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블로그에서도 그렇지만 브런치스토리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 누구나 고민하는 것처럼 필자도 어떤 콘텐츠(contents)를 메인으로 다룰 것인가 한참을 심사숙고(深思熟考)하다가 다른 작가분들이나 파워블로거들처럼 어떤 트렌디(trendy)한 전문분야를 특정하진 못하고 “행복”이라는 다소 광범위한 주제를 주된 화두(話頭)로 선정하게 되었다. 그때 필자 나름대로는 결국은 우리 모두 다 행복하게 잘 살고자 이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런 단상들을 어딘가에 기록해 두고 싶었다.
그 덕에 여기 필자의 글쓰기 공간엔 이런저런 온갖 이야기들을 다 늘어놓을 수도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 나이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행복한 삶이 뭔지 아직도 모르냐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소심한 우려를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여태까지 생각나는 대로 당초 고심했던 바와는 좀 동떨어져 보여도 - 어쩌면 폭넓게 보면 다 연관이 있겠지만 - 이런저런 다양한 글을 (용기 있게) 쓰고 또 발행해 왔다. 하지만 지금껏 필자(THL)는 “행복한 삶”이라는 화두를 잊은 적은 없다.
일전에 언급한 적이 있지만 어쨌든 행복하게 살려면 ‘행복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하는데 각자 저마다 개인적으로 정의(定義)하는 개념과 가치 기준이 다들 다르고 천차만별(千差萬別)인 것 같다. 그래서 행복이 다양한 모습과 형태로 보일 수도 있고 또한 주관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으니 한마디로 말하기가 좀 모호하다라면 반대로 ‘불행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하는 방향으로도 답을 찾아 나설 수 있다고 본다.
가족 모두 화목하고 건강하며 매일 근심걱정 없이 살면 제일 좋겠지만 (그리고 친구나 이웃과도 비교하지 않고 살면 좋겠지만) 우리는 때로는 아프기도 하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일로 사건사고를 겪기도 하면서 산다. 물론 친구와 이웃과 비교도 자주 하면서.
뜻밖의 일로 인간관계에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고, 어쩌면 본의 아니게 주기도 하며 살기도 한다. 이렇듯 이런저런 많은 일에 부대끼며 살아도 우린 늘 행복해야 한다. 아니, 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것 같다.
필자도 크고 작은 불행한 일을 겪어봐서 - 최소한 필자의 기준으로나마 - 불행한 일이 뭔지를 조금은 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런 일이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강한 바램(바람)을 각인시키는 일들 말이다. 그러나 앞으로 또 그런 일을 당하게 될지 여부는 장담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다 보면 미연에 방지하고자 철두철미하게 잘 준비해도 피할 수 없이 당하고 마는, 저마다 “억울한” 일도 겪게 되니 말이다.
행복하려면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다들 삶에 기대를 좀 낮추라고 하는데 우리는 태생(胎生)부터 기본 욕구 외에도 소유욕구와 사회참여욕구에 더해 강한 인정욕구를 갖고 태어난 “인간”인지라 그 또한 쉽지 않다.
인간이라는 종족이 가진 그 종족 보존(생존)과 번식을 위해 필요한 경쟁 유전자를 타고난 “덕분에” 우리는 애초부터 양보와 자비(慈悲)가 어려운 삶을 사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는 듯 비쳤던 자칭 타칭 성직자라는 사람 일부도 요즘 보면 자기 세력(勢力)과 재력 축적(蓄積)에 관심이 더 많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선각자들과 현자(賢者)들이 인생을 ‘여행’에 빗대어 말한 것을 자주 접한다. 육십 평생을 - 요즘은 한 칠팔십이라고 봐야겠지만 - ‘여행’에 비유하자면 이 세상 와서 잘 놀다간다는 풍류(風流)는 흉내 못 내도 내 인생 여정(旅程)을 떠날 때는 최소한 미련 없이 기꺼이 눈감으며 떠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매일 떠나는 출근길도 여행처럼 - 하지만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갈 것임을 아는 - 그 하루하루에 내 삶의 의미를, 내 삶의 행복을 찾고자 한다. 그 하루하루의 저녁과 휴식과 잠에 행복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남은 여생(餘生)이나마 후회 없이 살고 싶다. 내게 남은 시간 동안만이라도 하나라도 잘 해내고 그 하나에라도 지칠 줄 모르는 애정(愛情)을 쏟으며 살고 싶다.
최근에 몸이 좀 아프니 필자는 내가 너무 무리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몸이 안 아프고 탈이 없는 게 최대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더 절실해졌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아플 때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가 좀 회복되면 금방 다시 잊어버리는지도 모른다.
행복의 마지막 열쇠는 ‘베풂’, 그러니까 남을 위하거나 이롭게 하는 ‘이타적인 삶’이라고 하는데 지금보다 매일 더 잘하려고 애쓰고 있다면 그전에 자기 자신에게도 좀 잘하며 살자. 그리하여 우리 모두 아프지 말고 살자. 몸도 마음도. 오늘은 그냥 이 말이 꼭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