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Sep 20. 2024

To the left or to the right?


때로는 전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아주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사건 또는 난생처음 만난 낯선 사람이나 환경으로부터 (짧은 순간의 경험이다하더라도) 어떤 강렬한 인상을 받을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접한 시(詩) 한 줄 혹은 그림 한 점, 사진 한 장이 우리에게 어떤 깊은 감흥과 여운을 남기듯.




인생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며 살아갈지 저마다 결정하게 되는 계기와 방법은 무엇일까요?


대개 사람들은 처음에 본 것을 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그냥 믿는(믿어버리고 마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비록 그 처음의 인지(認知)와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항간에 인간관계 중 상대편에게 비치는 첫인상을 그렇게 강조하고 또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에 공을 들이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대개 처음 보는 사람에겐 좀 친절하려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허물없이 지내는 가까운 사이는 불친절해도 된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강렬하게 각인된 자기 확신에 가득 찬 '확증편향성'은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반복하며 자기의 주관적 "신념화" 과정을 거쳐 확고한 "고정관념"으로 고착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종교 영역이나 정치 분야로 오면 더 확연하며 두드러지게 눈에 띄지만 여기서는 더 부언하지 않겠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겐 처음 겪게 되는 경험(어떤 일이나 사람)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먹고 살아가기 위해 (살아남기 위한) "생존"에 필요한 여건을 제공해 주는 대상에게 보다 더 의존적이고 추종적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여건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신적인 것 이외에도 경제적 지원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누가 또는 어떤 조직이 밀어주고 키워준다는 식의 말이라든가, 누구는 "00 장학생"이다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떠도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 "00 장학생"이다라는 비유의 말에는 "장학금"을 줌과 동시에 막강한 정신적 그리고 물질적 영향력을 행사함도 내포되어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좋은 사람을 잘 만나는 일도 한 사람의 인생여정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경제적 부’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친구와 정신적 스승(선생님), 좋은 선배와 동료를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To 518?


그로 인해 글 서두에 언급한 첫 인지(認知)와 첫 판단 후의 삶은 자칫 잘못하면 그저 그 (첫 인지와 첫 판단의) 결과를 논증(論證)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그 고착된 시각과 관점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따라서 자기가 평생 내재화시켜 온 사상이나 가치관, 세계관 관련 갑작스러운 '변절'이나 '전향'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껏 평생 동안 지키며 살아온 그 신념(信念)을 한꺼번에 모두 버리고 하루아침에 '자기부정'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회나 지배세력과 집단이 그토록 특정 사상과 '이데올로기'(Ideologie)를 새로 주입하려 하거나 없애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브레인 세탁"같은 세뇌(洗腦 brainwashing)까지도 동원하는 이유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새 누군가가 또는 어떤 지배세력이 내가 알게 모르게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내게 주입해 왔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또 인지할 수도 있고 인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공동체에 영향력 있는 사회적 리더이든 아니면 기득권 주류 지배세력이든, 어쩌면 매스컴이든 소수의 지식인이든, 그들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그들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지는)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은연중에 우리 사회 전체 속으로 "권위화"시키고 우리와 우리 대중의 "여론"(?)으로 둔갑(遁甲)시키려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금  대입 교육이든 재산증식을 위한 재테크이든 이 사회 속 지배계급에 속하기 위해 끝을 알 수 없는 무한경쟁 이데올로기 속에 빠져 살고 있다고 봅니다.


자연의 이치 같은 공존공생은 진즉 더 이상 사회적 화두도 되지 않으며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승자독식"을 향해 출혈(出血)을 감수(甘受)하면서도 모두 그 무한경쟁에만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특정세력과 집단 간의 이해관계로 다투는 광경과 그 폐해(弊害)를 직접 겪고 또 보게 되면 작금에 횡행(橫行)하고 있는 왜곡(歪曲)과 날조(捏造)가 참으로 개탄(慨歎)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서없는 글을 이만 마치며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정의와 명분 그리고 화해와 협치를 강조하기 이전에 우리는 진실을 먼저 알아야 하고 그 온전한 진실을 먼저 알게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참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고 진짜인 진실을 알리는 뉴스와 그 목소리를 왜곡하며 뒤틀어 놓은 가짜뉴스를 구분하고 가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진실은 거짓 없이 그리고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 비틀거나 거꾸로가 아니라 - 똑바로 보고 듣고 제대로 알 수 있을 때 이 사회공동체에 그 (아무도 막지도 못하고 이길 수도 없는) 진정한 가치와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To the left or to the right?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 : 남에게 강하고 좋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하여 벌이는 자기 변신 방법.

인지(認知) : 1. (기본의미) 어떠한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여 앎. 3. [심리] 심리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며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 지각, 기억, 상상, 구상, 판단, 추리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지적 작용을 이른다.

이데올로기(Ideologie) : [철학] 개인이나 사회 집단의 사상, 행동 따위를 이끄는 관념이나 신념의 체계.

왜곡(歪曲) : 1. 사실과 달리 그릇되게 하거나 진실과 다르게 함. 2. 비틀어 구부러지다.

날조(捏造) :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거짓으로 꾸밈. (다음 [어학사전])


매거진의 이전글 미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