20)-글쓰기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독자분들도 매스컴을 통해 이미 다들 들어보셨겠지만,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마트에 파는 과자나 캔 같은 포장된 식료품의 '가격'은 종전과 동일한데 상품 용량, 내용물의 양만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판매 가격은 그대로라도 포장지(용기) 안에 수량이나 무게, 크기 등 상품의 '중량'을 줄였으므로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한 것이고 분명히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상품 포장지(용기)에 눈에 띄게 또 크고 분명하게 새로 변경된 수량이나 중량(무게)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면 소비자를 우롱하는 "눈속임수"나 마찬가지다.
판매 가격을 인상할 경우 예상되는 소비자들의 저항을 줄이고자 하는 기업의 부득이한 전략이라는데 이런 가격 인상과 전략을 여기서 상세히 논하고자 함은 아니고 필자가 자주 글 쓰고 읽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이 말이 적용될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한 번 자문(自問)해 보고자 한다.
앞선 글에서 '자기 다짐'처럼 올해 말까지 200편 글을 발행하겠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이번 글이 다소 "셀프 디스"나 "자기 합리화" 같은 글이 될지도 모른다. 바로 이 글 소제목인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브런치스토리 플랫폼에 발행한 필자의 글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브런치 글쓰기를 하면서 떠오른 이런저런 상념들을 개인적으로 기록해 두는 필자의 매거진, <THL 브런치 글쓰기 습작노트>에 "브런치 글쓰기"로 이번에 20번째 글을 쓴다. 몇 번째, 몇 편의 글을 쓴다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냐만은 필자 스스로를 위해, 발행한 순서와 관리를 위해 번호를 매긴 것이다.
필자가 발행한 글들 중에는 음식 사진도 있고, "쫌 멋진 경구(aphorism), 혹은 잠언 한 줄"이라는 소제목으로 묶은 <Aphorism 한 줄 to THL>이라는 매거진도 있다. 이 매거진에는 말 그대로 주로 경구와 잠언, 또는 책을 읽다가 본 인상 깊은 글귀를 인용해서 기록해 둔다. 개인적으로 틈틈이 다시 읽고 그때마다 인용할 때 받은 영감(靈感 inspiration)을 다시 기억하고자 하는 개인적 목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연유로 필요에 따라 짧은 글을 덧붙이기도 하지만 부언이 아예 없을 때도 있다.
이런 인용한 글귀의 발행이 발행글 수에 들어가야 하는지 여부를 따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최근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 되돌아보게 된다. 글쓰기에도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 있을까? 그렇다면, 한 220편 이상의 글을 발행하는 것으로 목표치를 좀 높여 잡으면 될까? 하지만 이 또한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자신만의 다짐일 뿐이다. 어쩌면 글 쓰는 데 있어 어떤 구애(拘礙)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주 쓰기 위한 자기 최면을 거는지도 모른다.
필자 스스로 마음 편하고자 아무도 따지지도 않는 것을 애써 이렇게 공개적인 글로 쓰고 있다는 것은 처음 브런치 시작할 때와는 달리 요즘은 긴(?) 분량의 글쓰기가 어렵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한 편의 글에 어느 정도 길이(분량)까지를 "긴 글"로 부를 수 있는지도 다들 각자 지극히 주관적 판단일 뿐이지만.)
어쩌면 다른 작가분들처럼 브런치 작가 심사 통과 하려고 처음 신청할 때 제출한 글들이 제일 잘 쓴 글이 되어버렸고 그 이후로는 본의 아니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글 한 편이라도 더 "발행"하는 데만 의의를 두고 점점 더 어떤 "글쓰기 슈링크플레이션"에 빠져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지난번에 언급한 대로 기대치가 높아지고 글을 좀 더 잘 쓸려고 의식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글쓰기가 망설여지는 것일까?
어쨌든 올해 말까지 200편을 다 발행하지 못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아무도 타박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만족의 문제이다.) 기본적인 접근은 "양질전환"을 바라면서 글을 거의 매일, 아니면 자주 많이 쓰면 필력도 늘고 쓰는 글의 질(수준)도 향상되고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 하는 작은 바람이지만 그 성과나 결과가 어떠할지 지금은 알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글 발행 수는 별로 상관없다고 본다. 시를 쓰든, 소설이나 에세이를 쓰든 상관없듯. 편하게 글 쓰고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추구하는 작가라고 스스로 자부한다면 여기 발행하는 글이 얼마나 짧든, 길든 상관없다고 본다. 예전에 심지어 세상에서 제일 짧은 (편지) 글이 한 자도 아니고 "?"라는 물음표 부호 하나였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혹시 그에 대한 답장 글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맞다, 바로 짐작하시는 그것, "!" 느낌표 하나가 답장이었다고 한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글의 '길이'가 아니라 늘 글 '내용'과 '품질'(수준)이 관건이다는 사실이다.
물론 학교에 제출할 과제물이나 연구 논문처럼 세부적인 내용과 논지를 서술하기 위해, 그리고 점수 평가 항목으로 규정상 반드시 필요한 어느 정도 분량(A4 용지 몇 매 이상, 글씨 크기와 줄간격 등)이 사전에 정해져 있는 경우나, 또는 장편소설 응모할 때처럼 심사주체 측에서 글 분량이 최소 얼마 이상은 되어야 응모가 가능하다고 응모할 원고 심사 기준으로 미리 정해 두고 있다면 다른 문제다.
하지만 여기 브런치북 brunch book 출간은 최소 10편 이상의 발행글만 모으면 "책"으로 발간이 가능하고 각각의 글 한 편당 최소 분량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발행 글 한 편당 각각 A4용지 1쪽 정도의 분량이라면 10편의 발행글을 "책"으로 묶어 총 10쪽 분량의 브런치북 1권을 출간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작가님은 10여 편의 글을 모아 브런치북을 발간했는데 자신이 발간한 그 브런치북의 완독률이 0.0이라는 분석 결과를 보곤 많이 놀랐다고 해서 그 글을 읽고 좀 씁쓸했다.)
최근 들어 필자의 고민은 일주일씩 사전에 정해둔 특정 요일마다 글을 "연재"형태로 발행하다 보면 특정일 발행을 위한 시간에 쫓길 경우, 발행글의 분량이 점점 작아지거나 (또는 글의 품질이나 알맹이가 부실하거나) 글 길이가 짧아질까 봐 걱정된다는 것이다.
혹시 여기서 한 편씩 글을 발행할 때마다 글 분량을 무조건 좀 길게(?) 써야 "글쓰기 슈링크플레이션"이라는 말을 안 듣게 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시는 분은 없었으면 한다. 짧은 글을 여러 편 발행하든, 긴 글로 발행하든 자유로운 글쓰기를 추구하는 작가들 각자의 자유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려운 것은 어떻게든 글을 계속 꾸준히 쓰는 것 아닐까?
다음 [백과사전], (출처 : 에듀윌 시사상식)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기존 제품 가격은 동일하지만 크기와 중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것을 말한다.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unsizing)’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공식품 제조업계가 가격 인상의 대안으로 자주 활용한다.
셀프 디스 : 상대방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하여, 자신의 잘못이나 약점 따위를 드러내어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일.(출처 : 다음 [어학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