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오늘도 애써 참으며 견뎌내려 할 뿐

by The Happy Letter


여행을 하다 보면 교통편의 장시간 이동과 출발 지연으로 긴 여정의 여행객들을 지치고 피곤하게 만들 때도 있다. 업무상 출장이든 관광으로 떠나는 여정이든 만석으로 꽉 찬 비행기 안에 갇혀 앉아 갑갑하게 그저 비행기가 어서 이륙할 때만을 기다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승객이 갑자기 필자 앞좌석 등받이에 꽂혀있는 ‘구토용 봉지’(barf bag/air sickness bag)를 좀 가져가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그는 옆에 앉은 그의 아내를 가리키며 아내가 비행 공포증飛行恐怖症이 있어서 필요하다는 말을 하며 이런저런 스몰토크를 시작했다.


그냥 듣고 있다가 필자가 “혹시 비행기를 자주 많이 타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니 그런 시도도 해봤지만 그래도 비행의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의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아내는 그냥 비행기 멀미(airsickness) 정도가 아니라 늘 결코 사라지지 않는 어떤 ‘원초적 불안’같은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순간 필자는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워졌다. 나의 섣부른 생각때문이었다. 뭐든지 자주 그리고 많이만 하면 좀 익숙해지고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어쭙잖게 한마디 거든 것이 후회스러웠다.


필자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으니 그의 아내가 그래도 남편이랑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어 좋다며 다행히 아이들은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하고 비행 공포증도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익숙하다고 또는 내가 잘한다고,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들도 “노력하면” 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과 편견을 조심해야겠다. 꽉 찬 비행기 안에서 출발 이륙을 기다리는 많은 승객들 중에는 설레는 여행길에 즐겁게 웃으며 옆자리 일행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오늘 지금 이 (비행)시간도 애써 참으며 견뎌내려 할 뿐이다.


남의 문제나 근심과 걱정, 고난과 고통에 지금까지 얼마나 나만의 (혹은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주입해 온) 편협한 판단으로만 바라봤는지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비행 공포증(飛行恐怖症) : [의학] 비행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는 증상.(Daum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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