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of Emil Sinclair’s youth
책리뷰 & 독서노트로 글을 올린 지 좀 시간이 된 것 같다. 틈틈이 책을 읽고 있지만 독서가 꼭 무슨 책리뷰를 목적으로 읽는 것은 아니다 보니 따로 여기 이 매거진 <THL 서평과 감상문의 경계>에 올리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쓰고 싶은 것은 "독서일기"처럼 책 읽으며 그때그때마다 느낀 감상을 좀 기록하고 싶다.
자꾸 옛날이야기를 너무 자주 하면 자신도 모르게 나이가 좀 든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앞으로 할 일들을 많이 계획하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많이 이야기하려고 노력하는 데 잘 안된다. 오늘도 그 옛날이야기를 좀 하려 한다. 왜냐하면 예전 학창 시절에 애정을 갖고 몇 번이고 읽었던 책을 소개하려 하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인생 소설책'이라고 할 만한 게 몇 권 있다면 그중에 하나는 단연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의 소설책, [데미안](Demian)을 꼽을 수 있다.
[Demian: Die Geschichte von Emil Sinclairs Jugend](1919) (The story of Emil Sinclair’s youth) by Hermann Hesse (데미안: 에밀 싱클레어의 청년 시절 이야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장소설 중 하나라고 불리는 [데미안](Demian)은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Emil Sinclair)의 성장과 자아 발견의 여정을 담은 소설이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1946) 한 적도 있는 작가 헤르만 헤세는 스위스의 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의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워낙 잘 알려진 유명한 작품이기에 이미 읽어보신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여기서는 자세한 책 소개보다는 이 책과 연관된 지극히 개인적인 감회를 짧게 적고 기록하는 데 그치고자 한다.
지난번 다른 글에서 기억을 저장하고 되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오래 기억된다는 '향기'를 (연상기억의) 매개체로 하면 된다고 쓴 적이 있다. 예전에 맡은 향기로 그때 그 분위기에 함께 스며들었던 감정에 대한 기억까지도 되살릴 수 있다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아주 오래전에 반복적으로 즐겨 듣던 음악도 나중에 다시 들으면 그때 그 시절 장면들이 다시 되살아난다. 이런 연상기억의 매개체는 비단 향기와 음악뿐만 아니라 즐겨 읽던 책을 다시 읽을 때도 그러한 것 같다.
학창 시절에 밤늦게까지 안 자면서 몇 번이고 읽었던 이 책을 영문본으로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어 보게 되었는데 금방 그 옛날 추억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책 또한 향기와 음악 못지않게 강한 연상기억의 매개체임을 분명히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같은 소설책을 읽고 그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떨던 친구들도 아련하게 함께 떠올랐다. 나중에 크면 이런 소설을 꼭 한 번 써보고 싶다고도 서로 호언장담(豪言壯談) 했었던 것 같은데 필자는 아직까지 (먹고 살기 바빠)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울 따름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학창 시절 노트에 옮겨 적었던 (그 당시에는 아마 좀 멋있어 보이려고 줄줄 외울 정도로) 인상 깊은 구절들도 어렴풋이 함께 다시 생각났다. 여기에 몇 줄 찾아 옮겨 적으며 아주 사적인 "독서일기"를 이만 마친다.
"The bird fights its way out of the egg. The egg is the world. Who would be born must first destroy a world. The bird flies to God. That God's name is Abraxas."(p. 78)
Each man's life represents a road toward himself, an attempt at such a road, the intimation of a path. No man has ever been entirely and completely himself. Yet each one strives to become that—one in an awkward, the other in a more intelligent way, each as best he can. Each man carries the vestiges of his birth—the slime and eggshells of his primeval past—with him to the end of his days. Some never become human, remaining frog, lizard, ant. Some are human above the waist, fish below. Each represents a gamble on the part of nature in creation of the human. We all share the same origin, our mothers; all of us come in at the same door. But each of us—experiments of the depths—strives toward his own destiny. We can understand one another; but each of us is able to interpret himself to himself alone. (p. 2 Prologue) [Demian : The story of Emil Sinclair’s youth] by Hermann Hesse. English Version. Harper Perennial Classics Edition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