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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an 24. 2024

청춘(靑春)

THL 창작 시(詩) #81 by The Happy Letter


청춘(靑春)



스무 살 된 해방감 그 설레는 기쁨에

봄여름가을 캠퍼스 노닐다 한 해 금방 보내버리고

한겨울 매서운 찬바람 부는 어느 날 저녁

한 살 더 먹게 되는 것이 갑자기 너무 슬펐다

그 스무 살과 작별(作別)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할 날도 오고

오랫동안 헤어져야 할 날도 온다지만

다시는 만나지 못할 어떤 이별(離別) 앞에

그 스무 살을 그리 떠나보내기가 너무 괴로웠다


그 괴로움은 마주하지 못하는 이별이었기 때문일까

떠나는 버스 창가로 얼굴 보이며

얼른 들어가라고, 조심해서 잘 가라고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손짓하며 인사 나누던

그런 배웅도 아니어 더욱 견디기 어려웠을까


떠나는 스무 살 쉽게 놓아주지 못한 것은

잡고 있던 내 손이 아니라

더 이상 뒤돌아가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해야 했던

천근만근(千斤萬斤) 무거워진 내 발

겁먹은 채 떼지 못하던 내 발걸음 때문이었을까


청춘(靑春), 돌이켜 보면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시절

뭐가 그리 두려워 머뭇거렸을까

뭐가 그리 불안해 옆에 아이들 따라 이리저리 기웃거렸을까

각자 인생(人生) 스스로 결정(決定)하는 것인데

가늠조차 못할 앞날 걱정으로 이것저것 '보험'(保險) 들어둘 궁리(窮理)만 한 것일까


어느 먼 훗날 뒤돌아봐도 후회(後悔)하지 않게

내 뜨거운 청춘 다 불사르고 싶었는데

세월(歲月)이 흐른 후 어느 추운 겨울 저녁

한숨 내쉬며 아쉬움에

오늘처럼 이런 회한(悔恨)의 글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 스물 그리고 하나

그 외침 속에 내 청춘(靑春) 길 잃고 방황하지 않으려

그토록 열병(熱病)처럼 심하게 앓았나 보다

그리하여 그때 그 시절 나의 그 슬픈 작별(作別)은

또 그토록 힘들었나 보다



by The Happy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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