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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애환(哀歡)

by The Happy Letter


여기 브런치스토리에 첫 글을 발행한 지 어느덧 2년이 다되어간다. 그동안 좌충우돌하듯 글쓰기에 관한 심리적 갈등과 “글럼프”라는 슬럼프(slump)에 빠지기도 했고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그럭저럭 잘 버티며 글을 발행하고 있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다른 글방들을 방문하다 보면 약 2~3년 글을 쓰다가 발행을 중단한 “휴면계좌”(休眠計座)같은 슬리핑(sleeping) 글방들도 만나게 된다.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서 글발행에 더 이상 재미나 매력을 못 느끼거나 어떤 가치판단을 달리 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겠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어떤 “시간의 벽”이라는 ‘프레임’(frame)을 극복해 보려 애쓰고 있다.


누구는 글쓰기라는 ‘루틴’ 자체가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 고단한 일상(日常)에 힐링이 된다고 한다. 또 다른 누구는 내 인생에 내 책 한 권 출간하겠다는 인생 목표의 일환이라고도 한다. 필자는 독서 못지않게 글쓰기가 주는 ‘몰입감’을 좋아한다. 나중에 필자도 엄선한 작품들을 책으로도 출간해보고 싶다. 다만, 글쓰기가 강박(强迫)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다독인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매사에 “여지”(餘地)를 좀 주면서 해야 오래 할 수 있다고 본다. 무릇 처음엔 그렇게 좋아라 하며 시작한 일과 대상에도 그 여정에는 “권태”라는 복병(伏兵)이 숨어 기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갑자기 어떨 때는 예기치 못했던 급한 일도 생길 수 있고 우선순위가 바뀌기도 한다. 내가 발행하는 글들이 매번 크게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그 조회수나 라이킷 수에 연연하지 말아야 하듯 (전업작가가 아니라면) 글쓰기라는 ‘취미’가 일상에 어떤 부담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필자는 글쓰기를 오래 계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쉬고 싶을 땐 글발행을 하지 않고 과감히 좀 쉬려고 한다. 그 시간에 다른 작가분들의 글과 책을 좀 더 읽다가 문득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이 주는 따듯한 햇살이 몹시 그리워지면 -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 다시 불쑥 돌아오면 되니까. 이런 말을 여기에 공개적으로 적어두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필자 스스로를 위해서, 또한 그리하여 우리 서로 오래 볼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차가운 철재 펜스(fence)와 콘크리트 벽 사이 그늘 속에 움트고 있던 꽃들이 그 틈새를 비집고 피어 나왔다. 산책길에 마주한 그 꽃들의 다시 살아남, 그 생명력이 경이롭다.

















복병(伏兵) : 1. 적을 기습하려고 요긴한 길목에 군사를 숨겨 놓음. 2. 뜻밖의 걸림돌로 나타난 경쟁자나 장애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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