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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Sep 18. 2024

금칩


저마다 살아가며 느끼는 소소한 재미가 다들 다양하겠지만 필자는 요즘 체중계 보는 재미로 산다. 0.5kg, 1kg 줄어드는 체중을 보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큰 기쁨 못지않다.


입에 잘 맞아 평소 즐겨 먹던 음식들 몇몇을 못 먹게 되는 고통이 좀 따르지만 이번엔 기어코 목표한 체중감량에 성공하고 말리라 거듭 다짐하며 (지극히 사적인 일상이지만) 여기에도 “공개적으로” 기록해두려 한다.


문제는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이다. 야심(夜深)한 시각에 갑자기 라면이 먹고 싶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다. 예를 들면 주말 드라마를 보다가 (간접광고 PPL이든 아니든) 무슨 ‘먹방’처럼 음식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오면 간헐적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겐 정말 “고문”(拷問)에 가까울 정도일 때도 있다. 특히 늦은 저녁 시간, 또 자기 직전에 뭘 먹는 게 그렇게 안 좋다고들 하는데.


이제는 밤에 뭘 먹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세상에 좋은 추천 팁(tip)들도 많지만 필자는 우선 몇 가지만 실천해 보려 한다.


제일 먼저, 나는 방금 전에 저녁을 맛있게 그것도 양껏 잘 먹었음을 상기(想起)시킨다.


그리고 ‘갈증’(渴症)과 ‘허기’(虛飢)를 절대 혼돈하지 말자를 스스로에게 계속 되뇐다. 갈증은 말 그대로,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은 느낌”일 뿐이다, 갈증을 허기로 착각하여 뭘 먹는 오류를 다시 범하지 말자, 문득 느닷없이 시장기가 확 일어도 그 갑작스러운 시장기를 면하기 위해선 차라리 물을 좀 마시자라고.


어쨌든 여러 난관(?)에도 다행히 소식(小食)하며 육류 섭취를 줄이는 건강관리로 체중조절에 (적어도 지금까지는) 청신호(靑信號)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아 내심 무척 기쁘다.




아, 그런데 복병(伏兵)이 있다. 두 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입이 심심해 군것질거리를 찾게 되는데 (마치 영화관에서 팝콘을 사 먹듯) 평소 즐겨 먹었던 그 칩(chips)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신제품이다, 염분 없는 새 조리법으로 새 맛과 더 바삭한 식감을 느끼게 해 준다 등등으로 마트 매대 앞에서 나의 다이어트 의지는 어느새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사라지고 만다. 대개 사람들이 금연(禁煙), 금주(禁酒)를 하려면 주위에 적극 알리고 공개적으로 선언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듯 필자도 이참에 “금칩”(禁chips) 선언이라도 해야 하나 보다!


“금칩”(禁chips)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필자는 오늘도 갈등과 번민 중이다. 최근의 체중감량이 수포(水泡)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이 글을 쓰기 시작하다가 (출처는 모르지만) “소파에 드러누워 포테이토 칩과 쿠키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면 평생을 후회하며 살게 될 것이다”라는 말도 여기에 함께 옮겨 적어둔다. 오늘의 교훈으로, 그리고 내일의 다이어트 성공, 그 체중감량을 위하여!


(*광고 아님 주의)














시장기(--氣) : 배가 고픈 기운.

청신호(靑信號) : 1. 앞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은 징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수포(水泡) : 1. 공들인 일이 헛되게 된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기본의미) 물에 생기는 거품.(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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