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쓰기(38)
지난해 7월 초부터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첫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제 500번째 글 발행을 앞두고 있다. 다가오는 숫자가 가지는 어떤 무게 때문인지 어떤 특별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요 며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실은 필자도 지금까지 글쓰기에 지쳐 쉬고 싶다거나 아예 그만두고 싶다거나 하는 기분이 들어 중간중간 고비가 여러 차례 있었다. 이곳저곳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기웃거리며 읽다가 보면 브런치 작가 '등단' 이후 한 1~2년 활발히 활동하시다가 점차 뜸하거나 거의 그만두다시피 하시는 분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다들 각자 글을 계속 발행하지 못하거나 (혹은 않거나) 하는 그 이유가 있겠지만, 여러모로 공사다망(公私多忙)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글쓰기가 너무 귀찮아지고 또 권태롭거나 아니면 (브런치는 책 출간뿐만 아니라 응원하기 새 기능 도입 등으로 금전적 수익의 ‘기회’를 제공한다지만) 브런치 자체에 싫증이 나거나 아예 흥미를 잃었을 수도 있다.
물론 필자 개인적으로는 여기서 500번째 글을 발행한다는 사실이 기념비적인 이벤트이고 기억에 오래오래 저장해 두고 싶은 자축(自祝)의 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독자가 있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는 만큼 어떻게 보면 그럴수록 뭔가 좀 더 인상적인 글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며 지금까지 꾸준히 글쓰기를 해오며 느낀 소회(所懷)를 써내려 가다가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는 자신의 글을 다시 읽어보며 지웠다가 썼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다시 공백상태로 모니터에 깜빡이는 커서(cursor)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갑자기 생각이 단순 명료해졌다. 아, 오늘 내가 진정 쓰고 싶었던 글은 이런 글이 아니었구나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길 바라지만) 거의 누구나 겪게 되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혹은 글쓰기 플랫폼 내지는 요즘의 여타 SNS들처럼 그 피할 수 없이 따라오게 마련인 (또 감내해 내야만 하는) 몇몇 현상들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쓰고 싶었는 데 차마 일일이 열거하지 못한 채 자기 검열(self-censorship) 같은 족쇄(足鎖)를 채워 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브런치스토리 작가로서 여기에 글을 발행하는 것을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니 오해하지는 마시라. 다만 브런치스토리를 이제 막 시작하시는 신규 작가(지망생)분들에게 어쩌면 괜히 좀 "불편한" 이야기가 될까 봐 마음 한편 구석엔 망설여지는 면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으로 최근 갑자기 전국적으로 (한강 작품들 위주이지만)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심이 커지고 있고, 그리고 10월 초 브런치스토리팀의 팝업스토어(pop-up store), <작가의 여정> 행사 개최로 새로운 독자와 신규 작가(지망생)분들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요즘,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고 발행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시는 많은 분들에게 - 비록 소수만 읽고 말더라도 - 어쩌면 긴 브런치 여정을 새로 시작하는 '마음의 준비' 정도 차원에서 참고가 될지도 몰라 필자의 지금까지의 일천(日淺)한 경험과 느낌을 글로 남겨 두고 싶었다.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임을 전제로 필자도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시작 초반엔 다음과 같은 말을 자주 듣고 스스로에게도 묻고 또 새 글로 발행까지 하며 오래 고민한 적이 있었다.
브런치 작가들끼리 "라이킷-품앗이"도 해야 하나요? (이 <THL 브런치 글쓰기 습작노트> 매거진에 발행한 필자의 졸고 중 동일한 글제목 참조)
'라이킷' 이슈는 여러 SNS들의 "좋아요"와 마찬가지로 브런치스토리 글쓰기 플랫폼에서도 이미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자신의 글 또는 타인의 글 관련 라이킷 수가 그 글의 수준인지, 아니면 그저 기호 식품처럼 '취향'인지 여부도 독자(작가)분들 개개인이 판단할 부분이다. 어떤 분들은 라이킷과 댓글을 남기면 그에 상응하는 ‘답방’을 하고 라이킷과 댓글을 서로 남겨주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으니 각자의 가치 기준에 따라 알아서 해석하시면 될 것 같다.
처음 읽는 사람은 아무리 빨리 읽어도 5분 이상은 족히 걸릴 비교적 긴 장문의 새 글을 발행했는데도 포스팅하자마자 거의 곧바로 라이킷 1, 2가 금방 붙는 현상에 대해선 필자도 처음엔 순진무구(純眞無垢)하게 (발행글을 통해서) 의문을 토로한 적도 있었지만 이젠 그냥 무덤덤하게 여기게 되었다. 지금껏 500여 편을 발행해 오며 요즘은 (내 글을 제대로 끝까지 다 읽었느냐 아니냐 여부를 떠나) 그렇게 급하게 바로 라이킷을 반복적으로 빨리 누르는 그분들도 다 그분들 나름대로 어떤 사정이 있겠지 하고 만다.
이와 관련하여 브런치스토리 운영팀에게 공개글로 제안을 한 적도 있었지만 내가 뭐라고 한다고 해도 딱히 달라질 것도 없어 보이는 사안이라는 것은 한참 시간이 더 지난 시점에야 깨닫기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좀 더 딥하게 들여다보는 분들이 추측(推測)하는 것처럼, 어떤 자동 프로그램에 의해 동일하게 반복적으로 라이킷을 해주는 별도의 매크로(macro) 같은 것이 작동하고 있는지 (그럴 소지가 있는지) 여부는 필자로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이 부분은 브런치스토리 운영팀이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그리고 우리(회원)들에게도 답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구독을 했다가 (내가 바로 맞구독을 하지 않으니) 바로 구독을 취소하시는 분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라든가, 또는 내 계정의 구독자 수가 내 글의 실력이고 '계급'인가라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카카오 Daum을 비롯한 온라인상 포털 메인이나 브런치스토리 메인창에 글이 노출되고 에디터(알고리즘)에 의해 픽되기 위해선 최소한 다양한 '소통'의 노력들을 실제로 많이 해야 함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담합(談合)이 아닌 선의(善意)와 호의(好意)의 라이킷 주고받기와 댓글 달기 내지 대댓글 쓰기와 구독 등을 하지 않으면 구독자도 안 늘고 포털 메인이나 브런치 메인창에 노출과 픽도 잘 안되며 조회수도 바닥이 되고 만다.(음식과 이혼, 퇴사 등 인기 있는 글의 주제와 소재의 영향력은 이 글에선 생략한다.)
혹자는 매일 n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새 발행글마다 라이킷 뿌리기(누르기)를 계속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 또한 그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감당해 내려는 개개인의 의지와 노력이고 '취향'이다고 본다.
또한, 어떤 특정 시간대에 그러니까 오전 몇 시부터 몇 시 사이에 새 글을 발행하라든가, 아니면 제목을 아주 자극적으로 (눈과 귀가 솔깃하게) 뽑아라, 또는 낱개의 글보다는 매거진으로, 아니, 매거진보다는 '브런치북'으로 "연재"글 형태로 일주일에 몇 번씩 발행하는 것이 브런치 메인에 글 노출과 픽에 도움이 된다 등은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한국시각으로 새벽 3 ~4시경에 발행한 글은 알림[알람]이 설정된 작가나 구독자들을 제외하곤 - 무명작가(지망생)의 글이라면 - 금방 소리 소문 없이 저 깊은 '심연의 바다'에 빠져 버릴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물론 검색을 통한 '소생'(蘇生)도 간혹 기대해 볼 수도 있겠지만 주로 포털에서 검색이 많이 되지 브런치스토리 내에서 특정 키워드로 '검색'을 통해서 글을 찾아오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좀 드물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필자의 경우, 다른 발행글(공지)에서 이미 언급하고 소상히 밝혔지만 필자가 지금 처한 여건하에서 필자 나름대로 글발행을 하면서 정한 개인적인 원칙이 있다. 비록 그것이 일시적이고 당분간만이다 하더라도. 그래서 필자는 지금 막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하시려는 작가(지망생)분들에게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의 롤모델은 될 수 없음을 자인(自認)한다.
최근 넷플릭스(Netflix) 예능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 대박 히트를 치고 큰 인기를 누리며 항간에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영하는 기업, 그리고 그 요리를 심사하는 셀럽 심사위원들의 인기와 권위에 눈이 가려 정작 그 요리를 직접 맛보고 경험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다른 매체를 통해 실제 초기 라운드에서 광탈한 경연 참가자에게 한 인터뷰 중 "심사위원의 권위와 그 판정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은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요리 계급 전쟁"에 참가한 요리사가 심혈(心血)을 기울여 만든 요리의 맛과 품질은 오프라인 식당에서 실제로 그 요리를 직접 입에 오물오물 씹어 먹는 식당 손님이 그때그때마다 가장 잘 느끼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셰프(chef)는 요리를 하고 손님은 그 음식을 맛보고 맛있으면 삼키면 된다.(물론 그 요리가 맛없으면 뱉어내는 것도 손님의 선택이고 자유다.)
지금도 우리 모두('모두'이길 희망하지만)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전 국민과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분들도 있고 아직 읽지 못한 분들도 있겠지만 일견 대부분은 노벨 문학상의 권위를 논하거나 노벨 문학상을 선정하는 심사 위원들의 면면을 일일이 다 보고 그 상(賞)의 위엄과 가치를 논하지는 않는 것 같아 보인다.
어쩌면 단지 노벨상이 주는 상금의 금액 규모가 동종 업계(?)내에서 최고의 수준이어서 우리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심사위원들의 권위와 판정을 전적으로 신뢰(信賴)하는 것일지, 아니면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작품이 실제로 직접 읽어본 독자들에게도 대단히 훌륭하다고 평가될 만큼 가치와 의미를 인정받기 때문일지 (노벨상 수상을 축하하면서도)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서 프랑스의 알베르 카뮈(Albert Camus)가 받았고 독일의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가 같은 노벨 문학상을 받아서 한강의 작품이 그저 덩달아 빛나는 것이 아니라 일개 한 명의 독자지만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끝까지 직접 읽는 독자가 최종적으로 느끼고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작품이 공감을 주고 또 뜻깊은 의미와 감동을 전하는지 여부를 말이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를 새로 시작하시는 독자(작가)분들처럼.
P.S. 지난번 다른 글에서 댓글을 대신해서 발행글로 답하겠다고 했는데 틈틈이 모아둔 단상들을 쓰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오늘 또 이렇게 한 편의 글을 새로 발행합니다. 지금까지 관심 가져 주신 분들, 또 함께 해주신 독자(작가)분들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