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온다.
어제도 그제도 비가 오더니 오늘도 아침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아침 기온이 그새 많이 떨어졌는지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마저 좀 쌀쌀하게 느껴진다.
비 오는 아침엔 따뜻한 차(茶)를 마시고 싶어 진다. 멍하니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따뜻한 민트(mint) 차나 얼 그레이(Earl Grey) 차도 생각나고 커피도 물론 좋다. 어느 누구는 내리는 빗줄기 바라보며 또 그 빗소리 들으며 운치 있게 파전에 막걸리나 동동주 한 잔 마시면 좋겠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아무리 주말이라지만 이른 아침부터 그렇게 먹기는 쉽지 않을 텐데도)
어쨌든 집이든 가까운 카페에서든 차나 커피 한 잔 천천히 음미(吟味)하며 마실 수 있다면 - 그런 시간을 가질 수만 있다면 - 그 즐거움은 분명 일상(日常)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이리라 본다.
비 오는 날 이른 아침에 부스스한 눈으로 마시는 차나 커피 한 잔은 잠을 깨워 줄 뿐만 아니라 하루의 '에너지'를 "충천"(充電)시켜주는 느낌이 든다.
이런 날은 - 각자 취향(趣向)에 따라 다들 다르겠지만 - 따뜻한 아메리카노(Americano) 보다는 카푸치노(Cappuccino) 한 잔이 마시고 싶어 진다.
카푸치노는 빨대보다는 잔에 입을 대고 마셔야 그 맛을 제대로 음미(吟味)할 수 있다는 말에 십분 공감한다. 카푸치노를 마실 때 입술에 묻는 거품(foam)과 그 위에 뿌린 계피 파우더 (cinnamon powder) 맛은 애호가들에겐 카푸치노의 또 다른 매력이기 때문이다.(혹시 시나몬을 좋아하지 않으면 넣지 말라고 주문할 때 미리 말하면 된다.)
또한 그 부드럽고 크리미(creamy)한 거품은 입술과 입안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커피의 열기(熱氣)를 좀 완충(緩衝)시켜 주기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카푸치노 커피 잔의 거품[스팀 밀크] 아래엔 여전히 뜨거운 '에스프레소'(espresso)가 있으므로 거품[폼]이 미지근하다고 절대 급하게 잔을 기울이며 마시면 안 된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이탈리아 카페에서 어느 오후 시간에 카푸치노를 한 잔 주문하니 같이 간 일행(이탈리아인)이 필자 보고 웃으며 (농담 삼아) "오늘 늦잠 자서 좀 전에 깼나 봐?"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전세계적으로 퍼져 나가 있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주로 '아침에' 카푸치노를 즐기는 편이라고 한다. 물론 오후에 마시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침에 카푸치노 대신에 '라테 마키아토'(latte macchiato) 마신다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듯.
그냥 휴일이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깃털처럼 가벼운) 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각종 사건사고 뉴스들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된 요즘의 현대인을 힐링(healing)시킬 수 있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먹거리'인 것 같다. 맛있게 먹고 즐겁게 마시는 것 말이다.(좋은 책과 좋은 글을 읽는 것은 그 후순위쯤이라도 될까?)
실은 '카푸치노'든 뭐든 차 한 잔, 커피 한 잔 마실 때마다 무얼 마시고 있냐 보다도 (비록 짧은 순간이라고 하더라도) 그때 느껴지는 만족과 어떤 자신만의 여유로움을 즐길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카푸치노(Cappuccino) : 에스프레소 위에 우유 거품을 얹은 커피 메뉴로, 에스프레소 위에 올리는 하얀 우유 거품이 프란체스코의 카푸친 수도사들이 쓰고 다니는 모자와 닮았다고 해서 ‘카푸치노’라고 부르게 되었다. 카푸치노는 카페라떼보다 우유의 양이 적고 그 공간을 거품이 채워 무게가 좀 더 가볍고 맛도 더 진하다. 특히 적어도 1cm 이상의 거품 층이 있어야 카푸치노라고 말할 수 있다. 부드러운 카푸치노는 우유와 거품이 분리되지 않게 혼합 과정을 잘 지키면 문제없이 만들 수 있다. 드라이한 카푸치노는 거품을 충분히 낸 후 스푼으로 거품을 떠서 잔 위로 쌓아 올려 만든다. 기호에 맞게 시나몬 파우더나 초코 가루를 뿌리기도 한다. 카푸치노는 빨대나 스틱보다는 바로 잔에 입을 대고 마셔야 그 진하고 부드러움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다.(출처:[다음백과], 김은지 [커피 마스터 북] 하서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