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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Jan 14. 2024

혹시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 봤어요?

주의) 약간 스포


최근 본 K-드라마 시청소감을 쓴 글로 말 그대로 '지극히 사적인' 필자의 개인적 감상(感想) 차원이며, 시청자마다 관점에 따라 각자의 소감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또한 이 글은 쿠팡 플레이(Coupang Play) 드라마 <소년시대>(2023)를 이미 다 보신 분들을 염두하고 쓰는 만큼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스포가 약간 들어있으므로) 지금이라도 이 창을 떠나셔도 된다.






최근 높은 인기와 시청률을 기록하며 장안의 화제라 회자(膾炙)되고 있는 총 10부작 드라마 <소년시대>(연출 : 이명우, 극본 : 김재환)를 찾아보게 되었다.


예전 tvN <미생>(2014)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알고 있었던 배우 임시완(극 중 장병태 역)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믿고 보기 시작한 후 매회마다 몰입감 높은 스토리와 사건 전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청하였다.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도 극 중 "온양 찌질이"를 잘 소화하며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배우 임시완의 주인공 역할과 심경(心境)이 필자를 포함한 시청자들 마음을 사로잡고 크게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


초반부터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온양 찌질이"가 겪게 되는, "아산 백호"로 둔갑하다시피 하는 스릴(thrill)과 긴장감 넘치는 설정이 가히 압도적이다.


시청자들도 본의 아니게 탄로 날까 봐 조마조마해하며 이를 지켜보는 내내 통쾌하면서도 어떤 "공범"(?)이 된듯한 착각에 빠지게 될 정도로 주인공에게 연민(憐憫)을 갖고 감정이입(感情移入)이 되는 탄탄한 도입부 전개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중반부터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이 되면서 마냥 웃고만 볼 수 없는 슬프고도 우울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이러한 스토리 전개에 본의 아니게 "공범"이 되고만 시청자들은 한 회 한 회 종결부에 다가갈수록 그 결말이 한층 더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필자도 그 시원한 ‘사이다’(cider) 복수를 기대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회까지를 다 시청하고 나니, 결국 이런 해결방법 밖에 없는가 하는 의구심(疑懼心)과 함께 갑자기 어떤 회의(懷疑)가 들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차원의 아쉬움이 남아 좀 답답해졌다.


필자는 여기서 이 드라마의 완성도, 예술성을 구체적으로 일일이 논하기보다는 극 중 플롯(plot)에 보이고 있는 키워드, 폭력(暴力)과 부당(不當)한 권력(權力)에 좀 더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드라마 극 중에서도 부당한 폭력이 마치 정당한 권력인 것처럼 여기저기 함부로 난무하고 있다. 그 잔혹한 폭력에 저항할 수 없는 많은 약자인 피해 학생들은 강한 자가 휘두르는 폭력 앞에 매일 맞아 터지고 피 흘리며 쓰러져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것은 무조건 부당하고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을 징벌하거나 처단할 수 있는 방법은 (법과 제도적 처벌은 없고) 더 센 폭력 밖에 없는가 하는 의문이다.


더 센, 더 강한 폭력을 써야만 그 가해자를 최종 처단할 수 있다는 설정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권선징악(勸善懲惡) 스토리를 대표하는 클리셰(cliché) 중 하나가 되어가지만, 우리의 현실 속 폭력에 저항하거나 극복할 방법으로 과연 올바른 길인지 우리 모두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드라마 역시, 폭력은 나쁜 것이라 말하지만 결국 우리는 그 폭력을 막기 위해, 처단하기 위해 더 큰 폭력으로 무장해야 하고 더 강한 폭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설정만을 보여주고 있다.


극 중 주인공 장병태(임시완)는 그래서 "온양 찌질이"에서 진짜로 또 다른 "부여의 짱"이 되어가는 과정을 이 드라마 <소년시대>는 그렇게 어렵게 돌고 돌아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가 아무리 '선의의 목적'으로 그의 또 다른 폭력적 "권력"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권력 뒤에 감춘 것은 "흑거미"로 불리는 배우 이선빈(박지영 역)의 조력(助力)이며, 또한 그가 복수할 수 있었던 의지의 기저(基底)에는 그 "흑거미"의 지원과 공조로 단련된 더 강화된 또 다른 폭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말미에 보여주는 장면처럼 이제 극악무도(極惡無道)한 "아산 백호"(배우 이시우, 정경태 역)는 그 학교에서 사라졌고, 그리고 "온양 찌질이"는 더 이상 '찌질이'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예전 폭력적 권력의 자리에는 새로운 폭력적 권력(배우 임시완, 장병태 역)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보여 뭔가 모르게 씁쓸할 뿐이다. "부여의 짱"이 된 "청룡"의 '장병태'(임시완)의 승리로 이제 과연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폭력을 해소하는 데는 더 강한 폭력 밖에 해결방법이 없는가?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는 연일 힘겨루기하며 분쟁(紛爭)과 전쟁 중이고 여전히 폭력적 파괴적 전쟁 도발행위에 응징(膺懲)하기 위해 폭력적으로 맞받아치며 싸우고 있다.


이런 극한의 대립 속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더 센 힘을 가진 우방(友邦) 강대국 등에 의지하고 군사외교적 지원과 정치경제적 조력을 요청하고 기대는 방법 밖에 없는가? 그들 당사자들에겐 비폭력적 평화주의 원칙의 자구책, 그런 해결과 화해 방안은 없기 때문인가?




이런 물음과 함께 이 드라마 전개 속 학교와 선생님들의 무관심과 방조처럼 보이는 소극적 행태도 그 씁쓸함에 한몫하는 듯하다. 동시에 잠깐 등장하는 공권력(경찰)도 (일부러 의도적으로 연출했다고 밖에 볼 수 없지만) 오히려 실소(失笑)를 금치 못하게 희화화(戱畵化)시킨 코믹 요소에 더 가깝게 보인다.


불법 댄스교습 단속할 시간은 있어도 학생들의 그 많은 폭력 장면과 금품갈취 사건들에는 학교와 경찰은 어떤 "합의금" 마련 외에는 아무런 역할을 못한다. 이런 공동체의 사회적 집단 방조와 무관심, 외면도 또 다른 폭력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


또 다른 측면에서는, 처음 시작부터 폭력적인 장면과 심한 욕설, 잦은 흡연 장면들이 너무 지나치게 많이 나와서 미성년자가 보면 안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필자는 이 부분을 좀 불편하게 봤다.


실감 나는 공감 차원에서 도입했을 폭력 장면, 심한 욕설과 잦은 흡연 장면들도 (기획의도야 어떠했든), 그리고 결국은 이 드라마 전체도 언젠가는 청소년들도 보게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지상파 TV에는 방영 못하는 심의대상 장면들 때문이 아니라) 더 강한 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 폭력적 응징에 관한 왜곡된 '영웅의식'은 미리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지금의 청소년들도 요즘 인기짱이라는 이 핫한 청불(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를 어떤 식으로든 그들 나름대로 다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찾아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폭력과 폭력성으로 어쩌면 우리는 폭력적 권력을 가진 자, 또 그 권력을 가지기 위해 강압적으로 무자비하고 잔혹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자만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군림할 수 있다고 하는 잘못된 확신과 논리에 빠지게 되고 말지도 모른다.


그런 폭력으로 지배하고 군림하는 기간이 아무리 잠시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과거의 피해자였든 아니었든) 새로운 정의와 선의를 꿈꾸더라도 "폭력 행사자"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실제 심지어 극 중에서도 우리는 충격적으로 변해가는 '장병태'(임시완)를 보게 되고 동시에 그를 통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이 드라마는 시청률, 화제성 등을 감안하면 이미 성공한 작품이라고들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세간(世間)의 호평에 힘입어 조만간 <소년시대 2>로 '시즌2' 제작을 최근 확정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개인적으로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를 사로잡은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배우의 인상 깊은 연기력과 도입부의 기발한 시나리오 아이디어 등이 그러하고 필자로 하여금 이렇게 이런 글을 쓰게 만든 것도.


하지만 중반부의 극적인 전환을 가져온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그 중반부 이후에 거듭된 폭력신들의 반복이 마치 비현실적 "게임"처럼 비치기도 해서 필자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쉽게 보여 좀 불편한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시청자로서 필자는 이 드라마 등장 배우들의 연기 호평과 현재 보이고 있는 큰 인기에 힘입어 다음 편 <소년시대 2> '시즌2'도 대성(大成)하길 바라며 기대와 응원을 함께 한다.


다만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그 시즌2편 드라마는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여느 때처럼, 여느 드라마처럼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구태의연(舊態依然)한 현실논리에 함몰(陷沒)되지 않고 우리 사회 공동체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 제시에도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어떤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만 있다면 최소한 의의(意義)는 있으리라 본다.


이 화제의 드라마 <소년시대> 시청소감을 이만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고 싶다.


이 작품을 쓰고 만든 사람의 깊은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제작자가 밝힐 일이지만 이 드라마는 청춘 코미디(comedy) 액션물이라고 해도 그냥 웃으며 볼 수만은 없는, 그래서 보는 내내 속 시원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아주 슬프고 진중(鎭重)한 우리의 그 시대 그 시절 일그러진 자화상(自畵像)으로 보인다. 어쩌면 지금도, 아직까지도.


이 모든 것에 시원한 사이다 복수만이 능사(能事)가 아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냥 좀 웃자고 만든 드라마에 '갑분싸' 너무 진지하다고 말해도 할 말은 없다. 글을 쓴 사람이나 극을 만든 사람의 심중(心中)과는 달리 각자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자유이니까. 각자 표현의 자유와 그 표현에 대한 감상과 해석의 자유쯤으로 치부해도.


왜냐하면 이 드라마는 어둡고 음습한 뒷골목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백주 대낮에 학교에서,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일.


모두 잘 아시는 것처럼 학교폭력(학폭)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우리 사회공동체의 심각한 문제다. 그로 인한 피해와 후유증은 그 학교를 떠난다고 해서 없어지지도 않고 성인이 되고 나이가 많이 든다고 해도 절대 잊히지 않는다.


우리들 대부분은 예전에도 그랬듯, 아직도 여전히 "온양 찌질이 장병태"와 닮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인정하긴 싫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그 '장병태'가 실현한 "청룡"은 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暴力) :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쓰는, 물리적인 수단이나 힘.(다음[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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