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늘 한 발 앞서 서성이는데

by The Happy Letter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머릿속 복잡한 생각 때문에 좀체 글을 쓸 수 없을 때가 있다. 어제가 그랬다. 한동안 좀 멍해지는 기분이 들다가 급기야 두통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꼭 무엇에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다. 지금 떠오른 생각을 어떻게든 밀어내야만, 아니 그 이전의 생각부터 먼저 토해 내듯 글로 다 써내야만 다음 글을 써 내려갈 수가 있을 것 같다. 그래야만 새로운 생각을 해낼 수가 있을 것 같다. 어제 떠올랐던 그 생각들을 그냥 내다 버리듯 잊어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나는 무엇을 겁내는 걸까? 어쩌면 글쓰기에도 ‘선입선출’先入先出이라는 게 있는 걸까? 벌써 며칠 전 입추立秋가 지났다고 한다. 계절은 늘 한 발 앞서 내 앞으로 다가와 서성이는데 나는 아직 지난 계절과 손 놓지 못하고 있다. 더위를 처분한다는 처서處暑 마저 오기 전에 지난 계절 동안 눅눅해진 옷이며 책 내다 말리듯 나도 내 옛 생각들을 어디로든 “처분”處分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오늘도 나는 나만의 계절 속에 갇혀있다 하더라도 “어제”를 이렇게라도 기어이 밀어내고야 만다. 샛노랗게 피어있는 그 꽃처럼, 지금도 뜨거운 그 태양빛에 어쩌면 하얗게 바래지고 말더라도.

















선입선출(先入先出) : FIFO(first in, first out)(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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