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Happy Letter Dec 21. 2023

날지 못하는 새일지라도

THL 창작 시(詩) #51 by The Happy Letter


날지 못하는 새일지라도



새는 맞지만

날지는 못한다

혼자서도 못날고

함께 무리 지어서도 못난다

저 푸른 하늘 높이

마음껏 자유롭게 날고 싶어도

우리는 날지 못하는 새다


비록 날지 못하는 새일지라도

혼자서도 못날고

함께 무리 지어서도 그 하늘 높이는 못 날아도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위태롭게 뒤뚱뒤뚱 걸어도

살아가는 방도(方道) 다 있다

우리처럼 물속 헤엄 잘 치는 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하늘 높이 우러러보는 세상만 세상이냐

깊은 바다도 우리들 멋진 세상이다


저 멀리 하늘 높이 나는 다른 새들과

좀 다르게 생겼을 뿐

비록 날지 못하는 새일지라도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없다

혹독(酷毒)한 남극의 강추위에도

칼바람 눈보라 몰아치는 허허벌판,

잠시라도 피할 둥지조차 없어도

우리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온몸으로 한파(寒波)를 맞으며 견뎌낸다


하지만 얼어 죽는 펭귄은 없다

펭귄은 늘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러서서 연대(連帶)하고 서로 보호막이 되어준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

그 추위와 시련(試鍊) 함께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절대 혼자 서 있지 않는다

비록 저 푸른 하늘 높이

날지 못하는 새일지라도



by The Happy Letter








연대(連帶) : 한덩어리로 서로 굳게 뭉침. (다음 [어학사전])


매거진의 이전글 선물이 뇌물(賂物) 되는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