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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Dec 04. 2023

산책 3

THL 창작 시(詩) #26 by The Happy Letter


산책 3



온통 하얗게 눈 덮인

마을 골목길 벗어나

숲 속 눈길 따라 걷다 보니

앞서간 사람 발자국들 어지럽게 남아있다


한평생 사람이 드러낸 감정은

자기 얼굴에 남아 쌓이고

한평생 사람이 행한 언행은

그 발자취로 남는다는데


지금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 내 모습처럼

추운 겨울 하얀 눈길 위

내가 걸어온 발자국처럼

잘난 체한 내 교만(驕慢),

우쭐거린 내 자만(自慢)

내 지나온 길 위에

선명(鮮明)하게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아

한껏 움츠린 어깨로 고개 숙인 채

산책 길 반환점 돌아가는 내 발걸음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다



by The Happy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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