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 가지 고통

by The Happy Letter


작가님, 주말 어떻게 보내셨나요?


필자는 아침에 창밖 햇살이 반가워 동네 산책 나갔다가 금방 다시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바깥 체감 날씨가 너무 추워서요. 그래서 뜨거운 커피 한 잔 내려 천천히 마시며 미루고 미루느라 못다 읽은 소설책 한 권을 마저 읽었습니다. 앞선 발행글에서 언급한 매트 헤이그(Matt Haig)의 신간, [THE LIFE IMPOSSIBLE] 완독을 스스로 공표까지하고 나니 어서 빨리 다 읽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한 몫한 것 같습니다.


어쨌든 오늘도 책 한 권을 다 읽어내서 뿌듯합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여기서 일부러 따로 적지 않아도 저마다 다양하실 것입니다만 필자의 경우, 독서의 가장 좋은 점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동안 딴생각이 전혀 안 난다는 점입니다. 독서에 빠져 있을 때 가질 수 있는 그 몰입[Flow]감이 정말 좋습니다. 평소 일상생활 중 한꺼번에 신경 쓸 일들도 많고 다른 잡념(?)들로 뭘 하다 보면 집중력이 좀 떨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독서할 때는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어떤 기분 좋은 스트레스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책의 작품성과 감동이 주는 재미도 중요합니다. 필자는 그 책 속 스토리와 장면들을 눈으로 따라 읽으며 동시에 머릿속으로 함께 상상하는 즐거움도 크다고 봅니다. 어떠한 시각적 또는 청각적 영향과 효과 없이 오롯이 종이로 된 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음미[상상]하는 독서의 재미는 비디오 클립(vid clip) 같은 영상과는 다른 차원이니까요. (그래서 필자는 책을 원작으로 하는 어떤 영화는 관람을 주저한 적도 있었습니다) 필자는 스스로에게 강조하고자 몇 번 언급했지만 시나 소설, 드라마 같은 창작품 글쓰기엔 작가의 창의적인 시각과 ‘상상력’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여담이지만 서재에 “조만간” 읽으려고 산 소설책들이 쌓이고 있어 필자 스스로 보기에도 “쓰기”보다는 “읽기”를 단연 더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만 필자도 지금껏 다른 일을 하다가 학창 시절에 꾸었던 - 아직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는 - 그 옛 꿈을 찾아 최근부터 가끔씩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시집, 에세이집 또는 소설, 드라마 작품들로 책도 출간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있고요.


하지만 하루하루 생업(生業)에 바쁘다 보면 글을 자주 쓰지 못하는 핑곗거리는 무수히 많이 생깁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문득 (얼마 전까지 그렇게 미루고 또 미루어 온 것처럼) 지금 쓰지 않으면 도대체 언제 쓸 것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앞으로 기운차게 살 날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고요.




최근에 호흡이 긴 책들, 특히 ‘장편소설’을 잘 읽어내지 못해 좀 고심했습니다. 요즘 SNS에도 “숏폼”(short-form)이라는 형태로 짧은 영상 콘텐츠들이 많이 올라오듯이 어쩌면 인터넷 온라인상으로도 비교적 “짧은” 글들을 자주 접하고 또 읽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장편영화는 잘 보는 것 같은데) 그로 인한 영향인지 ‘부작용’인지는 몰라도 - 물론 개인적인 역량의 문제이겠지만 - 상대적으로 긴 글 쓰기[읽기]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작가님들이 언급하시듯 살아가다 보면 글을 써야 하는 고통보다 글을 안써서 느끼는 고통이 더 클 때가 종종 있다는 말을 필자도 무척 공감합니다. 만약 두 가지 고통 중 후자의 고통이 더 큰 시점에 글을 쓰게 된다라고 한다면 필자도 아마 지금이 그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렇게라도 애써 계속 글 쓸 용기를 내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Haig, Matt [THE LIFE IMPOSSIBLE] Canongate Books. UK 2024
“You see, if you want to visit a new world, you don't need a spacecraft. All you need to do is change your mind.”(p.139)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