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Not Part

by The Happy Letter


조금 전까지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1판 2021)를 "원서"로 읽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명성과 함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을 들자마자 단숨에 바로 다 읽긴 했지만 마지막 한 장까지 넘기기가 쉽진 않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냥 편하게 읽지는 못할 만큼 너무 슬프다. 최근까지 숨겨지고 가려진 그 4.3 사건 앞에, 너무나도 엄청한 비극의 슬픔 앞에 필자도 지금 독서 감상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그만둬야만 할 것 같다.


우리는 대개 개인적인 아픔도 다 드러 내놓고 정면으로 마주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런 역사적인 트라우마를 설득력 있는 스토리 구성 속에 한 편의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녹여낸 한강 작가에게 경탄(驚歎)과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강 작가는 이 책 <작별하지 않는다>로 이미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 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우리도 끔찍한 과거 그 사건에 고통받으며 희생된 사람들과 그리고 그 기억과도 "작별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작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소설 속 슬픔과 고통은 모두에게 아직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한강 작가가 이 소설 중간에 짧게 터치하고 지나가는 베트남 전쟁처럼)


아직 읽지 않은 분들에겐 스포일러(spoiler)가 될 수 있으니 소설 속 이야기들을 일일이 적을 수는 없지만 한 대목만 적어보자면, 화자(話者)인 '경하'가 풀어내는 '인선'의 애환(哀歡), 그리고 그 둘을 인간적으로 연결하며 아픔에 대한 공감의 내재화(內在化)를 이끄는 인선의 "할머니 같은" 엄마 모습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플롯의 주된 흐름이다.


엄마의 그 족적(足跡)을 통해 - 엄마의 애절한 삶의 고통을 알게 되며 - (경하와 인선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 '진실'을 향해 계속 더 가까이 다가갈 용기를 배우게 된다.

딸인 '인선'도 소설 도입부에 묘사된 때로는 "아이 같은" 엄마 모습을 지난(至難)했던 과거 속에서 극적으로 새롭게 반추(反芻)하게 된다.(그로인해 작가의 바람대로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그냥 할머니야. 마흔 지나서 나를 낳았거든. 그러니까 환갑이 훨씬 넘으셨어. 농구 규칙도 모르면서 보는 거야, 사람들이 많이 나오니까. 집이 외떨어져 있어서 일이 없을 땐 적적해하시거든."(72쪽)


"그렇게 인선의 고향은 그녀가 가르쳐주는 담담한 방언-어미들이 홀홀히 짧은-과, 사람이 그리워 농구 경기를 즐겨 본다는 아이 같은 할머니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었다."(73쪽)




짧은 소감(所感)을 이만 끝맺으며 이 소설책 맨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 중 일부를 인용하여 덧붙인다. 지금 소설을 쓰고 있거나 조만간 쓰려는 작가(독자)분들이 혹시 소설 쓰기에 낙담(落膽)하게 될지, 아니면 용기를 더 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2014년 6월에 이 책의 첫 두 페이지를 썼다. 2018년 세밑에야 그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으니, 이 소설과 내 삶이 묶여 있던 시간을 칠 년이라고 해야 할지 삼 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작가의 말] 중. 328쪽)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