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29 by The Happy Letter
붐비는 식당 한구석
아무 말없이 앉아 있는
백발의 노부부 앞엔
식사를 막 끝마쳤는지
빈 접시만 두 개 덩그러니 놓여 있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는
앞으로 휘어진 허리 가누지 못해
식탁에 몸 기대어 가까스로 버티고 있고
맞은편에 앉은 무표정한 얼굴의 할아버지는
손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반으로 눌려 찌그러진 듯한 모양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달다고 소문난 맛,
바로 납작 복숭아 하나!
할아버지는 떨리는 양손으로
과즙 뚝뚝 흘려가며
천천히 조금씩 껍질을 벗기고
입에 침이 고일만큼 맛있어 보이는
그 납작 복숭아를 할아버지 입으로 가져간다
할아버지는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가
다시 그대로 손바닥 위에 뱉어내고
그러고는
아무 말없이 할머니 입으로 가져다준다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