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딘가에 써두고 싶어졌다. 어느 겨울날 갑자기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혹은 내리는 비에 그 눈이 금방 녹아버린다고 해서 모두가 다 슬픈 것은 아니다고. 그 눈과 함께 냉기冷氣를 몰고 왔지만 세상 온갖 만물처럼 그 겨울도 뜨거운 여름과 결실結實의 계절을 지나왔다고, 그러니 너무 상심傷心 말라고도.
뭇사람들이 제멋대로 노인老人의 ‘쓸모’를 논할 때 갑자기 머지않아 만날 나의 노년老年에게 바치는 헌사獻詞를 미리 써두고 싶어졌다. 새해가 되고 다시 한 살 더 먹는다고 너무 겁내지 말라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歲月 앞에 한숨짓지도 말라고,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시간이 야속野俗해 때때로 깊은 회한悔恨에 잠길지라도 쉬이 눈물 흘리지도 말라고.
나이 들고 늙는다고 해서 모두가 다 슬픈 것은 아니다고 잊기 전에 어딘가에 꼭 적어두고 싶어졌다. 나의 노년도 결코 무위無爲하지 않을 테니 이 세상 하직下直하는 그날까지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비록 병약하고 기력이 쇠하다 할지라도, 귀가 어둡고 눈이 침침해도, 어쩌면 남은 기억마저 희미해져 가도.
It is not the young man who should be considered fortunate but the old man who has lived well, because the young man in his prime wanders much by chance, vacillating in his beliefs, while the old man has docked in the harbor, having safeguarded his true happiness.
by Epicurus (341 - 270 BC)