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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HL 창작 시

오리들의 대화

THL 창작 시(詩) #240 by The Happy Letter

by The Happy Letter


오리들의 대화



지난밤 몰아친 한파(寒波)에 이 호수도 진짜 꽁꽁 다 얼어붙는 줄 알고 엄청 걱정했어, 엄마. 오늘 아침 해가 떠서 정말 다행이야. 내리쬐는 햇살에 살얼음도 조금씩 녹아가니 이렇게 물 위를 노닐며 떠다닐 수도 있고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네! 아가야, 여기 이 호숫물은 조금씩 흘러 저 작은 개울 길을 따라 샛강으로 흐르고 그 강물은 다시 바다로 모인단다. 가만히 있으면 이 호숫물도 어젯밤처럼 그 무시무시하게 끔찍한 냉기(冷氣)에 서서히 얼어붙고 말지. 그러니 물 밑으로 두 발 힘차게 계속 휘젓지 않으면 어쩌면 우리 모두 단단한 얼음 속에 갇혀 버릴지도 몰라. 고인 물이, 가만히 있는 물이 제일 빨리 얼어붙는단다.



by The Happy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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