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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Nov 11. 2023

"자기도 먼저 '무빙' 좀 봐!"

주의) 약간 스포 : OTT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Moving)


이번 글은 지극히 사적인 일상의 기록이 될 것 같다. 글을 쓰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 시나리오 쓰는 작가를 꿈꾼다고 했더니 "자기도 먼저 '무빙' 좀 봐!"라고 해서, 그리고 최근에 너무 화제작이라며 극찬이 자자(藉藉)해서 OTT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무빙'(Moving)을 보게 되었다.


이미 보신 독자분들의 평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필자의 총평으로는 전체적으로 재밌게 잘 봤다고 말할 수 있다. 기발한 소재(motif)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인상 깊은 장면들과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드라마틱한 스토리 구성으로 (여기에다 화려한 주연급 유명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탄탄한 연기력까지 더해) 기존의 단조로운 멜로(monotone melo)나 SF(Science Fiction), 판타지(fantasy)물, 히어로(hero)물을 넘어서는 정말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 높은 작품인 것 같다.


이미 이 '무빙' 드라마를 보신 분에 한 해 (최대한 스포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하자면, 다른 모티브(motive)도 많지만 그중에서 멜로의 큰 축을 이끌어가는 주연들의 섬세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중 누가 '조인성'(극 중 인물인 김두식 분으로서)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한효주'(이미현 분)도 마찬가지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무엇보다도 평소 필자의 '상상력' 부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극 중 에피소드 전개를 보며 앞으로 창작 작품을 쓸 때 필자가 심도 깊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의외로 사람들은 현실성이나 개연성(蓋然性)보다는 '황당무계'(荒唐無稽)하더라도 (환상 속에서만 가능한) 황홀한 판타지를 좋아하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체험하지 못할 요소들이지만.


그리고 드라마 '무빙'은 어차피 허구(fiction)인데 제대로 허구 쪽으로 가자고 대놓고 말하는 것 같다. 혹은 어쩌면 우리의 현실적인 배경만으로는 작가가 우리 삶을 위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표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이 드라마의 원작 작가 강풀의 해당 웹툰을 본 적이 없는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후반부 '북쪽' 요원들의 배경 묘사 때는 (앞선 멜로 감정선의 너무나도 "현실적인" 몰입감에 비해) 다소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잠시 들었고, 마지막 회에 '무빙' 시즌 2편을 염두에 두고 설정했다고 알려진 "젊은" 여상사 등장 등은 잘 이해하지 못해 좀 당황스러웠다. 또한 필자가 생각하기엔 한국적 특수성(분단국가)이 가지는 서사(敍事)를 잘 활용한 것인지, 아니면 '북쪽'과의 대결구도 설정 외에는 다른 방도는 없는지 고민해 볼 부분이다.




저마다 취향 차이겠지만, 여담으로 말하자면 필자는 평소 SF 장르나 판타지물을 잘 안 보는 편이며, 이런 연유로 나중에 도전해 보고 싶은 시나리오의 스토리 구성 방향은 (같은 허구라 하더라도) 현실 세계에서 상상의 세계로의 전이(轉移)라든가, 신비롭게 시공간(時空間)을 초월하는 <도깨비> (극본 : 김은숙 작가) 같은 류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인 현실 배경 속에서 전개되는 쪽이다고 볼 수 있다.


또 덧붙이자면 현실과의 괴리감을 최소화하며 서사(敍事)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랄까? 물론 판타지 요소들도 메타포(metaphor)의 매개체로 작가의 메시지를 전하며 오락적 흥미와 함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필자 개인적으로는 개연성(蓋然性)을 기반으로 하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단지 좀 더 선호할 뿐이다.


이 드라마를 보는 우리 모두 다 극 중 등장하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이 드라마 구성의 가장 큰 전제는 픽션(fiction)이라는 데 있으며 일반인들인 시청자들은 경외감(敬畏感)을 갖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 '초능력자'들을 통해 "대리 만족"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우리의 대리 만족도 끝나고, 우리는 일상 속으로 돌아와야 한다. 드라마를 보는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재밌게 몰두해서 잘 봤고, 이제 다시 우리는 무미건조하고 판타지도, 히어로도, 애틋한 멜로도 없는 "현실"로 돌아와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그런 영웅적 인물이나, 꿈꾸는 것만 같은 판타지와 멜로를 볼 수 없다고 너무 씁쓸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도 이미 '권선징악'(勸善懲惡)을 알고, ‘공감능력’도 갖고 있고, 통상적 능력을 넘어서는 자신만의 어떤 "초능력"을 발휘할 때까지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각자의 연인(戀人)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다음 [어학사전],

모티프(motif) : 예술 작품에서, 창작 동기가 되는 중심 제재나 생각.

멜로(melo) : [연극][영화] 줄거리에 변화가 많고 통속적인 정의감이 들어 있는 오락 본위의 극. 특히 선정적이고 감상적인 연애담을 가리킨다.

황당무계(荒唐無稽) : 말이나 행동이 헛되고 터무니없어 믿을 수 없음.

판타지(fantasy) :

1. [음악] 형식상의 구애를 받지 않은 자유로운 감성과 생각의 흐름에 따라 작곡된 낭만적인 악곡.

2. [문학] 가공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거나 초현실적인 존재 또는 사건을 다루는 문학 장르.

서사(敍事) :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시간의 연쇄에 따라 있는 그대로 적음.

개연성(蓋然性) : 절대적으로 확실하지 않으나 아마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는 성질.

권선징악(勸善懲惡) :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을 징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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