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Dec 05. 2023

산책 4

THL 창작 시(詩) #27 by The Happy Letter


산책 4



마을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다

이동식 놀이시설 먹거리 야시장이 서고

나들이 가족, 연인 친구 끼리끼리 시끌벅적

한겨울 세찬 바람도 오는 사람들 막지 못한다


왜 골목 한 모퉁이는 딴 세상인양 조용할까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다

따스한 온기(溫氣) 쬐며 그 불만 바라보고 있다

불멍 중...


이렇게도 마을 축제를 즐길 수가 있구나

크리스마스 캐럴 흥겹게 따라 부르지 않아도

먹고 마시며 같이 춤추지 않아도

모여 앉아 조용히 불만 바라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한 사람들도 있구나


휴식(休息)도 다음 일의 준비라는데

우리는 왜

차분하게 가만히 앉아 쉬는 것도 못하나

허튼짓만 하지 않아도 잘 사는 것이라는데

우리는 왜

꼭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强迫)을 떨치지 못하나


밤이 깊어가며

마을 축제도 끝나 가고

그 수많은 음악소리 웃음소리 점점 사라지고

모닥불 온기 쬐든 사람들도 하나 둘 집으로 가는데

한겨울 찬바람 속 산책 나온

나는 왜

꺼져가는 모닥불 곁을 떠나지 못하나



by The Happy Letter






불멍 : 주로 캠핑 등에서, 장작불을 피워 놓고 불꽃의 움직임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

강박(强迫)1: [심리] 불합리하다고 자각(自覺)하면서 어떤 관념이나 행위에 사로잡혀 억제할 수 없는 일.

(출처 : Daum [어학사전])


매거진의 이전글 산책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