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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Nov 02. 2024

자전거 처음 배울 때처럼

브런치 글쓰기(39)


실은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 여러 친구들과 어울리며 같이 놀아도 늘 부러운 대상이 있었습니다. 미술시간이 되면 그림 잘 그리는 반친구가 무척 부러웠습니다. (어쩌면 몇 가지 안 되는 기본 색뿐인 나보다는 36 가지색 크레파스를 가진 친구가 부러웠는지도 모릅니다.)


일부 선입견(先入見)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림을 그리려면, 미술, 그러니까 '예술'을 하려면 금전적 여건이 따라줘야 한다는 말을 그 당시 어디선가 얼핏 들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어린 마음에 집에 차마 무슨 재료를 더 사달라, 어디 학원엘 보내달라 소리를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한참 시간이 더 지난 학창 시절,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36 가지색” 크레파스도 없어도 되고 펜과 원고지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하지만 “춥고 배고프게” 살게 될 것이니 다른 걸 찾아보라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그러다가 지금껏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왔습니다.




이래저래 세월 지나가고 저무는 인생 말년(末年) 오면 필자는 낙향(落鄕)하여 그저 자연(自然)과 벗하며 지내고 싶어 졌습니다. 다들 말로는 다 못할 사연들이 있겠지만 필자 나름대로는 초년(初年)에 고생을 좀 했으니 이제 말년에라도 근심 걱정 다 잊고 살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가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끔씩은 “삶의 의지”와 깊은 감명(感銘)을 주는 그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畵家)가 되지 못한 것이, 또 소설가가 되지 못한 것도 후회스럽고 때론 자탄(自歎)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젠 그냥 뒤늦은 회한(悔恨) 일뿐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쓸쓸히 추풍(秋風)에 흩날리는 낙엽 속 간당간당 위태롭게 매달린 "*마지막 잎새"를 보면서 ‘화가’(畵家)는 되지 못했지만 문득 그 소설을 다시 쓰고 싶어 졌습니다.


비록 서툴고 일천(日淺)한 경험이지만 글을 쓰다 보면 힘들 때도 많고 지쳐 쓰러져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자전거 처음 배울 때처럼 자전거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뇌어 봅니다. 지금 밟고 있는 자전거 페달을 계속 밟는 것 말입니다. 필자가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것뿐인 것 같습니다.











시월의 마지막 즈음부터 요 며칠 사이에 함께 글 쓰는 문우(文友)분들이 따스한 온기(溫氣)로 찾아와 주셨습니다. 관심과 성원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댓글을 대신하여 이렇게 새 글 발행으로 짧게나마 인사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번 공지글에 쓴 바와 같이 필자는 당분간 댓글을 달지 않음을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마지막 잎새》(The Last Leaf) : 1905년 미국의 작가 O. 헨리가 발표한 단편 소설. [다음백과]

말년(末年) : 인생의 마지막 무렵(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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